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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Sep 17. 2022

20년 전 나에게 보내는 편지

황금 같은 20대는 이미 지나가 버렸고 30대는 이제 중반에 접어든 시점

생각해보면 아주 성숙하고 군자인 척하면서도 나 자신은 아주 부족하고 욕심도 많고 부족한 점이 많은 거 같다. 남은 인생 50년을 생각하며 하나씩 준비해야 하는데도 그러지도 못하고 그냥 시간만 보내고 있고 황금 같은 젊은 시절을 이렇게 보내도 되는지…. 

황금 같은 20대는 이미 지나가 버렸고 30대는 이제 중반에 접어든 시점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내노라할 만한 취미도 없고… 뭔가 확고한 변신이 없이는 어려울 거 같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3년을 버티기로 했는데 이젠 1년을 버티었고 2년이 남았다. 올 한 해는 그럭저럭할 거 같고…. 3년은 무난히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새로운 분야를 도전하든….

- 2003년 2월 14일 금요일 일기장에서


안녕? 친구야

우연히 네 일기장을 엿보았단다. 나는 네가 늘 도전과 안주 사이에서 고민하면서도 도전을 향해 나아왔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도전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했는데 2003년의 너는 많이 좌절했구나. 짧은 글에서 너를 새롭게 발견했어.


우선 넌 겉과 속이 다르다는 고민을 했네. 착한 사람 콤플렉스 혹은 가면 증후군을 이때도 가지고 있었나 봐. 스스로는 부족하다고 여기면서 겉으로 고상한 척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지. 지금 보니 웃음이 난다. 물론 지금도 완전히 극복하진 못했지만 꼭 그렇게 착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돼. 부족하고 욕심 많은 널 인정하렴. 적어도 마음은 편해지지 않을까?


20대가 훌쩍 지나간 걸 아쉬워했고, 30대 중반에 다가갔지만, 취미도 없고 뭔가 내세울 게 없는 두려움이 컸구나. 남은 인생이 50년이나 되는데 준비한 게 없어서 걱정도 컸구나.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남은 인생이 50년이라고 여겨지는데 그럼 난 20년을 덤으로 살았나? 어쩌면 그때는 두려웠을 것 같아. 하지만 지금은 충분히 좋아. 지나간 과거를 후회할 일도, 다가올 미래가 두려울 일도 없으니까. 지금, 여기, 이 순간이 감사하고 행복하니까. 후회와 두려움은 내려놓아도 좋아. 참 취미 걱정은 이제 안 해도 돼. 독서와 글쓰기라는 멋진 취미를 얻었으니까.


버틴다는 단어가 나를 아프게 했어. 얼마나 힘들었기에 버틴다는 표현을 했을까? 약간의 스포를 하자면 너의 변화와 도전에 관한 고민이 용기가 되어 1년 후에 새로운 직무에 도전하게 돼. 그게 원동력이 되어 지금은 죽을 때까지 일하고 싶은 사람으로 바뀌었단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더니 나는 2004년 이전의 삶을 잊었나 봐. 어렵고 힘들지만 버틴 네가 있었기에 지금의 나는 건강하고 행복하구나. 고맙다. 그 자리에서 조금만 더 버티어 주렴.


또 20년이 지난 후 지금의 내 모습을 본다면 비슷한 느낌일까? 다른 느낌일까? 20년 후의 친구앞에선 좀더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지금 나는 조금은 편하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 들이고 있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설렘으로 가득하고, 버티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즐기고 있으니까 말이야. 


미래의 친구는 지금보다 더 성장해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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