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수업: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을 읽고
누군가가 《라틴어 수업》 책을 읽고 인생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라틴어 수업이 왜 인생에 도움이 되었을까? 참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다. 또 다른 사람이 이 책을 언급하기에 궁금해졌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그렇게 칭찬을 하는 걸까?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난 제목에 많이 끌려서 책을 선택하는 편이다. 그래서 속은 적도 많다. 제목이 너무나 매력적인데 내용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이 책은 그 반대다. 2010년 2학기부터 2016년 1학기까지 한동일 교수가 서강대학교에서 강의했던 '초급, 중급 라틴어'수업을 정리한 책이어서, 《라틴어 수업》이라 정했겠지만 제목이 너무나 담백하다. 부제 역시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이지만 여전히 라틴어를 수식하는 용어처럼 보인다. 이 책은 우리 인생의 모든 것을 다루는데 그 매개체가 라틴어다. 삶에 대한 태도, 학습, 관계, 즐거움, 희망, 진리, 열정, 사랑을 총망라하는 인생 학습서다. 수업을 더 이상 듣지 못해 아쉽지만 책으로 만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책 내용 많은 부분이 공감되었고 특히 각 장 말미에 있는 질문이 살아서 나에게 다가왔다.
공부한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 마음속의 아지랑이(nebula, 네블라)를 보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 단어가 원래 의미하는 대로 ‘보잘것없는 것’, ‘허풍’과 같은 마음의 현상도 들여다보기를 바랍니다. 이것은 힘들기는 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여러분 마음의 운동장에는 어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습니까?
난 항상 빈틈없는 인생을 살려고 달려왔다. 그런 나에게 '살아간다는 것이 우리 마음속의 아지랑이를 보는 일'이라고 하니 충격적이다. 과연 내가 언제 마지막으로 마음속의 아지랑이를 보았을까? 너무나 앞만 보고 달려온 것은 아닐까? 내 마음의 운동장은 무엇으로 채워졌을까?
공부에 지치고 세상이 자신을 보잘것없게 만들어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지더라도 언제나 자기 스스로를 위로하는 케루빔 천사(아기천사)가 되어야 합니다. 남에게 인정받고 칭찬받으며 세상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다 보면 초라해지기 쉬워요. 하지만 어떤 상황에 처하든 스스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때 자기 자신을 일으켜 세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훗날에는 그런 사람이 한 번도 초라해져 본 적이 없는 사람보다 타인에게 더 공감하고 진심으로 그를 위로할 수 있는 천사가 될 수 있습니다.
(중략)
혹시 세상의 기준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타인보다도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더 비난하고 괴롭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타인을 칭찬하는 말은 쉽게 하면서도 자기 자신에게는 채찍만 휘두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스스로에 대한 객관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때로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가장 먼저 최고의 천사가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한때 나와 다른 사람에게 동일한 잣대를 사용했다가 사람이 비난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이후로 다른 사람에게는 관대하고 스스로에게는 더 엄격하게 대했다. 사소한 실수를 한 날은 자책으로 속을 끓이고 자신을 용서하기 어려웠다. 점점 더 완벽주의자가 되려는 악순환을 겪었다. '스스로에 대한 객관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때로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가장 먼저 최고의 천사가 되어주어야 한다'는 글을 보며 나에게 미안했다. 다른 사람이 나의 천사가 되기를 바라지 말고 스스로 먼저 최고의 천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사람마다 자기 삶을 흔드는 모멘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나를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힘은 다양한 데서 오는데 그 게 한 권의 책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일 수도 있고, 한 장의 그림일 수도 있고, 한 곡의 음악일 수도 있습니다. 또 이렇게 잊지 못할 장소일 수도 있고요. 그 책을 보았기 때문에, 그 사람을 알았기 때문에, 그 그림을 알았기 때문에, 그 음악을 들었기 때문에, 그 장소를 만났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눈뜨게 되고 한 시기를 지나 새로운 삶으로 도약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그런 모멘텀은 그냥 오지 않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늘 깨어 있어야 한다는 말과도 같을 겁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깨어 있고 바깥을 향해서도 열러 있어야 하는 것이죠. 그래야 책 한 권을 읽어도 가벼이 읽게 되지 않고 음악 한 곡을 들어도 흘려듣지 않게 될 겁니다. 누군가와의 만남도 스쳐 지나가는 만남이 아니라 의미 있는 만남이 될 겁니다. 한순간 스치는 바람이나 어제와 오늘의 다른 꽃망울에도 우리는 인생을 뒤흔드는 순간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영혼을 뒤흔든 무언가가 있습니까?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인가요? 그처럼 흔들리고 나아가 무엇을 깨달았습니까?
성공한 CEO 중 한 분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모멘텀 관리라고 했다. 사람들에게 비슷한 모멘텀이 오는데 어떤 사람은 그것을 잘 활용해서 도약하고, 또 어떤 사람은 왔는지도 모르고 늘 기회가 없다고 불평만 한다. 한동일 교수 또한 모멘텀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깨어 있으라'라고 한다. 나 역시 늘 깨어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깨어 있는 담당자가 되고 싶었다. 사람들과의 만남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좋은 인연으로 키워나간다.
그래서일까? 현재 나에게는 많은 모멘텀이 쏟아지고 있다. 책과 사람, 일이 나에게 많은 기회와 새로운 삶을 주고 있다. 이렇게 내 영혼을 뒤 흔드는 것을 어떻게 잘 활용하고 나는 또 어떤 깨달음을 얻을 것인가?
추천도서 《라틴어 수업》 한동일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