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과 호기심을 잃지말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자
"제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인데요. 참 재미있어요. 추천드려요."
"무슨 내용인데요?"
"데이터에 대한 건데요. 읽어보심 알아요."
동료가 건네준 책을 대략 살펴봤는데 하필 두 직선(<--> vs. >--<)의 착시현상을 설명한 부분이었다. '누가 봐도 다 아는 뻔한 내용 아닌가?'라고 생각하고(일반화 본능)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예전에 물방울 도표가 빠르게 움직이는 저자의 TED 영상 발표를 본 것도 같다. 며칠 후 또 다른 동료가 《팩트풀니스》를 끼고 다니며 재미있는 책이라고 추천했다. 도대체 뭐가 재미있다는 건지, 두 명이나 같은 책을 추천하기에 궁금했다. 책을 사서 보니 40쇄나 팔렸다. (신기하게도 우리나라 책에는 몇 판 몇 쇄가 발행되었는지 나오지만 원서에는 없다) 맺음말을 읽으며 눈물을 삼켰다. 베스트셀러는 다 이유가 있다. 췌장암의 고통을 책으로 승화시키며, 죽는 순간까지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었을까? 이 책은 단순히 재미있는 책이 아니다. 핵심주제인 10가지 극적 본능을 관통하는 3가지 메시지를 뽑아봤다.
사실을 올바르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지하고 지식의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는 것, “모른다”고 말하는 걸 꺼리지 않는 것이자,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을 때 기존 의견을 기꺼이 바꾸는 것을 겸손이라고 저자는 정의한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
책에서 전문성에 관해 여러 번 언급한다.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은 그 분야의 전문가이지 조금만 영역을 벗어나면 비전문가와 다를 바 없다. 박사도 마찬가지다. 특정 분야에 대해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고민했고, 논문을 더 읽었고, 연구를 더 했다는 의미다. 척척박사는 현실 세계에 없다. 머리말에서 제시하는 13문제를 제대로 맞추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 책은 우리에게 간접적으로 겸손을 가르친다.
호기심이란 새로운 정보를 마다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로, 실수를 부끄러워하기보다 실수에서 호기심을 끌어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즉, 겸손에서 끝낼 게 아니라 호기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학습의 출발점은 호기심이다.
통계학 분야의 석학이자 의사인 저자가 어떻게 교육학적 접근을 제시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늘 새로운 데이터를 받아들이면서 지식을 신선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은 바로 평생학습의 필요성이 아닌가? 저자 역시도 호기심이 가득한 사람이다. 검을 삼키는 서커스에 관한 호기심, 의사이면서도 통계에 정통한 것,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을 강의하고 책을 남긴 것, 이 모두가 호기심에서 시작했다.
지금껏 책을 제법 읽었지만 한낮의 햇살처럼 따스한 책은 드물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책에 나오는 데이터는 독자가 결코 본 적 없는 마음을 치유하는 데이터다. 정신적 평화를 얻는 데이터라고도 할 수 있다. 세상은 겉보기만큼 그렇게 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 책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저자가 데이터를 제대로 바라보는 시선을 앞세워 삶의 지혜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숫자에 집중하기보다는 그 이면을 바라 보라고(간극 본능), 숫자가 주는 공포에 빠지지 말고 실제 수를 따져보라고 말한다(공포 본능). 숫자보다 눈앞에 보아는 개개인에 주목하면 자원의 낭비가 생긴다. 수치 없이는 세계를 이해할 수 없으며, 수치만으로 세계를 이해할 수도 없다(크기 본능). 하나의 수만 보면 잘못 해석할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가질 수 있지만 수를 비교하고 나눠보면 희망이 보이기도 한다(크기 본능). 저자는 데이터가 숫자 이면의 현실을 넘어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때만 데이터를 좋아한다는 고백까지 한다(단일관점 본능). 데이터의 불확실성을 염두해 두며 사람들 사이에 관심의 불을 지피면서도 머리는 늘 냉정함을 유지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분별 있는 행동을 하라고 알려준다(다급함 본능).
"상황은 나쁘면서 동시에 나아지고 있기도 하고, 나아지고 있지만 동시에 나쁘기도 하다. 세계의 현 상황도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내가 누구보다 이 책의 열혈독자이자 한스 로슬링의 팬이 된 이유는 나 역시 겸손, 호기심, 긍정성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의 삶과 경험,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책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 책을 처음에는 원서로 읽고, 번역서를 읽었다. (나는 원서를 많이 읽는 사람은 아니다) 영어 공부를 위해 원서를 읽고 싶은 분에게 추천할 정도로 읽기 쉽다. 물론 번역서도 쉽게 읽힌다. (저자가 그만큼 독자를 배려하고 쉽게 썼다) 원서로 읽으며 저자의 마음을 더 따뜻하게 느꼈다. 영어가 이렇게 다정했던가?
무엇보다 실생활에 큰 도움이 된 부분은 다급함 본능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책에서 "심호흡을 하라"고 알려준다. 그렇다. 지금이 아니면 절대 안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성격 급하고 말 빠른 나에게 필요한 한마디다. 급할수록 필요한 건 심호흡!
https://www.gapminder.org/ 사이트를 방문하면 책에서 소개한 Dollar Street 사이트와 다양한 정보가 있다. 특히 download를 클릭하면 저자가 TED에서 사용한 각종 ppt, pdf, 툴 등을 다운받을 수 있다. 자유롭게 다운로드하고 수정도 가능하다. 아래는 해당 사이트에서 얻은 이미지다.
이 책의 핵심 10가지 극적 본능
극적 본능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야 우리가 해야 할 행동 (10가지 팩트풀니스 권고사항)
2014년 저자의 TED 강연: 저자의 유쾌한 강의에 빠져보자
원서(왼쪽)와 번역서(오른쪽). 페이퍼백 원서는 번역서의 반값이다. 색상을 달리 디자인한 센스!
퀴즈로 읽는 《팩트풀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