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주간 성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과삶 Aug 22. 2020

다시 미니멀 라이프, 디지털 미니멀 라이프

일상이, 매 순간이 미니멀한 삶

올 초에 미니멀 라이프를 외치며 당근마켓과 알라딘 앱을 애용했죠. 그리곤 평소의 습관대로 살았습니다. 거래가 없는데 자꾸 알람이 오니 짜증이 나서 당근마켓 앱의 알람을 꺼놓기까지 했어요. 이번엔 진짜 미니멀 라이프를 누리게 되었어요. 



집을 반으로 줄여 이사를 하거든요. 


100평에서 50평으로 옮기는 게 아니라, 20평대에서 10평으로 옮깁니다. 혹자는 나이를 먹으며 집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전 반대로 가고 있어요. 지금부터 조금씩 버리고 미니멀하게 사는 준비를 해야 나중에 훌훌 털고 미련 없이 가지 않을까 싶어요. 좁은 곳에 살면 답답해서 다시 넓은 곳으로 옮기고 싶어질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마음은 그래요. 대학원을 다닐 때였죠. 학교 근처 원룸에서 자취하는 동기 집에 놀러 갔었죠. 왜 그렇게 부러웠을까요?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작은 방을 보며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 생각했어요. 집이 작으면 청소하기도 쉬울 거고 꼭 필요한 것만 소유할 테니까 말이죠. 



다시 당근마켓, 알라딘 앱을 켰어요.


집이 작아지니 꼭 가져갈 것을 제외하고는 다 처분해야 되겠더라고요. 옷장에 꽁꽁 쟁겨둔 정장, 패딩을 꺼내 큰 봉지에 담았더니 5봉지도 넘었어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많을 옷을 샀는지 자책했어요. 옷이나 신발을 무게로 재어 방문 구매하는 곳이 있다고 해서 시도해 봤어요. kg당 100원에서 300원 정도에 거래가 되더군요. 50kg 이상 되는 양을 팔아치우고 눈물 찔끔 닦았어요. 꼭 필요한 옷만 사리라 다짐했어요.


올 초에 첼로를 단돈 만 원에 팔았는데 이번에 플루트를 조금 올려서 3만 원에 내놨더니 8만 원에까지 사겠다는 채팅이 쏟아졌어요. 이미 처음 손을 드신 분과 예약 했기에 아쉽지만 3만 원에 팔았어요. 제습기는 어찌나 인기가 많은지 당근마켓 앱이 마비될 정도로 알람이 와서 핸드폰에 손을 댈 수가 없었죠. 아끼며 사용하던 원목 오크 테이블은 눈물을 머금고 단돈 만 원에 처분했어요. 정든 물건이 하나둘 떠나갑니다. 언제가 헤어져야 한다면 서로가 가장 좋은 때 이별을 고해야겠죠.


당분간 읽지 않을 책은 시골집에 다 보냈는데도 한 두 달 사이에 책이 쌓였어요. 머리에 이더라고 곁에 두고 싶은 책을 제외하고는 시골에 한 박스 보내고, 나머지는 알라딘에 팔았어요. 15권 정도의 책이 50kg의 옷보다 더 값어치가 있더군요. 구매 금액으로 옷이 10배 이상 비싼데 중고 금액은 역전이 되니 신기했어요. '상품의 가치가 과연 무엇인가?' 다시 생각했어요. 무언가를 사야 한다면 금액 자체 보다 그 가치를 따져봐야겠더라고요.



가장 중요한 디지털 미니멀 라이프 


10년 이상 사용한 노트북에 이상이 있어 새롭게 노트북을 장만하고선 정리를 안 하고 있었죠. 새 노트북은 작가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저에게 주는 작고 확실한 사치입니다. 문제는 사용하던 노트북을 묶혀둔 거죠. 이 노트북을 처분해야 하기에 이번에 다시 켜서 파일을 지우고 백업을 했어요. 제 습관은 여기서도 보이더군요. 


10년 이상 한 번도 열어보지 않는 파일이 수두룩해요. 20년 이상 직장 생활을 하며 모아둔 이메일, 파일, 사진, 동영상 들이 가득했어요. 다 지우자니 아쉽고 백업을 받자는 용량이 부담스럽더군요. 일단 외장 하드에 담았는데 '이제는 클라우드로 옮겨야 하나?' 고민이 되었어요. 외장 하드는 분실 혹은 고장의 위험이 있으니까요. 


일을 할 때 버저닝을 많이 하는데 결국 나중에 필요한 건 최종 파일이잖아요. 그럼에도 전체 버전을 다 저장해두고 정리하지 않아요. 폴더를 제대로 네이밍 하지 않아 같은 파일을 이곳저곳 저장하기도 하죠. 백업이나 정리를 염두하고, 디지털 미니멀 라이프를 생각하며 평소에 정리했다면 이런 고생을 안 할 텐데 말이죠. 파일을 복사하고, 지우는 데만 꼬박 하루가 걸렸어요. 방치한 10년의 시간을 하루 만에 정리한 게 더 대단하게 느껴지더군요. 


이삿짐을 싸고, 중고거래를 하고, 노트북 파일을 정리하며 결심했어요. 이 순간만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는 게 아니가 일상이 미니멀 라이프여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런 마음을 다잡기 위해 월간 대청소 날을 정하고 체크리스트에 넣었어요. 매월 마지막 주말에는 대청소를 하는 겁니다. 평소에 하는 집 안 청소가 아니라, 내가 가진 물건 중 불필요한 건 없는지, 내 노트북에 어질러진 파일은 없는지 마치 이사를 하듯 정리하려 합니다. 더불어 제 마음도 함께 정리해 보려 합니다. 일상이, 매 순간이 미니멀한 삶을 꿈꾸어 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언택트 시대, 슬기로운 재택생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