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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May 04. 2019

엄마라서 행복하고 감사해요

지배가치 영순위 우리 아이들

저에게 가장 큰 우선순위가 있다면 바로 아이들입니다. 일도 중요하고 삶도 중요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모든 것을 갈아엎는 순위의 대상은 아이들이죠. 


"소고기도 먹고 싶고, 엄마표 나물 반찬도 먹고 싶어. 낙지 젓갈 같은 밑반찬도 있으면 좋을 텐데."


지방에 내려가 자취하는 딸아이가 집에 온다며 한 말입니다. 바쁜 워킹맘은 금요일 저녁에 온다는 딸아이의 방문에 대비해 온라인으로 미리 장을 봤어요. 평소 비싸 못 사 먹는 소고기도 사고, 함께 먹을 파채, 야채 쌈을 주문하고, 나물을 무치려고 콩나물도 샀어요. 낙지 젓갈을 하나만 주문하기 뭐해서 밑반찬도 몇 가지 샀어요. 분주한 한 주네요. 시집이라도 가면 얼마나 챙겨줘야 할지 모르겠지만 만사를 제쳐두고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요.


딸아이가 오기로 한 금요일, 5월 3일은 아들 생일입니다. 23년 전 일이 생각납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아이가 아기를 낳았죠. 찬란한 오월의 좋은 날에, 예정일이 2주나 지났는데 진통이 오지 않아 병원에 갔어요. 분만 유도제를 맞고 산모 대기실에 입원했는데 주변 산모들이 어찌나 시끄럽던지 잠을 한숨도 못 잤어요. 옆 산모는 자기를 힘들게 만든 남편 때문에 화가 난다며 밤새도록 남편 욕을 했어요. 진통 때문에 아파하더니 결국 문제가 생겨 제왕절개 수술을 하러 갔어요. 부부가 사랑해서 가진 아이인데 왜 그렇게 남편 욕을 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아요.


밤새 그 산모 때문에 잠을 못 자서 피곤했는데 아침부터 진통이 오기 시작했어요. 졸려서 자다가 진통 때문에 깨고, 자다 깨다를 반복 했어요. 그러다 진통이 심해져서 오후에 아들을 낳았어요. 잠과의 사투 끝에 낳았죠. 다행히 그때 아이 식별을 위해 달았던 팔찌와 발찌를 보관하고 있어서 다시 꺼내봤어요. 팔찌와 발찌에는 "OOO 아기, 1996.5.3, 1:51 pm, 3.02kg"이라고 적혀 있어요. 어린 생명체가 태어나 자신의 이름도 없이 엄마의 아기로 식별된다니 신기하네요. 엄마의 어깨가 무겁게 느껴집니다.

 

보석상자 속 아들의 팔찌와 발찌


5월 3일은 어린이날을 이틀 앞둔 날이라 올해 연휴처럼 1996년 5월 3일도 축제 분위기였어요. 신록이 우거지고 날씨도 화창했어요. 23년 전 그날도 금요일이네요. 모두 봄나들이를 떠나는 아름다운 계절에 아들을 출산한 전 병실에서 답답한 시간을 보냈어요. 생일에는 태어난 날이라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축하를 받지만, 정작 자신을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어릴 때는 제가 잘나서 태어난 줄 알았고, 생일에는 제가 주인공이었죠. 아이를 낳은 후부터는 생일 때마다 부모님께 감사하더군요. 아이를 낳아봐야 철이 든다는 게 이런 의미일까요?


한동안 우리 가족에게 5월은 행사로 가득한 달이었어요. 아들 생일부터,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까지 있었으니까요. 성년의 날까지 챙겨주고 나니 '아이들이 정말 다 컸구나. 이제 내 손을 떠나는구나.'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네요. 성년을 훌쩍 넘어서도 엄마와 함께 사는 아들이 있고, 반찬을 만들어 달라는 딸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행복합니다. 가족이지만 나를 찾는 사람이 있다는 게 감사합니다


금요일에 오기로 한 딸이 버스표가 매진되어 못 와서 토요일에 온답니다. 오랜만에 가족이 다 모여 생일 파티를 열기로 했어요. 이렇게라도 함께 보니 참 좋네요. 미리 준비한 음식이 조금 시들해졌지만, 소고기와 맛난 엄마표 나물을 맛있게 먹을 아이들을 상상만 해도 배가 불러요. 언제 낳아서 이렇게 다 컸는지 믿어지지 않아요. 


"지배가치 영순위 우리 아들, 딸!

언제든 엄마가 필요하면 부르렴. 언제든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말하렴. 엄마는 너희가 있어 행복하고 감사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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