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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Oct 27. 2020

저 혼자만 그런 건 아니랍니다

에바 캐시디(Eva Cassidy)의 Imagine을 들으며

영어 공부를 좀 더 자연스럽고 일상으로 즐기기 위해 회사 영어 동아리에서 매년 팝송 경진대회를 개최한다(올해가 두 번째지만). 누적의 힘을 믿는 나는 2달 전부터 매일 한 번씩 따라부르며 연습한다. 하루에 5분만 투자하기에 부담이 없고 반복 학습만큼 좋은 건 없으므로 일일 체크리스트에 넣고 실천한다. 음치이지만 노래를 들으며 따라부르는 순간은 힐링이 되고 마치 가수가 된 기분이다.


작년에는 조쉬 그로반(Josh Groban)의 Believe를 불렀다. 믿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가사가 와닿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어떤 노래로 도전할까 고민하다 최근 관심이 가는 에바 캐시디(Eva Cassidy)의 Imagine으로 정했다. 존 레논(John Lennon)의 원곡도 있지만 에바 캐시디 버전으로 부르고 싶었다. 따라부르며 가사에 흠뻑 취하기도 하고 그녀의 음색에 빠지기도 한다. 특히 가사의 이 부분이 공감된다.


Imagine no possessions 소유라는 게 없다고 상상해 봐요

I wonder if you can 그럴 수 있을까요

No need for greed or hunger 탐욕도 굶주림도 없겠죠

A brotherhood of man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Imagine all the people sharing all the world, you 모든 사람이 함께 나눈다고 상상해 봐요.


You may say that I'm a dreamer 당신은 내게 몽상가라 말하겠죠

But I'm not the only one 하지만 저 혼자만 그런 건 아니랍니다

I hope some day you'll join us 언젠가 당신도 우리와 함께하길 바랍니다

And the world will be as one 그리고 세상은 하나가 되겠죠


나 혼자만 그런게 아니라는 말. 다수가 그렇게 행동한다고 해도 정답은 아니다. 나는 나를 믿는다. 내 신념이 대중과 다른 방향으로 가더라도 분명 나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 믿는다. 소수일지라도 적어도 지구상에 한두 명은 있겠지. 학창 시절 가장 좋아했던 시구다. 함께 가는 게 물론 좋겠지만 의견이 다르다면 내가 옳다고 믿는 일을 묵묵히 하고 싶었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중에서


어찌 보면 나는 좀 특이한 인간이기도 하고 그 독특함을 즐기는 것 같다. 모임을 유료화해야 사람들이 열심히 참여한다고들 하지만 동의하지 않는다. 모임을 유료화해야 하는 데는 찬성한다. 운영자의 수고를 거저 누릴 순 없으니까. 하지만 그 이유로 사람들이 성실하게 참여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돈이 성실함을 대신해주는가? 사람이 돈에 움직이는 노예란 말인가? 월급을 적게 주면 대충 일하고 많이 주면 열심히 일하는가? 돈으로 살 수 없는, 돈과 무관한 열정을 믿는다. 나는 무료 모임에서 더 열심히 활동한다. 사실 무료든 유료든 열심히 참여하는 편이긴 하다. 하지만 무료 모임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는 나를 보면 뿌듯하고 더 크게 칭찬해주고 싶다. 언제부터 유료 모임이 생긴 걸까?


온라인 모임이 요즘처럼 활성화되기 전 우리는 스터디라는 이름으로 소모임을 했다. 생전 만난 적도 없던 사람을 카톡도 없던 시절 온라인(블로그나 카페 등)으로 알게 되어 모임에 나가도 될지 말지 망설이던 시절이 있었다. 카페 정모라는 명목으로 나가서 공동의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 각자 어떻게 취미를 계발해 나가는지 소개도 하고 공부도 함께 했다.


15년 전 경력 전환을 하고 해당 분야를 빨리 익히려 자격증 스터디에 참여했다. 당시 유일한 대학생이 모임을 만들었는데 나머지 구성원은 기업의 인사, 교육 담당자였다. 자격증 취득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위해 일 년 동안 매주 일요일마다 명절도 없이 만났다. 공부할 책과 발제자를 정해서 발표를 하고 Q&A를 하며 함께 학습했다. 모든 구성원이 한 번의 결석 없이 노력한 결과 과반수 넘게 글로벌 자격증을 독학으로 취득했다. 이때 우리는 리더에게 회비를 냈을까? 참여자의 성실함을 위해 돈을 내라고 했을까? 당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이제는 상식으로 여겨진다. 


유료모임이든 무료모임이든 참여할 가치가 있다면 사람들이 머물며 열심히 참여할 것이고, 가치가 없다면 떠날 것이다. 배부른 소리일지는 모르겠지만 그 가치를 돈으로 측정하고 싶지 않다. 그러므로 나는 유료모임도 운영하지만 무료모임도 제공할 것이다. 역으로 누군가 나에게 열심히 참여하면 돈을 준다고 해도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내가 특이하고 나와 비슷한 사람이 극소수일지라도 나는 믿는다. 이 노래의 후렴구처럼 말이다.


You may say that I'm a dreamer 당신은 내게 몽상가라 말하겠죠

But I'm not the only one 하지만 저 혼자만 그런 건 아니랍니다

I hope someday you'll join us 언젠가 당신도 우리와 함께하길 바랍니다

And the world will be as one 그리고 세상은 하나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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