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타는 아니길
나는 너의 잠을 지킨다
- 진은영의 시 『연애의 법칙』 중에서
사랑이라는 게 뭘까?
나보다 타인을 더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에 '더'를 덧댈 수 있을까?
나의 잠은 누가 지켜줄까?
가까울수록 짙은
외로운 안개
무욕한 고독
- 조병화의 시 『사랑, 혹은 그리움』 중에서
친구가 팀장인 회사에 팀원으로 입사했다. 친구이니 마음고생은 안 할 거라는 생각은 착오였다. 친구는 다른 팀원보다 유독 나에게 차갑게 대했다. 잘해주기를 바랬다기 보다는 최소한 다른 사람만큼 대해주길 원했는데, 다른 팀원들이 편애한다고 불평할까 봐 오히려 나에게 불이익을 안겨줬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조심하고 마음을 다해야 하건만. 사람들은 망각한다. 가족에게, 가까운 친구가 늘 곁에 있을 거라 착각한다. 정작 엉뚱한 사람을 챙기느라 바빠서 사랑해줘야 할 사람에게는 무심해진다. 상처로 가득한 나는 점점 단단해진다. 욕심을 버려보지만, 점점 무거워진다.
아니,
나는 삼켜지지 않아
- 한강의 시 『저녁의 대화』 중에서
나를 삼키려 해도, 가시로 찔러도 난 괜찮아. 받은 아픔만큼 나를 사랑할 거야.
하늘 높이 솟아오르기만 하거나
앞으로 미래로만 달려 나가면
제 그림자를 볼 수가 없다.
- 이문재의 시 『태양계』 중에서
내가 먼저 중심에 서야 그림자를 만나겠지.
잠시 서서 나를 돌아보는 것, 그 또한 나를 사랑하는 방법.
사람이라고 글자를 치면
자꾸 삶이라는 오타가 되는 것
나는 그것을 삶의 뱃속이라고 생각한다
- 이병률의 시 『면면』 중에서
삶이 오타일까? 사랑이 오타일까? 내가 오타인 건 아닐까?
바로 서기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
너보다 너를 더 사랑하는 사람
사랑에 '더'를 덧댈 순 없는 법
모성애는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다
네가 옆에 있어도
내 그림자가 희미해지는 까닭은
너의 잘못이 아니야
안개가 품은 울음으로
나는 점점 단단해진다
점점 무거워진다
촘촘히 박힌 가시를 뽑아내고
내 그림자를 만나는 순간
사랑은 나에게로 향하고
나는 똑바로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