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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Sep 05. 2018

사랑하는 내 딸아

부치지 못한 딸에게 보내는 비밀편지

사랑하는 내 딸아

네가 있어서 감사해. 너는 내 기쁨의 원천이란다. 가끔은 나보다 더 마음 씀씀이가 예쁘고, 어떻게 이런 아이가 나에게 왔을까 싶을 정도로 과분하게 느껴질 때도 있단다.


기억나니?

네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사당역에서 과천으로 가기 위해 4호선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어. 유난히 할아버지, 할머니가 많이 기다리고 계셨지. 우리가 줄 서서 있는데 어떤 할아버지, 할머니가 바로 옆으로 와서 줄을 서셨어. 할머니가 너를 빤히 쳐다보아서 얼떨결에 넌 인사를 했지. 그러자 할머니가 옆의 할아버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단다.

“어머, 얘는 참 착하네. 내가 쳐다보니까 인사를 다하네.”

그러자 할아버지는 확인을 하려는 듯 너에게 말씀하셨어.

“음 그래? 그런데 나한테는 안 하는데. 인사한 것 맞아?”

그래서 넌 할아버지에게도 인사를 했단다.

전혀 모르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너의 인사에 귀엽다고 용돈 500원까지 주셨단다. 그러면서 딸을 잘 교육시켰다고 엄마까지 칭찬을 받으니 네가 자랑스러워 기분이 좋았단다.


기억나니? 

초등학교 3학년 때 네가 중간고사 시험을 치르고 집에 와서 같이 답을 맞혀 보았지. 정답은 '디젤기관차'였는데 너의 답은 '엔젤기관차'였지. 엔젤기관차는 얼마나 멋질까? 천사들만 타고 다닐 수 있는 기관차일까? 

네가 밥 먹으면서 잘못해서 밥그릇도 깨고, 이것 저것 사고를 많이 친 날이 있었지. 너는 미안해서 이렇게 말했어. 

"O형은 사고성이 많대"

O형은 사교성이 많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는데 사교성의 의미를 잘 모르고 사고성으로 이해했나 봐. 사고성을 '사고를 많이 내는 성격'으로 생각하고 말했지. 얼마나 귀여웠는지. 너의 실수가 다 용서가 되었어.

그렇게 잘못 이해하고 쓴 말도 많지만 넌 다른 사람이 잘 쓰지 않고 가끔 동화책에서나 볼 수 있는 말도 많이 썼어. 내가 토마토 주스를 갈아서 건네주면  "아~ 향긋한 냄새."라고 말했고, 어떤 때는 "참 아름답다."라는 표현도 했어. 너의 순진하고 때 묻지 않은 말 한마디가 나에게 얼마나 큰 기쁨과 행복을 주었는지 모를 거야.

고양이와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

난 네가 항상 사람들을 배려해 주길 바랬단다. 그런 나의 바람대로 넌 참 많이 친구들을 배려하지. 우리가 키우는 고양이에게 까지 그래서 난 참 좋아. 초등학교 6학년 때 넌 학교급식에서 남은 우유가 버려지는 게 아깝다며 집에 가져와서 고양이에게 주더구나. 나는 혹시 다른 사람이 먹을지도 모르니 다른 곳에 표시 나게 두라고 했었지. 어느 날 집에 와서 냉장고를 열어 보고 얼마나 놀랬던지. 고양이를 생각하는 마음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너무 이뻐서 엄마는 너무나 좋았단다. 물론 너의 그림솜씨에도 반했지만...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너 덕분에 엄마는 일이 힘들고 고되어도 그런 줄 잘 몰랐단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퇴근하면 너의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에 피로가 눈 녹듯이 사라지더구나. 정말 네가 어렸을 때는 눈에 넣어보고 싶었단다. 안 아플 것 같았거든.

이제는 어엿한 숙녀가 되었지만, 아직도 나에게는 늘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딸이란다. 외할머니가 아직도 엄마를 보고 싶어 하고, 전화 통화 끝에 찾아오는 공허한 마음을 알 것 같아. 지금은 우리가 함께 살지만, 언젠가 네가 독립하게 된다면 내 마음이 어떨지 상상이 안된단다.


사랑하는 내 딸아

그거 아니? 이건 정말 비밀인데 네가 엄마처럼 워킹맘이 된다면 난 네 아이를 내손으로 꼭 키우고 싶단다. 내가 일하면서 너를 키우다 보니 성장과정에서 너의 사랑스러운 면면을 다 보지 못한 아쉬움이 가장 크고, 또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주지 못한 약간의 미안함도 있어서 그래. 그러니 엄마를 믿고 넌 너의 꿈을 마음껏 펼쳤으면 좋겠어. 언제나 나는 너의 곁에서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 줄 거니까. 지금은 많이 힘들고 어렵지만, 힘내길 바래.

우리 딸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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