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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주간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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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Nov 23. 2019

완벽을 꿈꾸는 그대에게

부족한 나,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기

저에게 조금만 여유가 있다면 좋겠는데 말이죠. 제가 가지는 강박증은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되나 봐요.


"여유를 좀 가지세요."


예전에 대학원에 다닐 때 동기가 왜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몰랐어요. 나름 여유롭게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빈틈없이 촘촘하게 사는 사람처럼 보이나?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돌이켜 보면 전 강박증을 가진 사람 같아요.


어떤 모임이든 늦어도 10분 전에, 보통은 30분 전에 가야 마음이 편해요.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고생을 많이 했죠. 아이들에게 기다림은 일상이었죠. 여행을 위해 공항을 가거나, 가족 모임을 가거나, 언제나 미리 가서 기다렸죠. 아이들을 동행해도 예외가 없었으니까요. 전 학생 중 가장 학교에 빨리 갔으니 일찍 가는 습관은 학창 시절부터 시작되었죠. 회사도 30분 일찍 출근해야 마음이 편해요. 평생의 습관입니다.


이런 강박 때문에 큰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뉴욕에서 미국 국내선 비행기를 갈아타서 최종 목적지인 보스턴에서 동료를 만나기로 한 적이 있어요. 한국에서 뉴욕까지 오는 비행기가 연착되어 보스턴 행 비행기로 갈아탈 시간이 거의 없었죠. 탑승 시간이 보통 비행기 출발 시간 보다 30분 정도 빠른데 전 탑승 시간만 보고선 늦었다고 열심히 달렸어요.


보스턴 행 비행기를 타는 게이트에 부랴부랴 도착했는데 승무원도 없고 게이트 문이 닫혀 있었어요. 늦었다는 강박 때문에 사고가 멈추었습니다. '내가 늦어서 게이트가 닫힌 거야'라고 생각하고선 닫힌 게이트를 열고 뛰었어요. 비행기를 타고야 말겠다는 일념과 동료를 제시간에 만나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었죠. 갑자기 알람이 울렸습니다. 보안 요원이 달려왔어요.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다행히 보안 요원은 저를 혼내지 않고 보스턴 행 비행기 게이트가 바뀌었으니 다른 게이트로 가라고 친절히 안내해줬습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아찔해요. 뭐가 그리 급하다고 닫힌 게이트 문을 열고 들어갔는지... 미국 경찰서에 안 잡혀간 게 다행이죠.


이런 강박이 문제로 그치면 다행인데 큰 사고가 날 뻔도 했어요. 4시 30분에 회의가 끝날 것이라 믿고 5시 약속을 잡았는데 회의가 5시 10분에 끝났어요. 지각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저는 정신없이 달렸어요. 기다리는 상대에 미안한 마음이 반, 여유 있게 약속을 잡지 못한 자책이 반이었죠. 좀 빨리 뛰어가면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 약속장소 바로 앞에서 무단횡단을 감행했어요.


'이제 다 왔다. 여기만 건너면 몇 초라도 덜 늦은 시간으로 만난다.'



평소 차가 없는 일방통행 도로인데 그 날따라 차가 많았어요. 이래저래 살피며 무단횡단을 하고 다 건넜다고 생각하는 순간 바로 제 뒤로 차가 쌩 지나갔어요. 제가 1초만 늦게 건넜다면 낯선 도시에서 비명횡사했을 겁니다.


기다리는 상대에게 미안하지만 조금 늦으면 어때서, 스스로 지각하는 것을 좀 받아주면 어때서, 내가 좀 부족하면 어때서, 왜 저를 못살게 구는 걸까요? 죽는 것보다 더 소중할까요? 이제야 대학원 동기의 조언을 이해할 수 있어요.


"네 맞아요. 전 여유가 필요해요. 시간 강박에서 해방되어야 하고요, 부족한 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여유도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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