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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방향성과 계획안 기획하기 - 사무환경연구팀  

공간을 만드는 프로세스 Step1. Strategy

Strategy

사무환경이란 기업의 비전과 업의 특성을 물리적 공간에 투영한 것이다. 따라서 물리적 공간을 구현하기에 앞서 기업의 비전과 업의 특성을 먼저 정의 내린 후, 우리의 사무환경이 '왜', 그리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많은 기업이 사무환경 개선 프로젝트에서 Strategy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Plan&Design으로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Strategy 단계에서 세운 변화의 '기본 원칙'이 프로젝트 전체와 실제 공간 활용까지 영향을 주므로, 이 단계에서 '왜'와 '어떻게'를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Strategy는 프로젝트의 시작을 선언하고 조직과 공간의 비전을 만드는 단계다. 조직이 지향하는 바에 맞추어 공간을 설계해야 하므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각이 중요하지만, 동시에 실제 사용성을 높일 수 있도록 디테일한 니즈와 구체적인 공간 운영 방향까지 고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무환경은 경영진이 생각하는 조직의 미래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변화한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 중요한 지점은 경영진의 머릿속에 있던 '변화의 방향'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 모든 직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사무환경연구팀과 인재문화팀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사무환경연구팀은 PM역할을 맡아 전체 프로세스를 관리했고, 인재문화팀은 공간의 변화에 앞서 조직의 변화를 이끌었다. 두 팀의 이야기를 통해 공간을 바꾸는 이유를 찾아내는 방법과, 거기에 맞춰 사람들을 준비시키는 과정을 가늠하길 바란다.


Interview

방향성과 계획안 기획하기 : 사무환경연구팀


공간 프로젝트에서 팀이 담당했던 업무를 소개해주세요.

저희 팀은 PM, 즉 프로젝트 매니저(Project Manager)를 맡았어요. 그런데 업무 진척 상황에 따라 주요 업무가 계속 바뀌더라고요. 초반에는 전략 수립에 집중했고요, 중반에는 실무가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무대 뒤에서 보이지 않게 활약했습니다. 프로젝트에 연관된 팀이 굉장히 많았는데 모든 부서가 차질 없이 협업하려면 누군가는 중재하고 조율하는 역을 맡아야 하거든요. 후반에는 일정 관리 중심으로 일을 했어요. 시공 단계가 되면 예상 일정이 자주 바뀌거든요. 그래서 언제 어떤 업무가 끝날지 최신 정보를 꼼꼼히 파악해야 전체 일정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어요.


프로젝트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TF를 만들어 지혜를 모으는 협의체로 활용해야 해요


TF(Task Force) 구성을 가장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프로세스 과정이 길고 업무 범위가 다양하니까 PM팀 혼자서는 제대로 대응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TF를 만들어 지혜를 모으는 협의체로 활용해야 해요. 흔히 하는 오해가 TF를 만들 때 공간이나 건축 관련 팀만 모으면 된다고 생각하시는데, 조직 전체의 의견을 모으고 공감을 이끌어내려면 되도록 다양한 팀을 모으는 게 좋아요. 사실 다른 기업의 컨설팅을 진행하다 보면 내부 TF 없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를 더 많이 본 것 같아요. 외부 전문가에게 업무를 모두 맡기고 결과물만 받아보시더라고요. 그런데 저희는 그렇게 외부 전문가에게 전체 프로세스를 맡기는 경우에도 내부 TF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무환경을 바꾼다는 건 결국 앞으로 우리가 일하고 싶은 모습을 공간에 반영하는 거잖아요. 그러니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정리하고, 결과물을 다시 조직 전체에 알리고 피드백을 받는 협의체가 있는 편이 일의 진행이 훨씬 수월할 거예요.


퍼시스는 내부 TF를 구성하고, 팀별 CA(Change Agent)를 선발하여 촘촘한 논의와 피드백을 토대로 사무환경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조직과 공간의 변화 방향성은 어떻게 도출하셨나요?


내부의 요구사항과 외부의 트렌드를 모두 취합해서 최선의 방향을 찾아보고 있어요. 내부 사람들의 의견은 중요하죠. 이들이 곧 공간 사용자고, 이들의 니즈를 반영하는 게 1순위니까요. 경영진의 의견을 먼저 정리해서 큰 그림을 그리고, 직원들의 의견을 인터뷰나 설문조사를 통해서 세부 사항을 조율해요. 그런데 이렇게 내부 의견만 반영하면 결국 이전과 똑같은, 약간 개선된 정도의 공간만 나올 가능성이 커요. 그러니 최근 변화하는 사무환경의 트렌드나 조직 문화의 방향성을 합쳐서 우리가 원하는 모습을 만들어나가는 거죠.



