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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Oct 20. 2020

여든 살의 내가 너에게 보내는 편지

시간 여행을 떠나기

안녕?


여든 살이 언제쯤 올까 했는데 시간은 참 빨리도 간다. 예전에 그런 글이 있었지. 지금의 나처럼 나이 든 분이었는데 내용은 잘 기억 나지 않지만, 50대에 늦었다 생각했지만 60세가 되어 보니 10년이라는 시간이 있었고, 또 80세가 되니 60세, 70세는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결코 늦은 나이가 아니더라는. 지금 내 마음이 그래. 항상 늦은 때란 없는 거라고 결심하고 시작하는 순간이 가장 빠른 때라고 말하고 싶어.


지금 생각해보면 글쓰기를 인생 중반에 시작하길 잘한 것 같아. 용기를 내어 브런치 작가를 시작한 지 30년이 되었네. 일만 시간의 법칙에 따라 한 곳에 10년만 투자해도 전문가라는데 30년 동안 꾸준히 글을 쓴 난, 내가 생각해도 기특하다. 네가 그랬잖아. 넌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사람이라고. 네가 말한 대로 그런 꾸준함과 일관성 덕분에 지금의 나는 여전히 바쁘고 즐겁게 살아. 책을 자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평균 일 년에 한 권은 내지.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문집까지 포함하니 책장에 내 책으로 가득하다. 가끔 문집을 펼치며, 예전 문우들의 얼굴을 하나씩 떠올리는 재미가 쏠쏠해. 더 궁금하면 이들의 블로그와 브런치에 댓글도 남기고, 아직도 유지되는 단톡방에 안부 글도 남겨. 지나고 나니 이게 다 재산이더라. 


도 좋아하고 삶도 즐겼지. 한때 동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일을 그만두고 싶어하기도 했지만 잘 버티어줘서 고마워. 솔직히 일의 스트레스가 10이라면 네가 좋아한 건 90이라 쉽사리 결정을 못 내린 것도 있잖아. 일의 경험이 고스란히 글감이 되어 책을 내게 되었으니 일과 글쓰기는 분리될 수 없는 거야. 나중에 잊지 않게 잘 기록해 둬. 네가 쓴 일기가 책쓰기에 큰 도움이 되거든. 당장은 힘들겠지만, 너도 알다시피, 시간이 많은 부분을 해결해 주잖아. 고통의 경험이 나중에 힘이 되니까.


글쓰기와 함께 시작한 미니멀라이프 덕분에 지금도 아주 간소하게 살아. 가끔 방문하는 독서 토론, 글쓰기 수업 문우 덕분에 쌀을 사고 전기세는 낼 수 있으니까. 텃밭에 가꾼 상추를 뜯어다 양념을 해 밥에 쓱쓱 비벼먹으면 풍성한 한끼가 되지. 26세의 체력까지는 아니지만 자연 속에 있어서 그런지 몸도 아주 건강해. 노년에 생계를 유지하는 데 생각보다 큰돈이 필요하지는 않더라. 돈을 가지고 세상을 떠날 것도 아니고 말이지. 그러니 노후 대책을 너무 걱정하지 말아. 돈보다 외로움이 더 무서운 거야. 친구나 많이 사귀어 두렴. 사실 네가 개설하고 운영한 모임 덕분에 외롭진 않아.


지금에서 와서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좀 더 도전해보라는 거야. 넌 생각은 많아서 무작정 일을 벌이지 못하는 것 같아. 완벽주의 성향 때문이지. 물론 젊은 때 보다 많이 줄긴 했지. 그래도 지금 내가 봤을 땐 넌 아직 갈 길이 멀어. 조금씩 준비하며 차근차근 일을 진행했기에 지금의 내가 되었는데. 좀 더 과감하게 도전하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은 있어. 


물론 네가 마음이 편하고 만족하다면 그걸로 된 거야. 네가 행복한 게 가장 중요하거든. 그래 맞아. 중요한 건 있는 그대로의 너를 충분히 사랑하고 삶을 즐기는 거야. 너를 위한 작고 확실한 사치, 아티스트 데이트는 꼭 지키길 바랄게. 사랑으로 가득한 여든 삶을 맞이하고 싶은 내 마음 잊지 말고 꼭 명심해. 그럼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 오늘도 행복하게 지내렴.


여든 살의 내가 2020년의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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