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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Oct 24. 2020

부끄럽지만 아직도 못하고 있어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멍때리고 뒹굴뒹굴하는 하루 보내기


사실 언제든 할 수 있는 건데 못하는 것이다. 자기계발 강박증 환자인 나는 마음 놓고 쉬지 못하는 병에 걸렸다. 1시간 이상 휴식을 가지는 것에도, 그래 봐야 낮잠을 자는 정도지만, 죄책감을 느낀다. 워낙 벌인 일이 많기도 하지만 어릴 때부터 다져진 습관이기도 하다. 작정하고 떠난 여행이 아닌 이상 마음 놓고 편하게 쉬거나 논 적이 없다. 오죽하면 출장 가는 비행기 안에서의 강제 휴식에 감사했을까. 그러다 보니 게임으로 시간을 때우는 아이들을 이해할 수 없었고 말다툼도 많이 했다. 


나의 조급과 강박을 첫눈에 알아본 대학원 동기는 나에게 삶에 여유를 가지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마음이 급하니 말도 빠르고 성격도 급하다. 누군가는 차근차근히 하는 일을 나는 이미 저만치 앞서 나가서 말하니 때로는 소통이 안 될 때도 있다. 멍때리기,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필요하다. 불멍이라는 단어도 최근 다른 문우의 글에서 배웠는데 그야말로 나에게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한껏 움켜쥐면 새로운 것을 잡을 수 없다. 내려놓고 비워야 할 것이다. 



┃무작정 여행하기


내 삶에 유일한 일탈인 여행을 좋아한다. 그마저도 시간 절약 차원으로 출장을 겸한 여행을 즐겼다. 업무를 보고 하루 정도 휴가를 내어 출장지에서 시티투어를 하는 방식의 효율적인 여행을 즐겼다. 이젠 코로나 때문에 해외여행은 당분간 어려울 텐데. 진즉 휴가를 내어 여기저기 다닐 걸 싶지만 후회해도 소용없다.


개인적으로 떠나는 해외여행으로 자유 여행과 패키지 여행 중 단연코 패키지 여행을 선호한다. 몇 번 자유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여행에 사용한 시간보다 계획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했다. 패키지 여행 안내문보다 더 꼼꼼하게 엑셀에 모든 정보를 입력하지 않고선 자유 여행을 떠날 수 없었다. 동선, 이동 시간, 소요 비용, 교통수단, 식사 메뉴 등 모든 정보를 다 조사해서 미리 준비하는 스타일이라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지쳤다. 어떤 사람은 정보 검색하는 과정이 즐거움이라지만, 나에겐 단순 업무고 시간 낭비였다. 그래서 모든 걸 알아서 안내해주는 패키지 여행을 선택한다.


이런 성격 때문에 계획 없이 떠나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MBTI 유형 검사에서 다른 것은 변해도 절대 변하지 않는 성향이 S(인식의 기능-사실)와 J(행동 양식-계획)다. J성향이 강한 나는 융통성이 부족하다. 지금은 조금 유연해졌지만 계획에 조금이라도 차질이 생기면 어쩔 줄 몰랐던 때가 있다.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기차역이나 버스 터미널에서 이름도 모르는 행선지를 선택해서 떠나는 나를 상상해 본다. 아무런 계획 없이 자유로운 영혼으로.



┃템플스테이


불교 신자도 아니지만, 책을 읽으며 템플스테이의 존재를 알았다. 서울에서도 진행하는 곳이 있어서 조사도 해 두기도 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망설여져서 참여하지 못했다. 핑계라고 한다면 동행할 친구들 일정을 맞추지 못해서, 친구들은 꼭 템플스테이를 원하지 않아서 참여할 기회가 없었다. 하루나 이틀 정도 모든 것을 잊고 절이라는 공간에서 자연과 함께 명상을 하는 것, 생각만으로 설레는 데 말이다. 절실하면 혼자라도 갈 수 있는데 마음이 동하지 않았나 보다. 그러다 템플스테이 관련 기사나 글을 보면 '가고 싶다'고 속으로 되뇐다.


여행이 자유롭지 못한데 템플스테이는 어떨지 모르겠다. 여름휴가나 연말 휴가로 고려해야겠다고 둘러대지만 장기휴가가 꼭 필요하지도 않다. 1박 2일이면 충분하다. 시간의 문제라기보다는 마음의 문제다. 


하고 싶은데 미루는 것. 때로는 우선순위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비움, 여유, 명상 같은 것은 당장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다 못해 잊힌다.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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