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만이 있기를
내 몸과 나는
얼마나 멀고 가까운가.
너와 나는
얼마나 신비롭고
거룩한 것인가.
- 이문재의 시 『아주 낯선 낯익은 이야기3』 중에서
내 몸과 나조차 가깝고도 먼 사이인데 당신과 나는 얼마나 깊은 겹겹의 인연으로 만났을까?
누군가 하루 종일
生活에 대해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 이장욱의 시 『지진』 중에서
이상과 현실을 오가는 우리의 삶,
우리를 일깨우는 그 무엇,
나의 말, 나의 행동
당신의 말, 당신의 행동,
우리의 생활
서로의 추억이 반짝일 때 헤어지는 맛도 있겠다.
- 황동규의 시 『이별 없는 시대』 중에서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이형기의 시 『낙화』 중에서)" 싯구를 떠올리는 표현이다. 만남에는 헤어짐이 정해져 있고 떠남이 있으면 반드시 돌아옴이 있기에 이별은 그렇게 슬프지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헤어져야 한다면 아름다운 기억을 안고 떠나는 게 좋겠다.
한때는 솟구치는 물줄기였지만, 불꽃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높은 키도 사라지고 조용하고 편편해서
오가다 지친 사람들은 누구나 앉아 쉬었다 가는 곳입니다.
- 김기택의 시 『그루터기』 중에서
더 멀리 물을 뿜어내도록, 더 찬란하게 붙태우도록
당신에게 내 모든 것을 다 바친 후에는 다른 사람을 위해 살겠다.
먼 여행을 떠났다가 당신이 돌아온다 해도 나는 만인의 쉼터가 되겠다.
거기, 슬픔에 대한 오랜 환대
거기, 낡은 악의에 대한 새하얗게 빳빳한 환멸
- 진은영의 시 『거기』 중에서
거기에는 슬픔도 원망도 없는 평안만이 있기를
일요일 오후 두시
겹겹의 인연으로
너는 시선은 불그레한 노을에
나는 발은 진흙에 빠져
그렇게 지나친다
마지막 불씨까지 지킨 밤
희망 한 스푼
새벽을 안고 떠나는
너의 뒷모습
우리가 다시 만나는 날은
일요일 오후 두시 같은
한숨을 쉬며
시계만 쳐다보는 평행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