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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Sep 07. 2018

영화 '너의 결혼식'을 보고

위대한 사랑의 힘

[스포일러 있음]

박보영을 위한, 박보영에 의한, 박보영의 영화라는 이야기와 건축학 개론에 버금간다는 이야기만 듣고 '너의 결혼식'을 보았다. 제목에서도 알다시피 '우리의 결혼식'이 아니라 '너의 결혼식'이라는 의미는 결국 두 사람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야기임을 예상할 수 있다. 그래도 보는 내내 두 사람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슴 졸이며 보았다.


영화 졸업(1988)에서 벤자민(더스틴 호프만)은 사랑하는 여인 엘레인(캐서린 로스)의 결혼식에서 진정한 사랑을 깨달아 신부를 데리고 도망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아쉽게도 그런 반전은 없다. 첫사랑 여인 환승희(박보영)의 결혼식에 가지 않기 위해 고립되기로 결심한 황우연(김영광)은 "사랑은 언제나 타이밍이다."라는 깨달음으로 그녀의 결혼식에 참여한다. 그녀에게 못다 한 말, 그녀 때문에 불행한 게 아니라 그녀 덕분에 행복했다는 말만 전하고 그는 예식장을 나선다.


영화는 해피엔딩이 아니지만 시종일관 유머러스한 코드가 있어서 즐겁게 웃으며 보았다.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을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한 사람의 진짜 첫사랑 이야기처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잔잔한 에피소드들로 가득해서 110분이라는 시간은 금세 지나간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은 축복이다. 싸움만 하고 공부도 하지 않던 황우연은 환승희를 좋아하기 시작한 후로 환승희가 원했던 대로 싸움을 하지 않게 되었다. 또한, 환승희를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공부하여 환승희와 같은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이게 바로 위대한 사랑의 힘이 아닐까? 사랑하는 은동아(2015년 드라마)에서도 지은호(주진모)는 공부도 안 하고 말썽만 피웠는데 지은동(이자인)을 만난 후부터 지은동이 바라는 방향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밥 잘 살 주는 예쁜 누나(2018년 드라마)에서 윤진아(손예진)는 서준희(정해인)와의 사랑으로 인해, 자신을 좀 더 사랑하고 상사에게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였다.


아들에게 여자 친구가 생겼을 때 나는 기뻤다. 아들이 가족이 아닌 다른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아서 감사했다. 어쩌면 아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꿈꾸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으로 나는 어떤 변화를 했고 어떤 성장을 했던가? 

나 역시 내가 누군가로부터 사랑받는 존재라는 사실에 감사했었다. 사랑으로 인해 나의 자존감이 성장하였다.


사랑을 한다는 것은 청춘의 특권이다.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 있기도 하지만 고통스럽고 상처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렬히 후회 없는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 그의 혹은 그녀의 결혼식에서 가슴을 쓸어내리며 예식장 문을 닫고 나오는 한이 있더라도 "진심으로 사랑했었고, 그 사랑으로 성장했으며, 행복하고 감사했다."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그 사랑을 계속 키워나갈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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