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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주간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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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Oct 12. 2019

요즘 재미있게 즐기는 게 뭐야?

일과 삶의 조화를 찾아서

이번 주는 시드니에 출장 와 있었어요. 잠시 왔다가 일만 하고 몰래 가려고 했는데 딱 걸리고 말았네요. 회사 팀원들과 팀 활동으로 볼링 치며 단체 사진을 찍었는데, 그중 한 명이 페이스북에 볼링장 장소와 함께 저를 넣어 포스팅했어요. 매의 눈으로 페이스북을 보던 예전 매니저가 댓글을 달았고, 하는 수 없이 그녀를 만났어요.


사실 지나고 보면 참 고마운 사람인데, 성과평가 중에 받았던 피드백이나, 가끔 이해할 수 없었던 그녀의 비이성적인 행동을 떠올리며 마음이 복잡했어요. 사실 시드니에 몇 번 다녀 가면서도 제가 먼저 연락하지는 않았거든요. 그래도 저를 보고 싶어 한다는 게 감사한 일이죠. 제가 매정한 사람인 것 같기도 해요.


그녀는 저에게 기회를 준 사람입니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던 저를 외국계 대기업에 다니도록 기회를 제공한 장본인이죠. 시간이 흘러 어떤 관계가 되었든, 해당 회사에 첫발을 디디도록 해 준 분들이 참으로 고마워요. 여러 후보자 중에서 저를 선택했다는 것은 제가 마음에 들었다는 것이고, 그들의 선택이 아니었다면 제 운명은 달라졌을 테니까요. 그 모든 분을 은인으로 기억하고 그들의 건강과 행복을 늘 빌어요. 


그녀가 요즘 취미(재미)로 뭐하냐고 묻더군요. 외국인들의 일상 질문은 우리와 다른 것 같아요. 우리는 삶에 찌들어, 일에 관한 것이든, 집안일에 관한 것이든 우리가 해야 할 의무와 책임을 주로 말한다면, 외국인들은 재미를 찾더군요. 정확히 말하면 "요즘 재미있게 즐기는 게 뭐야?"였죠. 대답은 당연히 '글쓰기'입니다. 브런치를 모르는 외국인에게 '온라인으로 글 쓰는 작가고 책도 곧 나올 거다. 글 쓰는 게 즐겁다. 내 경험에 기초한 일과 삶에 관한 글이다.'라고 이번 주에 몇 번을 설명했어요.


그녀는 계단에서 한번 미끄러진 후로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고 주 3회 필라테스, 주 2회 요가를 하고, 많이 걷는다고 해요. 책도 일주일에 한 권 읽고, 회사에서는 업무로 글을 많이 쓴다고 해요. 저와 참 비슷하죠? 아일랜드 사람인 그녀는 제가 만난 외국인 중에 가장 열심히 일하는 꼼꼼한 사람이었어요. 시간이 지나고 나니 굳이 그렇게 살 필요를 못 느껴서 요즘은 일과 삶의 조화를 위해 절대 야근이나 주말에 일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저 역시 작년까지는 주말에 나가 일했는데 이제는 출장 오지 않는 한 가급적 근무 시간 내에 일을 다 마치려 해요. 물론 아침에 일찍 출근하여 일하는 것은 안 비밀이지만요. 그 정도면 제 필명에 맞게 일과 삶을 조화롭게 관리하는 편이죠? 이번 주는 'Fun'이 화두였어요. 나에게 재미는 무엇인가? 어떻게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 


아일랜드말로 건배는 "슬론차"라고 해요. 7년 전에 들은 그 말을 아직도 기억하죠.


우리는 아일랜드말로 건배 "슬론차"를 외치며 식사를 마쳤어요. 다음엔 자기 집에 와서 저녁을 함께하자는데 아직도 망설여지네요. 그녀의 마음만큼 제가 다가가지 못하는 거겠죠.


여러분이 요즘 재미있게 즐기는 건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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