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용기
누군가 책 추천을 의뢰한다거나 책을 평가해 달라고 한다면 편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상황이나 느낌이 다를 수 있지만, 제 생각을 분명히 말할 수 있어요. 제 책 취향을 편하게 드러내지요. 아무래도 자신 있는 분야라 그런 것 같아요. 꾸준하게 책을 읽고, 서평도 쓰고, 독서 토론도 진행하니까요. (예전 같으면 망설였을 수도)
그런데 이게 다른 분야로 가면 어려워 집니다. 제가 잘 모르는 분야는 특히 취약하지요.
"좋아하는 노래가 뭔가요?"
"음..."
"좋아하는 시는요?"
"음..."
"좋아라는 화가는요?"
"음..."
질문을 받는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지며 생각이 굴러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립니다.
'이 노래를 좋아한다고 하면 내가 너무 날라리 같다고 여길지도 몰라.'
'이 노래는 너무 옛날 노래인데, 꼰대 같으려나.'
'이 노래는 너무 다운되어서 분위기 망친다고 생각하겠지?'
노래방을 싫어하는 이유는 노래도 못부르지만 선곡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선택한 노래로 저를 판단할까 봐 두려운 겁니다. 그게 뭐라고. 아마도 상대는 제가 무슨 노래를 골랐는지 기억을 못 할 텐데. 또 좀 기억하면 어떤가요? 그게 그렇게 잘못한 일인가요? 큰일 생기나요?
당당하게 취향을 밝히지 못하는 저는 여전히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네요. 취향이 명확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는데요. 그럼 또 뭐 어떤가요? 어제는 그 노래가 좋았는데 오늘은 이 노래가 좋을 수도 있죠. 취향은 바뀔 수 있는 건데 말이죠. 뭔가 확고한 취향이 있고, 그 분야를 잘 안다는 판단이 설 때 좋아한다고 말해야 한다는 강박, 벗어나고 싶어요. 좀 망가진 모습도, 헝클어진 모습도 저인걸요?
미움받을 용기도 필요하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용기도 필요하네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어떤 분야든 취향을 당당히 밝힐 수 있나요?
▶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 아티스트 웨이, 마이 웨이 / 내 글에서 빛이 나요 / 원데이 독서토론
▶ 매일 독서 습관 쌓기 / 일과삶의 주간성찰 구독 / 일과삶 모임 전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