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와 크고 작은 분쟁을 겪은 대표자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앞으로 직원들에게 잘해줄 필요가 없다.”
오랜 시간 쌓아 온 신뢰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것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일상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가치관을 정립하고 판단기준을 업데이트한다.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은 경계의 대상이지만,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적과 동지를 즉각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는 없다.
노사관계도 이와 유사하다. 노동자가 직접 만나 본 사용자 또는 함께 근무했던 노동자를 통해서 사용자와 노동자에 대한 이미지가 형성되고, 어느 순간부터 깨지기 어려울 정도로 상대방에 대한 입장이 명확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방은 어쩔 수 없이 나쁜 놈 역할을 맡아야 한다.
어느 영화의 제목과 같이 직장 내에는 세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다. 우리나라의 노사관계 순위를 보면, 노사 모두에게 상대방은 나쁜 놈(분) 일 가능성이 크다. 필자를 포함해 주변 친구들 중에 ‘딸 바보’인 친구들이 많다. 술자리에서 자주 오가는 이야기다.
“내가 객관적 볼 때, 우리 딸은 걸그룹이 될 것 같아!”
내가 보는 것은 주관적이고 이해관계가 없는 타인이 판단하는 것을 객관적이라고 하는데 이를 혼동하는 사람이 많다. 특정한 행동이 발생한 원인을 추론하는 ‘귀인 이론(attribution theory)’은 타인의 행동에 대하여 “저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라는 식으로 기질적이거나 성격적인 측면을 통해 설명하려 한다. 평소에 이성적인 사람도 막상 본인 일이 되면 객관적으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절대적인 객관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노사관계는 근본적으로 상대적인 관계이다. 상대적이라는 뜻은 대립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노무제공 = 임금지급에 있어서 역할이나 입장의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인간관계는 절대적이기보다는 내가 또는 상대방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호 유기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나와 상대방 모두가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상대방에 대한 기대수준을 약간만 낮춘다면, 극단적인 상황이 조금 더 줄어들수 있지 않을까?
와타나베 이타루가 지은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라는 책에서는 저자는 시골에서 빵집을 운영하면서 일주일에 나흘만 일하고, 일 년에 한 달은 휴가를 간다. “이윤을 내지 않겠다는 것은 그 누구도 착취하지 않겠다는 의미, 즉 그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겠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