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왔다가 스쳐 지나가는 봄처럼
그리고 지금 너와 내가 잠시 같이 하는
이 오늘은
우리 서로 두고 갈
―그 내일이다.
- 조병화의 시 『지금 너와 내가』 중에서
내일이 되면 오늘은 절대 다시 올 수 없는 법
그렇게 소중한 오늘
우리는 각자의 트랙 앞에 서 있다
너라는 진앙을 끓어 넘쳐
우리를 안는다
- 이설빈의 시 『끌어안는 손』 중에서
절망과 비겁을 넘어선 너라는 진앙
손목이 문제였다
귀를 막을 때도 무엇을 빌 때도 짝이 맞지 않았다
- 이병률의 시 『내 손목이 슬프다고 말한다』 중에서
둘이 아니면 절대 할 수 없는 것
두 귀를 막으려면 두 손이 필요하고
두 눈을 가리려면 두 손이 필요하다.
무엇을 빌 때도 두 손이 필요하고
무엇을 축하할 때도 두 손이 필요하다.
짝이 맞지 않는 게 손목만의 문제일까?
그대 생각이 바다로 들어가다 걸음 멈추고
쓸쓸히 침착히 눈을 맞고 있다.
- 황동규의 시 『그리움의 끄트머리는 부교(浮橋)이니』 중에서
사랑이 별건가?
있는 그대로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면
힘없이 사라질 눈송이 같은 얇디 얇은 간사함
삶이 뭐 별거냐?
몸 헐거워져 흥이 죄 빠져나가기 전
사방에 색채들 제 때깔로 타고 있을 때
한 팔 들고 한 팔은 벌리고 근육에 리듬을 주어
춤을 일궈낼 수 있다면!
- 황동규의 시 『북한강가에서』 중에서
너무 심각하지 않게 힘 빼고 즐겁게 살 순 없을까?
조르바처럼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인생을 즐길 순 없을까?
잠시 왔다가 스쳐 지나가는 봄처럼
달리기
땅~
소리와 함께
각자의 트랙 앞에서
오늘을 버리고 떠날 준비를 하는 우리
두 귀를 막아도
두 눈을 가려도
점점 더 크게 보이는 너의 목소리
힘없이 사라질 눈송이 같은 얇디 얇은 나의 간사함
조르바에게서 춤을 배우면
잠시 왔다가 스쳐 지나가는 봄처럼
멈출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