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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Aug 06. 2020

나를 나답게 해주는 것

연결망 속에서 커넥터로 활동하는 나, 그게 바로 나

코로나19로 재택을 하던 중 최근 전 직장 동료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가끔 점심을 먹으며 일상을 나누던 동료다. 각자 다른 직장으로 이직한 후 만나 안부를 전했다. 갑자기 연락을 해서 함께 아는 후배의 일자리를 나에게 부탁했다. 우리 회사는 계속 사람을 뽑기도 하고 내가 그 후배를 어느 정도 알기에 적합한 포지션을 알려줄 거라 기대했단다. 혹은 내가 아는 사람이 많으니 다른 곳에 추천해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연락했단다. 다행히 그 후배가 지원할만한 자리가 있어서 우리 회사 채용 링크를 알려주고 이력서를 회사에 전달했다.


오늘은 또 다른 동료에게서 연락이 왔다. 무척 친했던 동료인데 먼저 퇴사하고 지금은 프리랜서의 삶을 누린다. 역시나 함께 아는 임원이 다른 직장으로 옮겼는데 그곳에 근무할 디지털 마케터를 찾는다고 내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는지 문의했다. 마침 경력자는 아니지만 함께 일해본 신입직원 후보자가 떠올라서 연결해 줬다. 회사는 작지만 정말 좋으신 분이니 함께 일하면 축복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임원분에게는 열정 가득하고 매사에 자기 일처럼 적극적으로 임하는 친구라고 추천했다.  


요즘은 뜸하지만 한때 소개팅을 제법 주선했다. 선남선녀가 짝이 없이 외롭게 지내는 모습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서 오지랖을 펼쳤다. 그 결과 세 쌍의 부부가 아직까지 알콩달콩 살고 있다. 세 쌍의 부부를 성공적으로 인연을 맺어주면 천당에 간다고 들었는데 믿거나 말거나 내심 뿌듯하다. 한때는 커플매니저라는 직업을 심각하게 고려해 보기도 했다. 


나는 연결 전문가다. 취업 알선이나 중매와 같은 직접적인 연결뿐 아니라 간접적인 연결에도 관여한다. 정체성 찾기 프로젝트인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수업을 꾸리며 글쓰기로 나를 찾으려는 사람들을 연결한다. 10주 동안 비슷한 동기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웃고 울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나서게 도와준다. 벌써 6기가 끝나 40명과 인연을 맺었고 7기라는 새로운 연결을 주선했다.


책 읽기를 좋아하지만 꾸준하게 이어가기가 어렵거나, 함께 읽은 책 정보를 공유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 모임인 '매일 독서 습관 쌓기'를 만들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나는 책과 사람을 연결한다. 완독한 분들을 축하하고 데이터를 업데이트하고 감사 인사를 전하는 수고로움이 삶의 활력소로 다가온다. 매일 독서를 인증하는 30여 명뿐 아니라 단톡방에 있는 40여 명의 사람을 서로 연결한다. 내가 만든 모임이라는 틀 안에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참여하니 감사하다. 


끊임없는 연결 가운데 가장 큰 혜택을 본 사람은 바로 나다. 여덟 직장을 옮겨 다니는 동안 다섯 곳을 지인의 추천으로 이직했다. KBS 열린 채널 출연도 시작은 문우의 소개였다. 바쁜 부모를 위한 긍정의 훈육》 번역서를 낸 것도 함께 영어 공부했던 분의 추천으로 맡게 되었다. 생애 첫 책 《아이 키우며 일하는 엄마로 산다는 건》 출간 역시 번역서 출판사 주간님의 연결로 가능했다. 연결은 또 다른 연결을 만들었고 다른 방향으로 새롭게 뻗어 나간다.


비대면을 일컫는 ‘언택트(Untact)’에 온라인을 통한 외부와의 ‘연결(On)’을 더한 개념으로, 온라인을 통해 대면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이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등장한 새로운 흐름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온택트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화되며 사람들 간의 연결도 끊어질 거라(언택트) 걱정했다. 하지만 온택트라는 신조어가 생겨나듯 우리는 보란 듯이 연결되고 만난다. 미션에 실패하면 탈락이라는 재미있는 영어 모임으로 알게 된 사람들이 계속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결국 오프라인에서 만나 함께 식사했다. 그리고 함께 학습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이들과의 인연이 또 어떤 연결로 뻗어 나갈지 기대되고 설렌다. 연결망 속에서 커넥터로 활동하는 나, 그게 바로 나다.


"인생은 여행이다."라는 대표적인 말이 있다. 마치 기차 여행과 같다. 자신의 인생이라는 기차에 탑승하여 몇몇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한다. 어떤 사람들은 기차에 타서 일부는 계속 함께 있고, 일부는 다른 역에서 내리기도 한다. 때로는 새로운 사람이 타기도 한다. 아름다운 표현이지만 기차의 승객은 수동적이고 다소 직선에 가깝다. 특정한 인생의 목적지를 위해서는 내려야 한다. 대신에 스스로를 원자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다른 원자들과 서로 부딪치면서 에너지를 교환하기도 하고, 다른 원자와 결합하기도 하여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TED 좋은 기회를 잡는 비밀? 아직 여러분이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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