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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May 12. 2020

일요일 오후 두시

평안만이 있기를

내 몸과 나는

얼마나 멀고 가까운가.

너와 나는

얼마나 신비롭고

거룩한 것인가.

- 이문재의 시 『아주 낯선 낯익은 이야기3』  중에서


내 몸과 나조차 가깝고도 먼 사이인데 당신과 나는 얼마나 깊은 겹겹의 인연으로 만났을까?



누군가 하루 종일

生活에 대해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 이장욱의 시 『지진』  중에서


이상과 현실을 오가는 우리의 삶,

우리를 일깨우는 그 무엇, 

나의 말, 나의 행동

당신의 말, 당신의 행동,

우리의 생활



서로의 추억이 반짝일 때 헤어지는 맛도 있겠다.

- 황동규의 시 『이별 없는 시대』  중에서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이형기의 시 『낙화』 중에서)" 싯구를 떠올리는 표현이다. 만남에는 헤어짐이 정해져 있고 떠남이 있으면 반드시 돌아옴이 있기에 이별은 그렇게 슬프지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헤어져야 한다면 아름다운 기억을 안고 떠나는 게 좋겠다.



한때는 솟구치는 물줄기였지만, 불꽃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높은 키도 사라지고 조용하고 편편해서

오가다 지친 사람들은 누구나 앉아 쉬었다 가는 곳입니다.

- 김기택의 시 『그루터기』  중에서


더 멀리 물을 뿜어내도록, 더 찬란하게 붙태우도록 

당신에게 내 모든 것을 다 바친 후에는 다른 사람을 위해 살겠다. 

먼 여행을 떠났다가 당신이 돌아온다 해도 나는 만인의 쉼터가 되겠다.



거기, 슬픔에 대한 오랜 환대

거기, 낡은 악의에 대한 새하얗게 빳빳한 환멸

- 진은영의 시 『거기』  중에서


거기에는 슬픔도 원망도 없는 평안만이 있기를


4월 27일 - 5월 1일 시필사


일요일 오후 두시


겹겹의 인연으로

너는 시선은 불그레한 노을에

나는 발은 진흙에 빠져

그렇게 지나친다


마지막 불씨까지 지킨 밤

희망 한 스푼

새벽을 안고 떠나는 

너의 뒷모습


우리가 다시 만나는 날은

일요일 오후 두시 같은

한숨을 쉬며

시계만 쳐다보는 평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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