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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Aug 22. 2019

당신은 정상인가?

소설 《아몬드》서평

윤재는 '알렉시티미아'라는 감정을 표현할 줄 모르는 환자다. 이 병은 아동기에 정서 발달 단계를 제대로 거치지 못하거나 선천적으로 편도체 크기가 작은 경우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윤재는 감정을 느끼지 못해 어려서부터 웃지 않았고 두려움을 몰랐다. 왜 사람들이 웃는지, 우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윤재에게 감정과 공감이라는 단어는 막연한 활자에 불과했다. 사람이 맞아 죽는 걸 보고도, 친구가 다쳐도 무덤덤했다. 심지어 자신을 사랑으로도 돌봐 준 엄마가 다치고 할머니를 포함해 여섯 명이 살해당하는 상황에서도 지켜보기만 했다.


엄마는 이런 윤재가 보통 사람처럼 살기를 원했다. 윤재가 감정을 느끼는 정상적인 사람처럼 행동하길 바라고 인생의 공식을 가르쳤다. 인생의 공식이라는 게 있을까? 윤재는 습관적이고 의무적인 훈련으로 침묵하면서 '고마워'와 '미안해'를 입에 달고 살았다.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세상의 엄마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자식에게 주입시킨다. 감정 표현 불능증에 걸린 윤재가 인간답게 살도록 도와주려는 윤재 엄마의 마음과, 아무런 문제가 없는 데도 과도하게 아이의 삶에 관여하려는 보통 엄마의 마음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을까? 


마치 이 세상에 정해진 답은 없다고 말해 주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남들이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한다고 해서 꼭 정해진 대응을 할 필요도 없는 게 아닐까. 모두 다르니까. 나같이 '정상에서 벗어난 반응'도 누군가에겐 정답에 속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상적인 게 뭘까? 다른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하는 게 정상적인 삶일까? 누가 자신 있게 정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세상에 과연 정해진 답이라는 게 있기는 한 걸까? 우리 모두 '정상'이라는 단어로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건 아닐까? 왜 우리는 서로가 다르다는 걸 인정하기 어려울까? 


곤이에게 해야 할 말이 있었다.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 했다. 네 엄마 앞에서 아들인 척해서, 내게 다른 친구가 생긴 걸 말하지 않아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너는 안 그랬을 거라고, 나는 너를 믿는다고 말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우리는 가짜 감정을 드러내면서 진짜인 척 산다. 윤재는 자신의 감정을 따르는 진짜의 삶을 선택했다. 누가 정상인가? 감정을 못 느끼지만 사랑을 받고 자란 윤재일까? 감정을 느끼지만 사랑을 받지 못한 곤이일까? 가짜 감정을 드러내면서 진짜인 척 사는 우리가 정상일까? 어려서 엄마를 잃어버린 곤이는 삶이 장난을 걸어올 때마다 손을 잡아 주던 엄마가 갑자기 사라지는 느낌을 받으며 자랐다. 반면 윤재는 누구에게도 버려진 적이 없다. 항상 엄마와 할머니가 맞잡은 두 손의 온기 덕이다.


모두들 '평범'이라는 말을 하찮게 여기고 쉽게 입에 올리지만 거기에 담긴 평탄함을 충족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모두가 평범을 쉽게 생각한다. 나 역시 그렇다. "특별히 바라는 건 없어요.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라고 말하지만 평범하게 사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또 있을까? 과연 평범이란 무엇인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 평범하다는 말인가? 집안 형편이 평범하다는 말인가? 행복한 일로 가득한 삶이 평범한 삶인가? 행복과 불행이 오르내리는 게 평범한 삶인가? 그 폭이 큰 게 평범한 것인가? 행복과 불행이 작은 파동처럼 오르내리는 게 평범한 삶인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평범'이라는 단어에 많은 의미가 있고, 각자가 생각하는 대상과 기준조차도 다르다.


우리는 정상적으로 감정을 느낀다고 말하지만 과연 제대로 느끼는 걸까? 제대로 표현하는 걸까? 과연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는가? 진심. 이 마침표가 곤이의 삶을 바꾸길 바랐던 윤재의 마음처럼, 우리의 생각이 바뀌기를 바란다. 적어도 사랑의 중요성, 감정, 정상과 평범함, 진심에 대한 내 생각에는 파문이 일었다. 내 머릿속 아몬드가 반응했다.




퀴즈로 읽는 《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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