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은 얼굴, 잊혀진 관계에 대하여
얼굴
박인희
우리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기(旗)를 꽂고 산들, 무얼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몸매를 감은
한 마리 외로운 학으로
산들 무엇하나.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 밤내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르는데..
가슴에 돌단을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다
간절한 것은
보고 싶다는,
보고 싶다는 단 한마디.
먼지 나는 골목을 돌아서다가
언뜻 만나서 스쳐간 바람처럼
쉽게 헤어져버린 얼굴이 아닌 다음에야..
신기루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늘을 돌아 떨어진
별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하루를 사는 감정은.
거세게 표퓨하던 부유물이 가라앉아.
그 어린 날보다 훨씬 편해졌지만.
그러고 보니 오히려, 그시절.
스스로의 혼란과 방황에 치중하다가
즐거운 사람, 그들과의 시간을
온전히 나누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그러고 나니
세월에 따른 체면. 자존심, 두려움.
유사한 이런 저런 이유 혹은 핑계로.
충분히 현재 진행형일 수 있는
귀중한 관계를.
바랜 화석으로 만들어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러다 정말.
언뜻 만나서 스쳐간 바람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2009년 일기 중
그림: 리히텐슈타인, 행복한 눈물 / 시: 박인희,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