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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Sep 29. 2020

절실하면 나오는 시간

나를 채우는 시간도 필요해

웬만해서는 평일 저녁에 약속을 잡지 않는다. 루틴으로 하는 평일의 일과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산책 40분, 독서 30분, 요가 15분, 시 필사 및 낭송, 영어 발음 연습, 영어 문장 연습 및 녹음, 한 문장 일기, 글 한 편 공유, 이사를 위한 짐 정리를 한다. 이 모든 일을 빠뜨리지 않기 위해 구글 킵에 체크리스트 양식을 만들어 매일 점검한다. 이것만 해도 하루 2시간이 금세 지나간다. 해야 할 일을 완벽하게 마감한 날은 체크리스트에 분홍색을 칠하고, 하나라도 사소한 것을 빠뜨리면 노란색을 칠한다. 결과를 가지고 나를 자책하거나 칭찬해 줄 목적이라기보다는 나를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한 용도다. 주말엔 청소나 일주일에 한 번씩 해야 할 특별 일과가 포함된 주말용 양식을 사용하며 할 일이 생각날 때마다 목록을 추가한다. (사용방법 유튜브 참고)


구글킵 일일체크리스트의 기록 (분홍색 미션 100% 완료, 노란색 미션 일부 미완료) 


지난주만큼 일정이 꽉 찬 주가 있을까? 우선 내가 직접 진행하는 것으로 화요일에는 원데이 독서토론〉, 금요일에는 〈서평으로 시작하는 글쓰기〉 합평 수업, 토요일에는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합평 수업이 있었다. 목요일에는 처음 시작한 〈콘텐츠 탐구하기〉 수업에 참여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을 들여 준비해야 할 일 목록이 쌓여갔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주엔 추석 연휴가 있다. 


작년 추석엔 각자의 집에서 '며느리'라는 역할을 가진 친구들과 모든 걸 툴툴 털어버리고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그러고선 일 년에 서너 번 아니 한두 번이라도 제주도에 다녀오자고 맹세했건만 모래 위에 써버린 사랑의 약속처럼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번 추석은 코로나 때문에 가족 방문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5일간의 황금 휴일을 어떻게 보낼까?'라는 설렘으로 기다렸다. 밀린 영화를 하루에 한 편씩 보는 낭만적인 상상을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추석 할 일 목록에는 이미 5일 동안 꼬박 시간을 투자해도 될까 말까 한 일로 넘쳐난다.


신기하게도, 바빴던 지난주에 추석 할 일 목록에 있는 일을 일부 당겨왔다. 사람마다 일하는 방식이 다른데 어떤 사람은 하기 싫은 일을 먼저 처리하고 나서 하고 싶은 일을 빠르게 처리한다. 나는 바쁜 와중에도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어떻게든 짬을 내어 먼저 해버린다. 하고 싶은 일부터 빠르게 처리한 후 별로 하고 싶은 않은 일은 마감에 맞추어 완료하는 편이다. 그리고는 또 그 이후에 있을 일을 미리 당겨 처리한다. 


화요일 독서 토론이 밤 11시 30분에 끝났는데 12시 넘어까지 유튜브에 올릴 자료를 만들었다. 원래 유튜브 영상은 추석 연휴에 여유 있게 만들 계획이었지만 빨리 만들어 올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결국 바로 뒷날 완성해서 올렸다. 원래는 배경음악을 깔고 싶었지만 자꾸 오류가 나서 유튜브 스튜디오와 씨름하다가 포기하고 늦은 시간에 공개했다.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계속 일정이 있었으니 다른 건 못하겠다 하면서도 토요일 낮에 시간을 내어 내년도 일정을 잡았다. 이 또한 추석 연휴에 달력을 펼쳐놓고 큰 그림을 그릴 예정이었는데 내년 일정이 궁금한 마음을 달랠 수 없어 엑셀을 이용하여 내년 일정을 계획했다. 다 하고 나서 생각해보니 내년에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심화 과정〉을 열기로 한 게 기억났다. 이미 빡빡한 일정에 어떻게 추가해야 하나, 월요일에 넣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일단 두기로 했다. 절실하면 시간은 나오니까. 커리큘럼이 완성되면 그때 고민해보기로.


2021년 모임 일정


문제는 다양한 모임 리딩으로 나를 채울 시간이 부족한 점이다. 하루 15분 원서 읽기와 15분 책 읽기를 하지만 아직 읽을 책이 많다. 특히 지난주는 바쁘다는 핑계로 원서만 15분 읽은 날도 있다.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삶은 여유 있게 독서하며 인생을 즐기는 것이다. 모임 욕심으로 나를 내려놓는 건 주객이 전도된 모습이다. 이사를 앞두고 짐 정리와 디지털 정리가 필요한데 이것 역시 거의 못 한다. 가장 중요하게는 책쓰기를 멈추었다. 원고는 쌓여가는데 책으로 정리를 못하니... 나에게 과연 소중한 게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로선 추석에 모든 것을 몰아놓은 상태다. 5일 동안 완독해야 할 책만 5권이다. 일일 일독인 셈이다. 비록 할 일 목록으로 가득 찬 연휴지만 마음만큼은 비워둬야지. 진심으로 내가 바라는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욕심을 내려놓아야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기억해야겠다. 물론 절실하면 시간이야 나오겠지만. 과욕은 위험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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