어른들을 위한 그림책테라피 독서모임 후기
내가 도서관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책을 빌려 볼 수 있다는 것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행사가 있기 때문이다. 역삼푸른솔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주관하는 '야(夜)한 책(冊) 다(茶)방'이라는 행사에 다녀왔다. 매력적인 제목에 끌려 추석 전부터 신청을 하긴 했지만 사실 그 정체를 미리 잘 알 수는 없었다.
'도대체 저녁에 책과 차로 뭘 한다는 거지?'
'차 마시며 책 이야기하는 건가?'
'독서토론인가?'
'그림책테라피는 뭐지?'
금요일 저녁 특별한 일정도 없었고 내용도 궁금해서 참여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역삼푸른솔도서관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문화행사로 파일럿을 통해 진행 여부를 결정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두 사람>, <심야 이동도서관> 그래픽 노블을 읽고 서로의 느낌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먼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저 <두 사람>을 관장님께서 읽어 주셨다. 그림에 집중해서 보고 들으면서 키워드를 생각해보라고 했다. 그 키워드를 가지고 카드 게임을 했는데 각각 생각한 키워드에 해당하는 카드를 제시하고, 어떤 게 그 사람이 선택한 카드였는지 맞추는 게임이다. 생각한 키워드, 선택한 카드,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두 사람> 책에 대해 생각했던 각자의 키워드는 노력, 사랑, 희생, 조화, 간격이었다. 같은 책을 읽고 각자 느낀 점을 키워드로 정리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같은 카드를 보고 각자 다른 의미로 해석하거나 혹은 똑같은 생각을 하는 게 신기했다.
즐거운 게임을 마치고 두 번째로 함께 읽은 책은 오드리 니페네거 저 <심야 이동도서관>이었다. 이 책에 대한 느낌 공유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먼저 책을 읽고 난 후 느낌을 포스트잇에 적었다. 그리고 그림 카드를 펼쳐 그 느낌에 해당하는 그림을 선택하고 어떤 느낌이었는지, 왜 그 그림을 선택했는지 각자 설명하였다. 주변에 친구가 없었던 주인공의 외로움에 대해 관계를 강조하는 그림 설명을 하거나, 충격적인 결말에 대해 차라리 꿈이길 바란다는 그림으로 느낌을 공유하였다.
생각해보면 나는 독서토론 모임에 참여한 적이 거의 없다. 주로 혼자 읽고 혼자 생각하는 외로운 사람이다. 그 점에서 <심야 이동도서관>의 주인공과 닮았다. 이 모임을 통해 서로의 느낌을 말하면서 공감하였고, 그래픽 노블에 대해서도 처음 접하게 되어 좋았다. '그림책테라피'라는 행사의 의도대로 그림책을 통해 힐링이 되었다. 무엇보다 퇴근 후 도서관 서가에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머물러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이런 문화행사를 통해 독서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다음에도 이런 행사에 참여하고 싶다.
참고 글: <심야 이동도서관> 후기
참고 글: 그래픽 노블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