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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Mar 27. 2021

사람에게 배웁니다

인연 그리고 관계에 관하여

사람의 인연이라는 게 신기합니다. 15년 전 윤영돈 작가님을 알았어요. 당시 커리어 코치라는 직업이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커리어 코치라는 용어를 사용해서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회사에 초빙해서 강의를 의뢰한 것 같기도 하고(가물가물) 아니면 섭외하고 싶은 강사였을 것 같아요. 제 연락처를 아는 걸로 봐서는 강의를 의뢰했거나 지인들 모임에서 만난 것 같기도 해요.


2019년 겨울에 갑자기 윤영돈 작가님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외국계 기업의 수시 채용에 대해 잡코리아TV 유튜브에 출연이 가능한지 문의를 주셨어요. 내려놓았던 유튜브를 살리던 때였고 잡코리아TV 라니 영광스럽기도 하더라고요. 제가 채용담당자는 아니지만,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려 몇 가지 중요한 포인트는 말할 수 있겠다 싶었죠. 그래서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녹화장소도 회사와 가까워서 퇴근 후 잠시 시간을 내어 영상을 찍고 차 한 잔을 마시며 책쓰기에 관한 이야기도 나눴어요. 작가님은 이미 책을 열 권 이상 내신 분이거든요. 


작년 12월에 작가님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어요. 채용 트렌드 2021》신간이 나왔다고 저에게 보내준다는 거였죠. 그때 잡코리아TV 유튜브 출연에 감사했다며 책을 보내주고 싶다고 말이죠. 감사했어요. 1년이 지난 일이고 그냥 지나갈 수도 있는데 신간을 보내준다니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분 주변에는 사람이 많거든요. 제가 아는 분 중 한 인맥 하는데 그게 이렇게 잊지 않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어요. 


또 하나 제가 깊이 반성한 한 가지가 있는 데요. 제 첫 책 아이 키우며 일하는 엄마로 산다는 건이 나왔을 때 했던 행동입니다. 책이 안 팔릴까 봐 걱정이 되어 지인들에게 책을 사달라고 했지 제가 먼저 보내주지 않았어요. 정말 낯이 달아오릅니다. 선배 작가님이 알려주었다면 그러지 않았을 텐데. 주변에 비슷한 작가들만 있다 보니 알려준 사람이 없었어요. 부디 독자 여러분, 책을 낸다면 감사한 분에게 책을 보내세요. 제가 다음 책을 낸다면 반드시 그렇게 할 겁니다. 생각해보면, 논문을 내면 그렇게 하거든요. 설레는 마음으로 감사한 분들 리스트를 작성해서 직접 찾아뵙거나 우편으로 보내줬는데 말이죠. 제가 정신이 나갔었나 봅니다. 


지난달에 윤영돈 작가님에게서 연락이 또 왔습니다. 채용담당자 모임을 10회차로 진행 중인데 아는 강사분들을 섭외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분들게 도움이 될 만한 강의를 할 수 있는지 문의했어요. 무료 특강이라고 해서 좀 아쉬웠지만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제가 아는 몇몇 유명한 지인들도 이미 강의를 했더군요. 작가님 역시 이 모임에서 돈을 받지 않고 개인 인맥으로 강사를 섭외해서 운영하는 거라 참 대단하다는 생각했어요.


마침내 지난 금요일 저녁, '일과삶, 균형 너머 조화로움으로' 특강을 진행했습니다. 내용이 너무 단출하고 뻔하지 않을까 염려도 되었지만 내 경험과 사유를 풀어놓으면 도움이 될거라 믿었습니다. 25여 명 오셨어요. 1시간 동안 제가 특강을 하고 1시간 동안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어요. 질문을 안 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정말 1시간 동안 꼭꼭 채워 질문과 답변을 했네요.


[무료저자특강 10번째] 일과 삶, 균형 너머 조화로움으로

 

전 이 질문과 답변 시간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는데요. 간혹 특강 후 해당 주제에 대해 Q&A를 하기는 했는데 1시간 동안 한 적이 없어서였을까요? 어쩌면 최근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제가 뭐라고, 금요일 불금을 보내야 할 시간에, 이 분들이 제 강의에 집중하고 또 소중한 질문을 하셨습니다. 제 말에 귀 기울여주시고 칭찬해 주셔서 몸들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분명 무료 특강이라고 하지만 제가 '돈을 주고 강의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라는 착각에 빠졌어요. 


이런 질문을 받았어요. 


시간 관리는 도대체 어떻게 하나요?

일과 삶의 조화를 '그네'라는 메타포를 사용했는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나요?

바쁘게 사는데 사람들이 자꾸 부탁해서 시간 관리가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 작가님은 어떻게 거절하시나요?

몇 년 전에 뵈었을 때 보다 많이 슬림해졌는데 그 비결이 뭔가요?

작가님의 꿈은 무엇인가요?


대답은 한 시간 동안 했지만 핵심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아요.


시간 관리는 도대체 어떻게 하나요? 좀 재수 없는 답이지만 절실하면 됩니다.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시간은 생겨납니다. 번역서 원고를 쓰면서 TV를 끊었습니다.


일과 삶의 조화를 '그네'라는 메타포를 사용했는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나요? 독서의 힘입니다. 일과 삶의 조화 강의를 준비하는 동안 《경애의 마음》을 읽었는데 책에서 그네 이야기가 나옵니다. 전혀 다른 묘사였지만 일과 삶의 균형은 시소와 같고, 일과 삶의 조화는 그네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바쁘게 사는데 사람들이 자꾸 부탁해서 시간 관리가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 작가님은 어떻게 거절하시나요? 저도 거절을 못 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싫지 않아서 아니 좋아서 수락했을 겁니다. 정말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거절했겠죠. 


몇 년 전에 뵈었을 때 보다 많이 슬림해졌는데 그 비결이 뭔가요? 회사에서 특강을 듣고 금주, 소식, 야채 많이 먹기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작가님의 꿈은 무엇인가요? 3단계 꿈이 있는데 최상은 곤지암에 문화센터를 건립하는 것이고, 중간은 작은 책방을 열어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하는 것입니다. 이도 저도 안되면 농사지으며 자급자족하는 것입니다.


유명 작가인 양 인터뷰 같은 Q&A를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윤영돈 작가님 덕분에 작가가 책을 내면 지인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선물해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내가 모든 걸 가지지 않아도 주변 인맥을 활용하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돈을 받지 않아도 돈을 주고 싶을 만큼 소중한 경험을 얻는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일과삶, 균형 너머 조화로움으로' 특강 편집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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