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이제

편지 2

사랑에 관하여

by 상효이재

BGM | 검정치마, 기다린 만큼, 더



..

간혹 그런 경험을 할 때가 있습니다.
한밤중의 어두운 길 한복판에 느닷없이
꽃이나 새나 바다를 만나는 것과 같은.

그것들은 내게 희망을 보여주되
비롯한 멀미를 남기거나,
기억의 통증을 남깁니다.

만약 내가 만난 것이 환영이라면
그 환영은 현실보다 훨씬 눈부시고,
그렇기에 현실보다 더욱
고통스러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이 희뜩 지나가버리고 나면
나는 여전히 어두운 길 한복판에,
우두커니 서있겠지요.

좋아하게된 순간부터
내마음 한켠엔 이런 불안이 자리했습니다.
하나하나 채워지는 기억들이 눈부실수록,
그것이 단지 나만의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면
통증은 그만큼 그만큼 더할 테니까요.

그러나 나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따위 불안에 나를 맡기지 않기로 했습니다.
한없이 작아지려는 나를 부여잡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가지려 합니다.

당신에게는 너무 부족한 나일지라도.
나는 지금의 내 감정을 속이지는 않겠습니다.

..어쩌면 나는 어리석게도 느닷없는 환영이 아닌
어두운 길을 비추는 영속의 빛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설령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 할지라도 상관없습니다.
가능성의 문을 등져버린다면.
나는 훗날 빛 자체를 감지할 수 없는 장님이
되어버릴 테니까요. 곁에선 지금,

나는 내가 가진 모든 용기를 내어.
그리고 모든 진심을 담아 고백합니다.

당신을 좋아합니다. 좋아합니다. 좋아합니다.


이재


존: 사랑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줘요

확실한 증거같은거..


알리샤 : 우주가 얼마나 크죠?


존: 끝없을 정도로..


알리샤: 그걸 어떻게 알죠?

그걸 본 적도 없으면서..


존: 그걸 본 적은 없죠..

그렇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믿는 거죠..


알리샤: 사랑도 똑같은 거에요.


- 영화 '뷰티풀 마인드' 中


*사진: 부산 앞 바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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