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중한 버킷리스트 여덟 가지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을 정리한 목록을 버킷리스트라 부른다. 죄수를 사형할 때 목을 맨 상태에서 교도관들이 양동이를 치워 버리는데(Kick the Bucket), 이때 교도관이 몸소 죄수의 소원을 들어주었다는 것에서 유래했다. 마인드맵으로 나의 미래 모습을 상상하며 구체적인 버킷리스트를 정리했다. 나의 소중한 버킷리스트 여덟 가지는 다음과 같다.
버킷리스트 1: 출간 기념회
버킷리스트 2: 은퇴 전 매년 여행과 은퇴 후 일 년 동안 현지인처럼 살기
버킷리스트 3: 4년제 대학생이 되어 캠퍼스 누비기
버킷리스트 4: 피터 드러커처럼 죽을 때까지 배우고 일하기
버킷리스트 5: 은퇴 후 대학교수 혹은 산업 강사 되기
버킷리스트 6: 은퇴 후 KOICA 자원봉사 참여하기 (ODA 활동)
버킷리스트 7: 일과삶 북카페 오픈
버킷리스트 8: 일과삶 커뮤니티센터 오픈
출간 기념회는 내 인생의 꿈이다. 죽기 전까지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적어도 한 권 내는 게 꿈이다. 노력해서 정 안되면 자가 출판이라도 하려고 했다. 운이 좋아서 올해 출간 계약은 했으나 출간 기념회의 꿈은 여전히 남아 있다. 내년이면 명예스럽게 은퇴시키길 원하는 버킷리스트 1호다.
예전에는 돈이나 시간이 없어서 여행을 못 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꼭 돈과 시간의 문제는 아니었다. 마음의 여유가 필요했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은퇴 전에는 매년 여행을 가고 싶다. 국내든 해외든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당일치기라도 다녀올 수 있다. 은퇴하고 나면 꼭 일 년 동안 일 개월 씩 한 도시에서 현지인처럼 살고 싶다. 최근에 알게 된 카우치서핑(Couchsurfing)을 활용해서 현지에서 친구도 사귀고 글도 쓸 것이다.
돌이켜보면 대학교 때 나는 범생이처럼 공부만 했다. 직장인의 신분으로 마친 석, 박사 과정도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학습했다. 논문을 쓰는 것보다 대학원 수업에 참여하면서 이론을 학습하고, 토론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고,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 즐거웠다. 아직도 지적 호기심이 남아 대학 시절이 그립다. 꿈에서도 가끔 대학으로 돌아가 캠퍼스를 누비고,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다. 캠퍼스 도서관 앞 파릇파릇한 잔디밭에 누워서 책도 읽고, 친구와 대화도 나누고 싶다. 문과 적성이지만 이과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문예 창작, 심리학 공부도 하고 싶다. 아니면 예대로 가서 디자인, 미술, 건축학, 음악도 배우고 싶다. 어떤 전공을 하고 싶다고 정하진 않았지만 언젠가 학생 신분으로 캠퍼스를 다시 누비는 게 꿈이다. 혹시 누가 알겠는가? 미술을 전공해서 그림을 직접 그린 작가가 될지?
《프로페셔널의 조건》을 읽은 후부터, 내 롤모델은 피터 드러커다. 그는 97세의 나이에 임종을 앞두고, 셰익스피어 전집을 재독 했고 새로운 책을 기획했다. 죽을 때까지 내가 배우고 일할 분야는 글쓰기와 코칭이다. 계속 성장 욕구를 충족해 나갈 것이다. 그처럼 꾸준히 책을 낼 예정인데 "바로 다음에 나올 책"을 최고로 꼽는 작가가 되고 싶다. 배우고 익히는 과정 자체가 내 삶이 되길 원한다.
이년 정도 외래 교수 신분으로 강의했다. 그때만큼 행복했던 적이 있을까? 강의를 준비하는 설렘과 전달하는 즐거움을 누렸다. 과목을 맡으면 기존에 알던 내용보다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전체적인 시각으로 해당 과목을 이해해야 하고, 준비과정에서 교재를 두세 번 읽다 보면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기도 한다. 새로운 정보를 검색해야 하고, 트렌드도 알아야 하기에 학습하지 않을 수 없다. 준비한 내용을 현장에서 전달하는 과정에서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내기도 한다.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진행되면 그 또한 학습의 기회가 된다. 은퇴 후 대학교수로 강단에 서거나 혹은 내가 발행한 책으로 저자 특강을 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우연히 공적 개발 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 사업을 하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을 알게 되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과 경험이 한국에서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손을 내밀고 싶다. 어떤 분야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일하고 있는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으면 어디서든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다른 것에 욕심을 내지 않지만, 책 구매는 나에게 유일한 사치다. 손에 책이 들어오면 나가는 일이 없다. 지금까지 구매하고 읽은 책을 보관하고 있다. 저자 사인본도 제법 있다. 언젠가 북카페를 내어 내가 구매하여 읽은 책을 진열하고 싶다. 누구라도 와서 진한 커피 향에 빠져 밑줄이 그어진 손때 묻은 책을 읽기를 바란다. 북카페를 위해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싶다. 직접 내린 커피를 마시며 잔잔한 음악과 함께 책을 읽고 싶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과 진지한 대화도 나누면 좋겠다.
나의 궁극적인 목표다. 누구나 와서 강의하고, 누구나 와서 무료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학습의 장을 만들고 싶다. 365일 다양한 강좌가 열리고, 원하는 과목을 수강할 수 있고, 학습을 즐기는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는 커뮤니티 센터를 열고 싶다. 사람들에게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녔는데 과연 이 버킷리스트 8호를 이룰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온다면, 적어도 멋진 인생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연히 떠들고 다니는 버킷리스트 여덟 가지, 공표만 한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을 이루기 위해 나는 현재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버킷리스트 2호 여행을 제외하고 나의 일상은 글쓰기, 학습, 그리고 강의로 가득하다. 현시점에서 내가 즐기는 삶이기도 하다. 즐기면서 노력하다 보면 그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2005년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생에게 말한 축사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Stay Hungry, Stay Foolish, Connect the Dots." 그렇다. 나 역시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많고, 여전히 바보 같으며, 여전히 점을 연결해 나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