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3기] 7주차 편지/일기와 관련된 책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7주차 주제인 편지/일기와 관련된 책 네 권을 소개한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빈센트 반 고흐,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 《쓰기의 감각》 앤 라모트, 《행복한 책읽기》 김현, 《비폭력대화》마셜 로젠버그
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 테오와 주고 받은 편지를 묶은 책. 동생 테오의 편지를 포함한 40여 통의 편지와 그림들이 추가로 실려 있고, 편지에 언급한 그림이나 각 시기에 해당하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책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감상적이고 우울한 것이 아니라 뿌리 깊은 고뇌다. 내 그림을 본 사람들이, 이 화가는 정말 격렬하게 고뇌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의 경지에 이르고 싶다. 어쩌면 내 그림의 거친 특성 때문에 더 절실하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모든 것을 바쳐서 그런 경지에 이르고 싶다. 그것이 나의 야망이다.
다시 희망을 갖게 되었다. 그 희망이 뭔지 아니? 가정이 너에게 의미하는 것이, 나에게 흙, 풀, 노란 밀, 농부 등 자연이 갖는 의미와 같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바꿔 말하면, 너에게 가정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할 이유가 될 뿐 아니라, 필요할 때는 너를 위로하고 회복시켜주는 것이기를 바란다는 말이다. 그래서 부탁하는데, 너무 일에 찌들지 말고 너 자신을 돌봐라.
- 《반 고흐, 영혼의 편지》중에서
습작시인 프란츠 크사버 카푸스와 릴케가 1903년부터 1908년까지 약 5년여 간 나눈 편지와 리자 하이제 부인과 나눈 편지를 묶어 한권의 책으로 발행. 이들이 주고 받는 편지를 통해 시인의 삶과 고뇌를 엿보자.
당신의 고독이 크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기뻐하십시오. 크지 않은 고독이란 대체 무엇일까(하고 자신에게 물어보십시오). 고독은 오직 하나일 뿐입니다. 그것은 크고, 쉽게 견뎌낼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사람에게, 이 고독을 무엇인가 아주 평범하고 값싼 결합과 교환하고 싶은 때가 오는 법입니다. 누구든 상관없이 가까이에 있는 사람, 아무리 시시한 사람과의 하잘것없는 외양적 일치하고라도 교환하고 싶은 때가 오는 법입니다……. 그러나 대개 그때야말로 고독이 성장하는 시간입니다. 왜냐하면 고독의 성장은 마치 소년의 성장과 같아서 고통이 따르고, 봄이 시작될 때처럼 서러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그것에 현혹되어서는 안 됩니다. 필요한 것은 오직 고독, 커다란 내면적 고독뿐입니다. 자신에게로 침잠하여 몇 시간이고 아무도 만나지 않는 것,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됩니다.
-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중에서
이 책은 편지/일기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책은 아니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필독서다. 글쓰기가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아래 인용은 저자의 일기가 발간되어 다른 사람에게 선한 영향을 준 에피소드다.
내 친구 패미가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나는 갓 태어난 아들에 관해 기록하고 있었고, 패미는 아들의 양육을 돕고 있었기에, 대부분의 일기에는 이미 그녀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다 어느날 문득 그녀가 더 이상 곁에 있어 주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그 일기를 타이핑해 에이전트에게 보냈다. 샘이 하루하루 자랄수록 패미의 증세는 점점 악화되었으므로, 나는 최대한 빨리 글을 쓰고 있었다. 그녀가 생전에 책을 읽을 수 있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소원은 이루어졌다. 나는 패미가 죽기 몇 달 전 그녀에게 완성본을 건넬 수 있었다. 그것은 또 하나의 연애편지였다. 주로 그녀를 향한, 그리고 샘과 그녀의 딸 레베카를 향한. 패미는 자기가 죽은 후에도 자신의 이야기가 종이에 인쇄된 형태로 존재하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을 통해 자신의 존재가 불멸하리라는 것도.
