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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Nov 09. 2019

강요하지 않고 원하는 바를 얻는 대화법

《비폭력대화》를 읽고

코칭을 공부하는 모임에서 친구가 꼭 들어야 할 교육이 있다며 모두 같이 수강하자고 제안했다. 과정명이 "비폭력대화(NVC, Nonviolent Communication)"였다. 


 '무슨 제목이 그래. 비폭력이라니, 대화로 사람 죽일 일이 뭐가 있다고. 과격한 제목이네.'


속으로 비웃음이 나왔다. 어쩌면 이 책의 제목을 처음 접하는 여러분도 그런 생각을 할지 모르겠다. 직장을 다니면서 여러 교육 과정을 접했고, 특히나 커뮤니케이션 과정은 강의를 할 정도로 많이 안다고 자만했기에 나는 참여하지 않았다. 다음번 만났을 때 강의를 듣고 온 친구들이 너무 유익한 교육이었다며 심화 과정을 듣겠다고들 했다.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왜 그렇게 목을 매는 걸까?'


그때까지도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비폭력대화"는 자연스럽게 나의 관심을 벗어났다. 6개월쯤 지난 후 《비폭력대화》가 다시 화제가 되었다. 매일 15분 독서를 하고 인증하는 채팅방에서 여러 사람이 좋다고 추천했다. 이제 더 이상 비웃을 대상이 아닌 듯했다. 비폭력대화는 내 삶에 그렇게 다가왔다.


《비폭력대화》에서 핵심은 NVC모델 네 단계다. 

첫째,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구체적 행동을 관찰한다.

둘째, 그 관찰에 대한 느낌을 표현한다.

셋째, 그러한 느낌을 일으키는 욕구, 가치관 원하는 것을 찾아낸다.

넷째,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을 부탁한다.

 

이 네 가지 요소로 솔직하게 상대에게 말하고, 상대의 말도 그렇게 듣는다. 상대가 어떤 말을 하든 관찰하고 느끼고 필요로하고 부탁하는 거에만 귀를 기울인다. 또한 스스로에게도 연결해서 사용한다. 이 네 가지 요소를 말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할 때(관찰), 나는 ~를 느낀다(느낌). 왜냐하면 나는 ~이 필요하기 때문이다(욕구). 그래서 나는 지금 ~을 했으면 한다(부탁).'


관찰, 느낌, 욕구, 부탁이 내가 잘하는 것에서 못하는 순서다. 나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편이다. 평가를 가급적 하지 않으려 한다. 한 번의 행동을 보고 어떻게 사람을 평가할 수 있는가? 특히나 말다툼할 때도 그 순간의 행동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지나간 잘못을 지적하지는 않는다. 아들과 집안일로 불평을 쏟아낼 때도 지난 잘못된 행동이 수만 가지 떠올라도 꾹 참고 바로 그 순간 아들이 제대로 하지 않은 것만 언급한다. 


"사흘 전부터 일반 쓰레기봉투에 담긴 쓰레기를 밖에 나갈 때 내어놓으라고 말했는데 그대로네." 

(절대하지 말아야 할 말: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번 말하면 바로 들어 준 적이 손에 꼽을 만큼이야.)


여기까지는 좋다. 그다음이 문제다. 내 느낌을 표현해야 하는데 서툴다. 초코파이 CM송이 내 삶의 주제가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 어리석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렵다. 늘 간접적으로 표현해야 했다. 대놓고 표현해 본 적도 없지만 그렇게 하면 되바라졌다고 주변에서 비난할 분위기였다. 그러다 보니 감정표현이 어렵다. 좋아도 좋고 불쾌해도 좋다. 지금은 세상이 바뀌어 자기표현을 다들 잘하지만, 아직도 나에겐 쉽지 않은 영역이다.   


침묵 → "내가 혼자 집안일을 다하려니 많이 힘들어."


감히 어떻게 욕구를 말하는가? 원하는 것을 누군가가 줘도 덥석 받으면 예의에 어긋난다고 배웠다. 적어도 한번은 거절해야 한다. 물론 가족은 그나마 다른 사람보다 편하게 욕구를 말할 수 있지만, 가족이 아닌 타인에게 나의 욕구를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NVC모델 네 단계를 보면서 상호 간에 욕구를 정확하게 말한다면 오해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욕구가 있는 사람이 표현하고 상대가 들어준다면 그때 진정한 대화가 오고 갈 것이다. 때로 우리는 오해와 착각으로 상처받고 멀어진다.


침묵 → "나는 네가 작은 거라도 도와주면 훨씬 수월할 것 같아. 쓰레기봉투가 집안에서 오래 머물면 기분도 상쾌하지 않으니 내가 부탁했을 때 바로 버려주면 기분이 좋겠는데."


단점이 뭐냐고 물어보면 항상 '부탁을 못 한다, 거절을 못 한다'는 말을 했다. 내가 해버리고 말지 다른 사람을 이래라저래라하는 게 어렵다. 상대의 눈치를 본다고 해야 할까? 부탁했는데 거절당할까 두렵고, 거절했다가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볼까 봐 두려웠다. 긍정적이고 구체적으로 목적을 인식시키며 주의 깊게 부탁해야 할 것이다. 부탁은 어디까지나 부탁이다. 상대가 거절할 권한이 있다. 상대가 응하지 않더라도 상대는 죄의식을 느끼지 말아야 한다. 어쩌면 나는 강요를 부탁으로 여겼을지도 모른다.


"집안일은 어느 정도는 나눠서 하는 게 좋지 않겠니? 기꺼이 도와줄 수 있겠니?"


표현, 욕구, 부탁을 못 하는 것. 이 모든 게 잘못된 교육의 잔재다. 책에서도 나오지만, 우리는 대놓고 자신을 표현하고, 욕구를 말하고, 부탁하라고 배우지 않았다. 오히려 남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항상 애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부터라도 연습이 필요하다.


어떻게 말이 사람에게 폭력을 휘두를 수 있을까? 


우리는 전혀 '폭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말할 때에도 종종 본의 아니게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마음을 아프게 한다. 

- 《비폭력대화》에서


특히 내가 조심해야 할 영역이다. 아무 생각 없이 던지는 말 한마디가 나에게나 다른 사람에게 폭력으로 다가갈 수 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결국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말'이므로 우리 삶에서 커뮤니케이션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 일상에서 문제의 시발점을 밝히다 보면 결국 커뮤니케이션 문제인 경우가 상당하다. 조직에서 리더십의 부족이든, 가정에서 자녀와의 갈등이든, 부부나 연인의 다툼이든 결국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되지 않아 오해가 눈덩이처럼 커져서 발생한다.


다른 커뮤니케이션 교육과 차별화되는 비폭력대화의 장점이라면 쉽게 기억할 수 있으면서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는 NVC모델 네 단계를 다양한 경험과 예시로 제공한 점이다. 상대에게 말하고, 내가 듣는 차원에서 유용하면서, 나에게도 내밀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나의 욕구를 잘 관찰해서 부탁하는 마음으로 나 자신과 내면의 대화를 시작하련다. 모든 시작은 나에게서 출발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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