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상'적인 일상에서 문득 당신에게.
어떤 주말. 오랜만의 고요한 휴식시간.
나와 관계없거나 있어도 관계없는 소리
- 바람소리, 동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같은 -
만이 존재하는 토요일 오전.
문득, 나는 초조해졌습니다.
뭐라도 해야 하는게 아닐까.
컴퓨터를 만지작 거리다 영화한편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TV를 켜고,
가벼운 책을 한 권 집어 듭니다.
그러나 다음주 일에 대한 생각을 하고,
인상을 조금 찌푸립니다.
저 평화로운 배경 속에서,
충분히 충만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
생각은 끊임없이 부유했고,
습관은 자연의 소리를 외면하고
익숙한 인공의 무언가를 찾고, 또 찾습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고,
터무니 없어 보이는 일에 몰두하다 후회하거나,
의미 없고, 핵심도 없는 길고 지루한 대화로
시간을 흘려보내기,
또 그렇게 TV보기.
정작 몰두해야 하는 것에는, 그러지 못한 채
가위눌린 작자처럼 생각과 몸뚱아리를
분리해놓는 건 장기 중의 장기가 되었습니다.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나 내 안의,
혹은 내가 저지른 인공의 소음을 끄고,
머리를 비우기 위해, 당신께 이렇게
편지를 쓰기 위해 나는.
부던히도 스스로와 싸워야 했습니다.
서서히 불안은 가라앉고, 평온을 되찾을 무렵,
그동안 스스로에게 할 말이 많았을 텐데,
정말 오랫동안
나를 어질러 놓았구나, 한숨을 내뱉습니다.
피상적인 감정, 관계, 만남, 업무..
온통 피상으로 도배된 주변 속에서,
그래도 우리는 그러지 말았으면 합니다.
웃음과 눈물, 말과 행동,
덧붙여 이루어지는 우리의 삶이.
때로운 귀찮고 불편하더라도, 고통스럽더라도..
우리를 의심케하는 저 권태스러운
'피상'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길 소망합니다.
사소한 습관과 무시무시한 두려움,
때로는 주변의 시선과 판단, 그로 부유하는
수많은 생각의 찌꺼기 속에서 자신을 지켜냅시다.
저 풀, 꽃과 같이 자신의 소명을 찾고,
그토록 정직한 삶을 살아냅시다.
오늘 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동시에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을 합니다.
귀 기울여야 했던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2008년 어떤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