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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Sep 09. 2018

미용실 가는 길

바빠도 가끔은 돌아서 가자

여러 가지 할 일들을 주말로 몰아 놓았다. 모임, 회사 일, 미용실, 청소, 독서, 글쓰기, TED 번역 등 할 일이 너무 많다. 더군다나 주중에도 바쁘게 보내다 보니 쉴틈도 없었다. 몸은 피곤하고 할 일은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아침저녁으로 날씨도 쌀쌀해져 감기 기운까지 있다.


토요일 저녁에 모임이 빨리 끝나면 미용실에 가려했다. 물론 일요일 아침으로 예약해 두었지만 그 시간마저 아까워서 가급적 토요일에 외출을 다 끝내고 일요일에는 일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토요일 모임에서 친구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미용실 가는 것을 잊고, 늦은 시간까지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집에 와서 너무나 피곤해서 모든 부담을 벗어버리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일요일 새벽부터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시간은 얼마나 소요될지 계획을 다시 세워보니 조금 부담이 줄었다. 토요일 저녁에 푹 잔 덕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리고 예약한 시간대로 미용실에 갔다. 미용실 가는 길은 도보로 30분 정도 걸리는데 중간에 공원을 거쳐서 간다. 집에서 나오는 순간, 역시 아침에 미용실 예약하길 잘했고, 예정대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즐기는 산책을 할 수 있어 좋았다. 가을을 앞당기는 꽃들이 활짝 피어 있어서 사진도 많이 찍었다. 가는 30분 내내 힐링이 되었다. 

그래 바빠도 가끔은 돌아서 가야 해.

뭐가 그리 급하다고 부담을 가졌을까? 개인적인 일은 부담스러우면 잠시 내려둬도 된다. 그리고 회사 일도 내가 좀 더 집중해서 하면 될 것이다. 너무 일이 많아 주말에도 해야 된다면 회사에 말해서 조정해야 할 것이다. 괜히 마음이 조급하다 보니 몸이 더 피곤했던 것 같다. 공원 산책을 하면서 마음도 차분해지고 감기 기운도 사라졌다. 


30분이나 되는 거리에 있는 미용실에 가는 이유는 담당 헤어 디자이너 때문이다. 20대 중반인 그녀의 솜씨도 마음에 들었지만, 그녀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 예뻐서 그녀를 알게 된 이후로 줄곧 그 미용실만 간다. 내가 가고 싶은 날에 그녀가 근무하지 않으면, 일정을 조정해서라도 그녀에게 맞춘다. 부산 출신 그녀는 명절마다 할머니를 뵈러 가는 착한 손녀다. 미용실에서 근무하다 보니 명절에 휴가가 많지 않아 늘 기차표 예매에 애를 먹는다. 그럼에도 할머니를 뵙기 위해 인터넷 예매일에 시간 맞춰 예약을 한다. 


날씬한 그녀를 할머니는 늘 안쓰러워하며 무슨 걱정 있나고 물어보신다고 한다. 우리 엄마도 늘 살쪄서 고민인 나에게 말랐다고 걱정하신다. 어른들은 다 자식들이 통통하길 바라는 것 같다. 할머니 이야기뿐 아니라 머리를 손질하는 동안 그녀는 쉴 틈 없이 그녀 이야기를 한다. 미용실에서 해외연수를 다녀온 일, 미용실 동료 이야기, 남자 친구 이야기, 자신이 수영을 배우는 이야기 등 어린 나이임에도 나와 공감을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그런 그녀의 이야기 속에 깔려있는 것은 제대로 된 인성이다. 헤어 디자이너의 스킬 중 하나가 머리손질 외에도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일 수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성이 아닐까 싶다. 


그녀와 대화하면서 헤어 디자이너뿐 아니라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지 인성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당 직무 스킬이야 정형화되어 있어 어느 정도 교육과 훈련을 통해 비슷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인성은 쉽게 개발되기 어려워서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인성을 먼저 갖춘다면 직무스킬은 그 후에 쌓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또 공원을 거치며 많은 사진을 찍었다. 브런치 글쓰기를 하면서 사진 솜씨도 늘어나고 있다. 브런치 페이지를 장식할 예쁜 꽃 사진을 찍으며 행복한 산책을 하였다. 어느덧 가을이 성큼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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