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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Dec 28. 2018

06화 신뢰:  신뢰는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진심으로 먼저 다가가면, 언젠가는 상대도 알게 된다.

A는 기술 부서 인력을 담당하는 중요한 이해관계다. 특정 기술과 관련한 교육을 하려면 A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는 내 일을 도와주는 지원자가 될 수도 있고 게이트키퍼가 될 수도 있다. 내가 아무리 기술 교육을 하려고 해도 A가 반대하면 쉽지 않기 때문이다. A는 아주 바쁜 사람이어서 미팅조차 하기 어려웠다. 그의 일정에는 점심시간까지 빈 곳이 없었다. 일부러 다른 사람과의 미팅을 하지 않겠다는 표시인지 아니면 진짜로 모든 시간에 다 미팅이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회사에서 타 부서와 일을 하다 보면 3가지 부류의 사람을 접한다. 첫째는 어떻게든 일이 되도록 아낌없이 지원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내 일, 남의 일을 가리지 않는다. 일단 일이 제대로 되는 게 중요하다. 나 역시 이런 부류인데 경험상 회사의 10-20%가 이 부류에 속한다.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많다면 축복받은 사람이다.


두 번째 부류는 적극적이진 않지만 업무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지원하는 사람들이다. 약 60-70%의 사람이 해당된다. 이들은 정확한 가이드라인과 마감일을 정해주면 적극적이진 않지만 불평 없이 지원을 해준다. 이런 다수도 큰 도움이 된다. 내가 잘 관리하면 큰 문제는 없다.


가장 다루기 어려운 유형이 세 번째는 부류다. 부정적인 유형으로 마감을 지키지 않거나, 상사가 시켜야 겨우 하거나 혹은 전혀 도움을 주지 않고 불평만 한다. 약 30-10% 사람이 그랬다. 이런 유형의 사람을 어떻게 잘 설득하여 함께 일을 추진해 나가는 가가 일을 잘하는 기준이 된다. 즉 일머리가 요구된다.


A와 첫 미팅에서 나는 그가 세 번째 부류라고 생각했다. 내가 제안한 협업에 대해 온갖 이유를 대면서 다 반대했다.

"기술 인력은 바쁘니 지원할 수 없습니다."

"혼자서 공부하면 되지 굳이 강의가 필요한가요?"

"정 필요하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참고하세요."

마치 기술 인력은 한 명도 지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처럼 들렸다. 예상치 못한 그의 부정적인 반응에 놀라면서 일단 미팅을 끝냈다.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일단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다.


매니저와 상담을 하던 중 A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A가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지 않는 사람 같다고 말했다.

"그 동안 직장생활 참 편하게 했군요."

그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만났을 것이고, 반대하는 사람까지 설득하고, 타협하여, 원하는 방향으로 일을 추진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전략적이지 못하고, 사람들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설득도 잘 못한다. 다른 사람을 바꾸기보다 늘 나를 바꾸며 살았다. 운 좋게 좋은 사람을 만나 즐겁게 일한 것뿐이다. 직장생활을 하기엔 나는 너무 순진한 사람인 걸까?


A가 어렵게 느껴졌다. 부정적인 사람이라 생각하니 같이 미팅하기도 싫었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 했다. 친해지려고 같이 식사라도 해볼까 했으나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이후에도 몇 번 다른 사람들과 미팅을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고 나는 여전히 A가 불편했다.


그날은 기술 부서 전체 매니저들과의 미팅이었다. 매니저들 모두 딱히 친분도 없었는데 그들의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하는 자리였다, 부담감을 안고 프레젠테이션을 마쳤다.

"기존에 잘하고 있는데 굳이 왜 바꿔야 하?"

예상했던 대로 반대 의견이 나왔다. 이 위기를 어떻게 모면해야 하나 고심하고 있었다. 갑자기 A가 내 의견에 동의하면서 다른 매니저들을 설득했다.

"이렇게 하면 우리가 더 편해지고 좋은 점이 많아요. 잘 생각해 보세요."

그 덕분에 합의를 얻어 미팅잘 끝났다.


최근 A는 나에게 아주 친절하게 대해준다. 항상 그가 먼저 내 자리에 와서 가벼운 이야기를 건넨다. 아주 친한 사이인 것처럼 보일 정도다. 왜 A가 갑자기 바뀌었을까? 아니면 내가 그를 잘 몰랐던 것일까?


내가 진심으로 일을 제대로 하려는 모습을 알게 되어 그의 태도가 바뀐 게 아닌가 싶었다. 나는 그의 부정적인 반응에 맞대응하지 않고 나름대로 일을 진행했다. 그러면서 그가 담당하는 기술 인력에게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했다. A가 원하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더 이상 요구하지 않았고 설득하지도 않았다. 그가 바쁘다고 생각하는 기술 인력을 최소한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했고, 유튜브를 더 활용하는 방안의 아이디어도 냈다. 또한 A가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기술 인력의 요구 사항을 파악하여 피드백을 제공했다. 어쩌면 A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평가했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매니저와의 미팅에서 기쁜 소식을 전했다.

"드디어 A와 관계가 좋아졌어요. 정말 다행이어요. 요즘은 저에게 참 잘해주세요."

"그럼요. 제가 알죠."

"어, 어떻게 아세요?"

A가 내 자리에 와서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보고 알았다고 했다. A 덕분에 나는 매니저의 신임까지 얻었다. 내가 먼저 진심으로 다가가면, 상대도 언젠가는 알게 된다.


* 댓글로 답하는 일머리 체크 질문:

1) 상대에 대한 진심이 가득한 사람이 100% 진심 지수를 가진다고 볼 때 여러분의 진심 지수는 몇 % 인가? 부족한 지수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

2) 어려운 상대와 신뢰를 형성한 경험이 있는가? 어떻게 극복했는가?

* TED 소개: 신뢰 형성(그리고 재형성) 방법 [How to build (and rebuild) trust] 


직장인을 위한 일머리 역량 매거진 목차

01화 프롤로그: 일머리란 무엇인가?

02화 긍정성_크게 웃어본 적이 언제인가?

03화 대인관계_만남, 인연에 대하여

04화 공감_공감이란 무엇인가?

05화 배려_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할까?

06화 신뢰_신뢰는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07화 태도_좋은 기회를 만들어보자

08화 변화_학습할 자유를 누리자

09화 창의성_창의성은 어떻게 발현되는가?

10화 질문_제대로 알려면 모르는 게 뭔지 알아야 한다

11화 발표_발표를 잘하는 법

12화 의사결정_탐색과 활용

13화 위험 감수_실패를 통한 학습

14화 마음 챙김_지금 여기 나의 마음 챙기기

15화 공유_고성과자는 어떤 사람인가?

16화 오픈 마인드_세대 간 협업하라

17화 에필로그: 이제 일의 현장으로  

이전 05화 05화 배려: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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