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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Oct 13. 2020

당신을 존경합니다

내 삶에 영향을 준 당신

피터 드러커는 은퇴에 대한 질문에 “죽으면 영원히 쉴 테니, 사는 동안은 은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임종 3개월 전에도 셰익스피어 전권을 꺼내 놓고 다시 읽기 시작했으며, 새로 나올 책을 구상했다. 그는 베르디의 오페라를 열여덟의 나이에 보면서 베르디가 여든 살에 작곡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이를 먹게 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정진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3년 또는 4년마다 새로운 주제를 정해서 끊임없이 새로운 주제로 공부했는데 60년 동안 통계학, 중세 역사, 일본 미술, 경제학 등 매우 다양한 분야를 학습했다. 이러한 학습법은 그에게 새로운 주제와 시각 그리고 방법에 대해 개방적인 자세를 가지게 했다. 그는 변화에 뒤처지지 않게 평생 지속하는 과정을 학습이라고 정의했는데 지금 이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학습법, 평생학습이다. 


"We now accept the fact that learning is a lifelong process of keeping abreast of change. And the most pressing task is to teach people how to learn."

- Peter Drucker


그가 죽기 전까지 학습했다는 사실을 책으로 알게 되면서 피터 드러커는 나의 롤 모델이 되었다. 내가 꿈꾸던 삶을 실행에 옮긴 실존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노동이 중심이 되던 시대에 지식사회의 도래를 예견해 현대 경영학의 틀을 마련했고 '지식근로자'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지식근로자로 일하는 내 일과 삶의 태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직장을 다니며 대학원에 들어갔을 때 무시막지하게 공부를 시키는 지도교수님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학교 전체를 통틀어 그 누구도 교수님보다 더 오래 책과 자료를 연구하는 사람이 없었다. 우리는 그를 '걸어 다니는 책'이라고 불렀는데 책에 나온 이야기를 하면 어느 책 몇 페이지 몇째 줄에 있는지를 알기 때문이었다. 해외에서 공부한 적도 없는 그는 원서를 완벽하게 해석했다. 수업 시간에 대학원생에게 영어 원문을 읽히고 그는 즉석에서 해석했다. 영어를 좀 한다는 나도 그의 탁월한 용어 선택에 감탄하며 받아 적었다. abandon을 '유기하다'로 advance를 '진작하다'로 chronic을 '고질적인'으로 dictate를 '규정하다'로 사전에서는 찾을 수 없는 멋진 표현을 읊었다.


교수님 덕분에 대학원을 다니는 동안 전공 공부 뿐 아니라 영어 공부까지 열심히 익혔다. 한 학기 수업을 책 한 권으로 진행하는 교수님이 대부분이었다면 지도교수님은 한 주에 한 권을 마쳤다. 따라서 책값도 만만치 않게 많이 들었고 집안 가득 원서가 쌓였다. 그래도 불평할 수 없던 건 교수님이 더 많이 읽으니까, 우리가 투자하는 시간의 몇 배를 학습에 쏟으니까. 


무엇보다 좋은 건 우리는 직장 다니며 돈 버는 학생인데도 돈을 쓰지 못하게 한 점이다. 항상 우리에게 밥과 커피를 사주시며 어떻게든 빨리 졸업하라고 격려하셨다. 학생의 졸업을 볼모로 삼아 온갖 잡일을 시키며 부려먹는 일부 몰상식한 교수가 있기도 하지만, 지도 교수님은 논문에 손을 놓고 포기하려는 학생을 설득하고 도와주셨다. 덕분에 나도 빨리 졸업했다.


10년 전 《육일약국 갑시다》를 감동적으로 읽었다. 저자 김성오 사장은 4.5평의 약국을 전국 2번째의 규모로 성장시키고 그 경험을 기반으로 LG전자 협력사를 4배로 키웠다. 이후 메가스터디에서 출발한 엠베스트 사장을 거쳐 기업교육 회사인 메가 HRD를 설립했다. 그 회사에서 마련한 특강에서 그를 만났다. 책에 있는 내용을 직접 육성으로 들으니 더 와닿았다. 


그의 성공에는 특별한 비법이 있는데 바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다. 사람들은 자기 마음에 고마운 마음이 들거나 미안한 마음이 들게 하면 놀라운 일이 생기며,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가진 것을 줘야 한다는 그의 말에 진심을 느꼈다. 육일약국에서 나가는 손님 뒷모습을 보며 그가 생각한 3가지는 여전히 나에게 큰 울림을 준다. 


"나를 통해 만족했을까? 다음에 다시 올까? 다음에 다른 사람을 데리고 올까?"


그는 당시 페이스북을 시작하여 나와 친구의 인연을 맺었다. 메가 HRD 행사에서 인사를 드렸더니 단번에 내이름을 기억해서 놀랐다. 페이스북 사진으로 내 이름을 떠올린 것이다. 이후 몇 년 간 모임에 참여하며 안부를 묻기도 했다. 지금은 네이버 인물 검색으로 메가스터디 부회장이라는 것만 알 수 있어 아쉽지만 그 분의 건강과 행복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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