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과삶 Nov 12. 2019

요즘 재미있게 즐기는 게 뭐야

일과 삶의 조화를 찾아서

시드니에 출장 왔다. 잠시 왔다가 일만 하고 몰래 가려고 했는데 딱 걸리고 말았다. 회사 팀원들과 팀 활동으로 볼링 치며 단체 사진을 찍었는데, 그중 한 명이 페이스북에 볼링장 장소와 함께 나를 넣어 포스팅했다. 매의 눈으로 페이스북을 보던 예전 매니저가 댓글을 달았고, 하는 수 없이 그녀를 만났다.


사실 지나고 보면 참 고마운 사람인데, 성과평가 중에 받았던 피드백이나, 가끔 이해할 수 없었던 그녀의 비이성적인 행동을 떠올리며 마음이 복잡했다. 사실 시드니에 몇 번 다녀가면서도 내가 먼저 연락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나를 보고 싶어 한다는 게 감사한 일이다. 내가 매정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나에게 기회를 준 사람이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던 나를 외국계 대기업에 다니도록 기회를 제공한 장본인이다. 시간이 흘러 어떤 관계가 되었든, 해당 회사에 첫발을 디디도록 해 준 분들이 참으로 감사하다. 여러 후보자 중에서 나를 선택했다는 것은 내가 마음에 들었다는 것이고, 그들의 선택이 아니었다면 내 운명은 달라졌을 테니까. 그 모든 분을 은인으로 기억하고 그들의 건강과 행복을 늘 빈다. 


그녀가 요즘 취미(재미)로 뭐하냐고 나에게 물었다. 외국인들의 일상 질문은 우리와 다르다. 우리는 삶에 찌들어, 일에 관한 것이든, 집안일에 관한 것이든 우리가 해야 할 의무와 책임을 주로 말한다면, 외국인들은 재미를 찾는다. 정확히 말하면 "요즘 재미있게 즐기는 게 뭐야?"였다. 대답은 당연히 '글쓰기'다. 브런치를 모르는 외국인에게 '온라인으로 글 쓰는 작가고 책도 곧 나올 거다. 글 쓰는 게 즐겁다. 내 경험에 기초한 일과 삶에 관한 글이다.'라고 이번 주에 몇 번을 설명했다.


그녀는 계단에서 한번 미끄러진 후로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고 주 3회 필라테스, 주 2회 요가를 하고, 많이 걷는다고 했다. 책도 일주일에 한 권을 읽고, 회사에서는 업무로 글을 많이 쓴단다. 나의 일상과 비슷하다. 아일랜드 사람인 그녀는 내가 만난 외국인 중에 가장 열심히 일하는 꼼꼼한 사람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굳이 그렇게 살 필요를 못 느껴서 요즘은 일과 삶의 조화를 위해 절대 야근이나 주말에 일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나 역시 작년까지는 주말에 나가 일했는데 이제는 출장 오지 않는 한 가급적 근무 시간 내에 일을 다 마치려 노력한다. 물론 아침에 일찍 출근하여 일하는 것은 안 비밀이지만, 그 정도면 내 필명에 맞게 일과 삶을 조화롭게 관리하는 편이 아닐까? 이번 주는 'Fun'이 화두였다. 나에게 재미는 무엇인가? 어떻게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 


우리는 아일랜드말로 건배 "슬론차"를 외치며 식사를 마쳤다. 다음엔 자기 집에 와서 저녁을 함께하자는데 아직도 망설여진다. 그녀의 마음만큼 내가 다가가지 못하는 거겠지.


여러분이 요즘 재미있게 즐기는 건 무엇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