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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Aug 21. 2018

삶을 이야기하는 피아니스트

동네 특강 참가 후기

집 주변에 있는 문화원에서 주로 낮시간에 특강을 했는데 이번에는 웬일로 저녁에 특강이 있었다. 제목도 멋지다. "삶을 이야기하는 피아니스트"라니 궁금했다. 퇴근 후 저녁을 먹고 마실 나가는 겸 가보았다. 이 곳 문화원에서 하는 특강은 처음 참여했는데 깜짝 놀랐다. 참여자의 반 이상이 70대 이상의 노인이었다. 학습에 대한 열정은 나이가 들수록 커가는 것 같다. 예전에 전문대학교에서 심화과정반에 시간강사로 나간 적이 있다. 심화과정반은 전문학사가 된 후 2년의 추가 과정을 통해 4년제 학사를 취득하는 과정이다.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입학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40대부터 70대까지 4년제 대학 졸업장을 꿈꾸며 다니시는 분들도 많다. 그분들의 학습 열정이 어린 학생들보다 훨씬 더 강했다.


 

"삶을 이야기하는 피아니스트"라고 해서 피아니스트의 삶에 대해 특강을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지혜 피아니스트는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고 2개의 피아노곡을 들려주었다. 둘 다 처음 들어보는 피아노곡이라 사실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직접 연주하는 피아노곡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낭만주의 브람스의 클라비에르슈튀케 (op119): 피아노를 위한 3개의 인터메조와 하나의 랩소디로 이루어진 4개의 모음곡, 1893년에 작곡, 브람스의 마지막 피아노 솔로 작품집 

인상주의 드뷔시의 에튀드 연습곡 (반음)


연주가 끝나고 특강이 아닌 바로 Q&A를 했다. Q&A도 강의의 한 방식이지만, 예상치 못해서 당황스러웠다. 의외로 많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셨다. 질문의 내용으로 보았을 때 호기심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 중에는 독일 유학 중인 피아니스트에게 '세계 피아노 연주에 있어 한국의 위상이 어떤지?', '콩쿠르에서 심사위원 중 한 명이 왜 조성진에게 2점이라는 낮은 점수를 주었는지?', '피아노 곡 해석은 피아니스트의 경험에서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상상에 의한 것인지?', '피아노 페달의 기능은 무엇인지?', '긴 피아노 곳의 악보 암기는 어떻게 하는지?', '피아니스트의 꿈은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피아니스트의 답변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피아노곡의 해석 부분이다. 곡의 해석이라는 표현은 많이 들어봤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잘 몰랐다. 피아니스트는 위의 브람스 곡을 '사랑'이라는 스토리로 상상하여 해석해서 쳤다고 한다. 곡의 일부를 조금씩 다시 치면서 각 부분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1악장의 이 부분은 잔잔한데 진주가 커튼에서 떨어지는 판타지이고, 여기는 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한다. 그러다 투정을 부려서 격해지며, 다시 덤덤하게 사랑을 고백하는 것이다. 이 슬픈 곡조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두려움에 대한 것이고, 2악장의 경쾌함은 만남에 대한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산뜻한 바람이 불어 마음이 정리되고, 현재 사랑하는 연인에게 자신을 좋아하는지 묻고 있다.


피아노곡의 해석이 이런 식으로 되는지는 몰랐다. 그냥 작곡가의 의도를 상상하고 자기만의 것으로 소화하여 연주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러고 보면 규율에 의해 연습하는 스킬적인 측면보다 이런 해석에서의 창의성이 더 요구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피아니스트의 꿈은 작곡가와 일반인의 매개체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어렸을 때 꿈은 교육자였으나 피아노를 전공하게 되었으니, 피아노 연주와 더불어 특강도 하고 일반인들에게 클래식 음악에 대해 많이 알리고 싶다고 한다. 피아니스트임에도 설명도 잘하고, 친화력도 좋았다. 그는 연주력과 발표력 두 가지에 강점이 있다. 그래서 다른 연주자와 차별화된다. 별 기대 없이 갔던 동네 특강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어 좋았다. 



나의 어떤 강점을 조합하여 차별화할 수 있을까?
내가 만일 특강을 한다면 어떤 주제로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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