사용자 니즈를 조사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따로 있나요?


Why를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해요.
사람들이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말할 때 그 안에 숨겨진 의도가 있거든요.
 
Why를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해요. 사람들이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말할 때 그 안에 숨겨진 의도가 있거든요. 예를 들어 '수면실이 필요해요'라고 말하면 '왜 수면실이 필요해요?', '피곤해서요', '왜 피곤한데요?', '야근을 계속해요', '왜 야근을 계속하죠?' 이런 식이죠. 이 경우에는 야근을 줄여서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게 진짜 해결책인데, 수면실을 만들어버리면 공간도 업무 효율도 모두 낭비예요. 공간은 중요하지만, 모든 문제를 공간으로 해결하려고 해선 안된다고 생각해요.
프로젝트룸 공간 계획과 관련해 실제로 사용했던 사용자 설문일부



경영진과 직원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조율하세요?


그럴 땐 저희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있죠. 판단의 기준은 당연히 사무환경 프로젝트 초기부터 세웠던 사무환경 전략과 큰 목표였고요. 이 의견은 반영해야 한다, 그렇게 판단하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직원이 이렇게 많고, 다른 기업의 사례를 보더라도 충분히 성공할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정리해서 경영진에게 보고하죠. 반대로 직원들이 너무 단편적인 요구를 하거나 어떤 요구 사항이 전체 맥락에 반대되면 저희 내부에서 정리했어요. 큰 그림과 디테일의 균형을 잘 잡는 게 중요한데, 결국 공간을 만들어본 경험치가 많아야 제대로 결정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전략을 수립할 때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사용자 니즈를 철저히 하고, 근거를 확실하게 세워서
애매한 지점이 없도록 논리적으로 내용을 구성해야 해요.


초반에 세운 전략은 전체 프로세스에서 결정의 근거가 되는 일종의 나침반이에요. 그러니 사용자 니즈를 철저히 하고, 근거를 확실하게 세워서 애매한 지점이 없도록 논리적으로 내용을 구성해야 해요. 조직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중요해요. 예를 들어 우리 조직은 아직 소파에 앉아 노트북으로 개인 업무를 할 준비가 안되어 있는데, 그런 이미지가 멋져 보이고 그렇게 돼야 한다고 고집을 부려서 '캐주얼 개인 업무 공간'을 무리하게 만들면 결국 그 공간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겠죠. 저희도 '멋지니까!'라는 이유로 만든 공간 중 몇 개가 제대로 사용되지 않아서 아쉽거든요. 그러니 '정말 필요할까?' 그리고 '진짜 잘 쓸까?'를 고민해서 전략을 짜야해요.


시선과 소음에 대한 부담으로 직원들의 사용도가 낮았던 캐주얼 라운지(좌) 이후 시스템 부스와  협업 장비를 추가하여 실용적인 회의스팟으로 공간을 변경(우)하였고 인기공간이 되었다.




가장 어려웠던 기획은 무엇이었나요?


생각의 정원이 가장 어려웠어요. 당시 로비가 완벽한 공간은 아니었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잘 만들어진 공간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큰 문제없이 잘 사용하던 공간을 바꾼다는 게 굉장히 부담스러웠어요. 큰돈을 들여 공간을 바꿔야 하는데, 그 결과 우리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아예 착수조차 하지 못할 거예요. 생각해보면 기획에서 가장 힘든 것이 이런 부분인 것 같아요. 공간을 왜 바꿔야 하는지에 대해 경영진을 설득하고 사람들의 여론을 얻어내는 과정이요.


생각의 정원 Before(좌) After(우). 쇼룸 기능 중심으로 구성되었던 공간을 직원들의 생활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그 외에도 PM 일을 하면서 힘들었던 순간이 있나요?


사람들의 불만을 듣고 달래주는 과정이요. 예를 들자면 저희가 본사 리뉴얼을 하면서 탕비실의 크기를 많이 줄였어요. 업무층은 일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식사나 커뮤니케이션 같은 지원 공간은 모두 본사 4층으로 모아 독립된 라운지를 만들 계획이었어요. 전체 계획 상 업무층 리뉴얼이 먼저였고, 4층 리뉴얼은 몇 달 후로 예정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당장 점심에 도시락을 먹을 곳이 사라지니 PM인 저희 팀에 계속 불만을 내놓더라고요. 업무층에 지원 공간은 축소되었는데 4층은 아직 완성이 안되었으니 충분히 불편할 수 있는 상황이었죠. 사람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꾸준히 설득하고 안내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그 과정이 힘들고 괴롭긴 하지만, 그게 PM의 일이니까요.


*다음 이야기 "전략과 구성원의 간극 줄이기 - 인재문화팀" 인터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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