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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Dec 06. 2018

까르르 많이 웃은 날

사랑해, 고마워, 아프지마. 지금 이 순간 건강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만큼 많이 웃은 날이 있을까? 너무 힘들고 피곤하다 보니 웃음으로 승화한 것은 아닐까?


#1. 오늘 팀원 생일이어서 케이크를 사서 짧은 생일파티를 열었다. 인도에서 온 동료가 있어 한국 문화 체험으로 함께 축하했다. 어제 내가 인도 동료를 데리고 인사동과 덕수궁을 다녀온 것에 대한 느낌을 다른 팀원이 물었다. 인도 동료는 내가 너무 친절하고 잘 안내해줘서 고마웠다고 했다. 그 상황에서 가만히 있으면 되는데 너무 기분이 좋았는지, 잠시 미쳤는지 엄청 내 자랑을 했다. 내가 최고의 투어 가이드라는 둥, 은퇴하면 투어가이드를 해도 될 정도라는 둥 계속 자화자찬을 하고야 말았다. 곁에서 참다못한 팀원이 말했다.


"거기까지 하세요. 너무 많이 나갔어요. 말 안 해도 우리가 칭찬해 줄 텐데."


모두 다 까르르 웃고 말았다. 뭐 내가 희생하여 큰 소리로 웃을 수만 있다면 나쁘지 않다. 가끔 푼수가 되는 것도 좋다. 요즘 만담이 늘어나고 있다. 좋은 현상인지 스트레스의 발현인지 모르겠다.


#2. 생일파티의 케이크는 회사 비용이 아닌 개인이 1/N로 나눠 지불한다. 팀의 막내가 인원수 대로 계산하여 계좌번호와 함께 돈을 송금하라고 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실수를 하고 말았다.


"개인별로 $4,857원 송금해주세요."


물론 뒤에 '원'이 있지만 무의식중에 달러를 넣은 것이다. 약 540만 원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다들 입을 모아 

"와 케이크 값이 그렇게나 비싸?" 하며 단체로 까르르 웃었다. 막내 덕분에 또 큰소리로 웃었다.


#3. 지친 몸을 이끌고 요가 수업에 갔다. 50분의 시간이 사실 즐겁지만, 가끔 시계를 보며 빨리 끝내기를 바라곤 한다. 하지만 오늘은 진심으로 요가를 즐겼다. 몸이 너무 피곤해서 였을까? 50분 매 순간 너무나 감사하고 힐링이 되었다. 어려운 상황을 겪을수록 그 후에 오는 모든 것들이 감사하다. 잠시 쉴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이 있고, 음악이 있어 행복했다. 요가 수업은 "오늘도 수고했어요."라고 나를 위로해 준다.


오늘따라 요가를 하면서 큰소리로 많이 웃었다. 선생님이 어려운 동작을 요구할 때마다 우리는 입을 모아 말했다.

"너무 힘들어요."

"평소 30개 해야 하는데 겨우 10개 가지고 힘들면 어떻게 해요?"

"하하하, 까르르"

귀여운 직장인들이다. 


요가가 끝나는 순간이 나는 너무나 좋다. 매 순간 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말한다.

"사랑해, 고마워, 아프지 마. 지금 이 순간 건강 주셔서 감사합니다."


숨 가쁘게 일하느라 정신없었던 하루, 하지만 많이 웃고 힐링이 되었던 하루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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