한편으로 나의 일기가 다른 사람들, 특히 싱글맘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도 내 안에 일부 있었다. 샘이 처음 태어났을 무렵,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 관한 웃음과 아픔이 담긴 현실적인 이야기를 찾아보았는데, 그런 책은 한 권도 없었다. 훌륭한 육아서들은 제법 있었지만, 그 어느 것도 내게 웃음을 선사하지는 않았고, 육아의 고통이나 수유용 브래지어가 가진 불편함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쓰기의 감각》 중에서
김현(1942~1990)이 1985년 12월 30일부터 1989년 12월 12일까지 만 4년의 381일치의 일기이자 유고로, 김현의 숨은 사유의 궤적들, 그의 꿈과 욕망을 보여주는 김현 문학의 밑그림들에 해당한다. (중략) 이 책은 그의 왕성한 독서 편력기이자 우리에게 희귀한 일기문학의 가장 뛰어난 예로 꼽힌다. 1992년 초판이 간행된 이후 지금껏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온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2015년 12월 현재, 단행본 기준 통쇄 31쇄) 한국 문학을 향해 끊임없이 창조적 배반을 요구하는 열린 비평과 지성적 사유의 전범으로서 김현의 글은 그의 사후 25년을 지나도록 여전한 감동과 질문을 지금-여기에 던지고 있다. - YES24 책소개 중에서
다른 커뮤니케이션 교육과 차별화되는 비폭력대화의 장점이라면 쉽게 기억할 수 있으면서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는 NVC모델 네 단계를 다양한 경험과 예시로 제공한 점이다. 상대에게 말하고, 내가 듣는 차원에서 유용하면서, 나에게도 내밀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나의 욕구를 잘 관찰해서 부탁하는 마음으로 나 자신과 내면의 대화를 시작해보자. 지금 혹은 과거의 행동을 후회한다면 충족되지 않은 욕구와 연결해서 화해하고 용서하자.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3기 회원의 편지와 일기 일부는 다음과 같다.
O님
현재의 저는 아직 어리고 아집도 있어서 더 깨어지고 정제되어야 하지만, 그럼에도 제 마음 밭에는 좋은 자질들이 가득 심겨있다고 생각합니다. 마흔의 당신의 삶에서 더 많은 꽃이 피어나고, 그 모양과 색깔이 다채로울 수 있도록 저도 현재에서 최선을 다해 살겠습니다.
T님
작년 슈뢰딩거의 고양이 얘기를 했었지만, 올해는 고양이가 들어있는 박스를 서서히 열어가고 있는 것 같아. 관측하지 않은 남은 3개월동안, 수많은 경로와 가능성을 잘 생각해보고 지속적으로 차근차근 앞으로 나가보자. 지금 잘 하고 있어. 매일매일 반성하고 반영하는 만큼,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을 거야.
D님
나는 이제 그 아이를 수시로 위로해주고 싶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도 그 아이를 떠올렸어. 혼란스럽고 두려웠던 시간도 지나고 이제는 모든 게 단순해진 생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미안한 마음을 한 번에 용서받고 싶지 않아. 이따금씩 그 아이는 또 보채겠지. 조금 더 빨리 왜 나를 위로해주지 않았느냐고. 나는 그때마다 사과할 준비가 되어있어.
E님
언제까지나 네가 힘들고 쉬고 싶으면 그만두어도 돼. 오늘처럼 너무 힘들면 조금 자도 큰일 나지 않아. 네가 좋아하는 침대 위에서 뒹굴뒹굴하며 여유 부려도 사치라고 생각하진 말자. 아무리 남들이 하루를 48시간처럼 산다고, 어떻게 그 많은 일을 다 하냐고 놀래도 너는 사실 집에서 베짱이처럼 쉬는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잖아. 조금 쉬어도 괜찮고, 모든 걸 다 하지 못하고 넘어가도 괜찮아. 그럼에도 너는 충분히 부지런하게 살고 있어서 여기까지 해왔을 거라는 걸 알고 있어.
S님
그래 여기까지는 잘 왔어. 이제부터가 제일 중요해. 네 안에 계시는 성령님과 매일 대화하고 수시로 기도하면서 사명을 잘 준비하고 수행했으면 좋겠어. 잘 알고 있잖아. '고난'이란 '준비시키시는 이가 주시는 선물'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고난은 감당할 만큼만 주신다는 것을..
M님
'지치지? 이제 좀 멈춰서 생각해보자! 그만 불평불만하고!' 넌 너무 너만 생각했어! 지금 생각해 보니 너만 생각하고, 너만 보니까 세상이 주는 에너지와 품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지! 그래도 괜찮아! 그게 너인걸 이제 깨달았으면 된거야!
L님
지금의 나도 그렇게 호락한 현실을 살고 있지 않다. 하지만 미래는 기대가 된다. 분명 나는 멋진 무언가가 되어있으리란 걸 안다. 늘 그래왔듯, 예상치 못한 어떤 순간들 속에서 나는 웃고 있다.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미래의 내가 다시 현재의 나에게 손을 내민다. 이것도 다 지나가니 조금만 더 참으라고 말한다. 잘하고 있다고. 너 지금 충분히 멋지다고. 적잖이 위로가 된다. 앞날이 꽤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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