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로우리 Jan 21. 2020

노동법은 최저 기준 VS 노동법은 최후 수단

(사용자에게 노동법은 최저 기준이다) 

노동법을 위반하지 않는 사업장의 노사관계가 모두 원만할까?  그렇지 않다.  노동법은 최소한의 기준을 정한 것이므로, 노동법 기준에 맞춰 경영을 한다는 것은 겨우 과락을 넘는 성적표를 받는 것이다.  그러므로 준법 경영 = 상생 경영은 아닌 것이다. 


최저임금도 같은 맥락이다.  구조적으로 최저임금도 지급하기 어려운 사업장이 있겠지만, 지급 여력이 있어도 최저임금에 맞춰 지급하는 회사도 있다.  이는 법 위반은 아니지만, 최저임금을 지급받은 노동자는 ‘최저 품질의 노동’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노동법 위반이 만연한 사회 분위기에서 노동법을 잘 지키는 회사가 돋보이는 것이 이상한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목표점이 ‘최저’가 아니라면 노동법을 지키는 것이 자랑거리가 아니라 당연한 것으로 여기도록 눈높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에게 노동법은 최후 수단이다) 

인터넷을 통해 법률 정보가 확산되면서 노동자의 권리의식도 이전보다 높아졌다.  고용노동부와 노동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는 노동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임금 및 퇴직금 등 ‘임금총액’의 체불에 대한 비중이 높았다면, 최근에서는 주휴수당, 연장근로수당 등 ‘수당항목’ 진정으로 세분화되었고, 균열 일터로 인해 근로자인지 여부를 다투는 사건이 증가되었다.  분쟁의 내용이 이전보다 디테일(detail)해졌다.


고용노동부 등 노동행정기관의 문턱이 낮아진 것은 노동자 보호 차원에서 긍정적인 현상이나, 노사문제는 당사자간 직접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자체적인 해결이 어려운 경우에 제3의 행정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노동자가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경우 회사에 지급 요청을 하지도 않은 채 곧바로 고용노동부로 달려가는 경우도 많다.  사용자에게 얘기하기가 부담스러워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사용자에게 위협적으로 보이고자 행정기관을 통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다.  노동행정 서비스는 공공재적 성격이 있기에 전체 노동자의 권리 구제를 위해서 효율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고용노동부에서 해결되지 못하면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예전에는 퇴사 후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요즘은 재직 중에 사용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질세라 사용자도 손해배상, 부당이득 반환, 업무방해를 이유로 재직 중인 노동자에게 소송을 제기한다.  소송을 통해 갈등이 봉합되는 경우도 있지만, 서로에 대한 마음의 상처는 치유하기가 어렵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수가 늘어날수록, 분쟁 기간이 길어질수록 당사자가 치러야 할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노동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내용을 실현하는 것은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이다.  그러나 목적에 부합하는 적절한 실행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  외부의 제삼자에게 알리기 전에 상대방과 충분히 얘기를 하였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벼룩을 잡으려고 도끼 날을 갈 필요는 없다.


이전 13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