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Naked Agil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효이재 Oct 06. 2019

관점의 충돌: 인간은 믿을 수 있는 존재인가?

On Agile Management | 애자일 토양 탐색

Matt Hylom, Let It Be (Beatles, Acoustic Guitar Ver.) 


노란 숲속에 길이 두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 볼수있는데까지 멀리 바라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 했었던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것이 달라졌다고.


-Robert Frost, 가지않은길 The Road Not Taken




 ‘애자일경영’이 갖는 토양은 일반경영(기존 테일러리즘에 기반한 주류 경영을 일반 경영이라 통칭해 설명하겠습니다.)이 갖는 토양과 비교할때, 인간을 바라보는관점, 인재와 성과에 대한 정의, 문제해결을 위한 사고방식 등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있습니다.어떤 측면에서는 흔히 조직 구성원이 기대하는바, 예를들면 ‘워라밸(워크앤라이프 밸런스)’ 등과도 결이 좀 다릅니다. 심지어 한국사회 노동 법규 / 정책과도 충돌 지점이 있습니다.


 ‘애자일 경영’ 이라는 용어 자체가 새로운 패턴을 종합한 것이지 특정 실체를 특정한 것은 아니라는 측면에서 모든 암묵적 기본가정을 기존 경영의 가정과 명확하게 구분지어 확정할수는 물론 없을것입니다.다만 독자의 좀 더 명쾌한 이해와 인식을 돕기위해 이항대립*이라는 인식 도구를 활용해 조직 운영에서일반 경영 혹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갖는 휴리스틱스(Heuristics**)와 대표적으로 대립되는가정, 이론,개념들을 비교, 제시하고자 합니다. 이것 역시 하나의 정답으로 받아들여지기보다는 독자들의 주체적 사고폭을 넓혀, 파리(破離), 가지 않은 길을 가기 위한 실마리로 활용되기를 바랍니다. 이슈를 이항대립양갈래로 나누어 설명하는 과정에서 읽는 주체에 따라 조금은 날이서 보이는 프레임이나 표현이 포함되었다 느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독자의 너그러운 양해를 미리 부탁 드립니다.


*이항대립 | 이항대립(binary opposition)은 의미적으로 대립하는 관련된 용어나 개념의 쌍입니다.언어 또는 사유에서 두개의 이론적인 대립을 엄격하게 정의하고 하나에 다른 하나를 대립하게 함으로써 개념에 대한 이해를 돕는 인식도구입니다. 이는 소쉬르의 구조주의적 이론에서 유래한것으로 그에 따르면 어떤 개념은 이항대립을 수단으로하여 의미나 가치를 가지며,이는 다른 용어와의 상호적인 결정 안에서정의됩니다.이것은 모순되는 관계가 아니라, 구조적이고 보완적인 관계입니다. 이항대립의 사유를 체계화한 프랑스의 후기구조주의철학자 자크데리다(J. Derrida, 1930 ~ 2004)는 서구사회가 가진 합리주의와 남성 중심주의등 권위적 형식과 제도, 인식방법을 해체(deconstruction)하고자 이항대립을 사용했습니다. 데리다는 대립되고 상반되는 차이가없다면 그것은 차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하고, 인간의언어와 사고는 근본적으로 대립적이라고 선언했습니다.


**휴리스틱스 | 어떤 사안 또는 상황에 대해 엄밀한 분석에 의하기 보다 제한된 정보 만으로 즉흥적, 직관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의사결정방식입니다.직관은 때때로 훌륭한 통찰, 기대 이상의 효과를 가져다 주기도 하지만 다니엘 카너먼에 따르면 이 휴리스틱스에는 언제나 인지적편향에의해 오류 위험이도사리고있습니다. 그는 1974년<사이언스Science>에기고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이러한 휴리스틱스는 상당히 유용하지만 때로는 치명적인 체계적 오류를 초래한다.” 인지적 편향에서 벗어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메타인지, 즉 휴리스틱스를 활용할 때 이것이 오류에 노출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는것입니다.



암묵적 기본가정(Basic Underlying Assumptions) 간의 대립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


대외적으로 애자일 경영을 표방하고 있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유망 스타트업의 경영관리 본부장과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는 대형 컨설팅펌과 대기업을 두루 경험하고 이 스타트업에 막 합류한 상황이었습니다. 그와의 대화가 기억에 남습니다. (이 대화에는 일반경영이 가진, 인간에 대한 전형적 관점이 상당부분 내포되어 있습니다.)


본부장: “제가 와봤더니 조직은 커지고 있는데 제대로된 시스템이 없네요. 인력 관리도 하나도 안되고 있어요 빨리 바로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필자: “어떤 인력 운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본부장: “제가조직/인사 전문가는 아니라 전문용어로 설명할 순 없지만, 일단 출퇴근 시간부터 통일해야 할 것같습니다. 조직이 커지는데 자율 출퇴근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이곳에와서 받은 첫 인상은 도무지 통제가 안 된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인 위계 질서도 없고 비용 규정도 느슨하고.. 직원들에 대한 전반적인 통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필자: “대표님께서는 애자일 경영을 강조하시면서 자율 문화를 강조하신 듯한데.. 약간 결이 다른 말씀처럼 느껴집니다.”


본부장: “(웃으며) 그건10명 20명일 때나 작동할 수 있는 허울 좋은 프레임이고, 조직이 커지면그런 방식 으로는 도무지 관리가 되지 않습니다. 전 사람을 믿지 않아요. 사람은 변하지도 않습니다. 이제 투자도 더 받고, 규모도 빠르게 키울텐데 회사가 커지면 그에 비례해서 별의 별 사람들이 다 들어올텐데 그 전에 통제 시스템을 구축해 놓지 않으면 아마 난리가 날 겁니다.


그래서 이 회사에서도 대기업, 컨설팅을 두루 경험한 저를 채용한것이고요…

..우리에겐 숫자가 중요합니다. 지금은 숫자를 만들어야 할 시기이기도 하고요. 인력을 최대한 쥐어짜야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어요. 대표님이 지금까지 대외적으로 회사를 알리기 위해서나 작은회사 다니는 직원들 기 살려주려고 좋은 말 위주로 하셨다면 전 뭐 악역을 맡아야지요. 그걸 위해 절 부르셨다고 생각합니다.”


필자: “….”



X 이론 VS Y 이론[1]


 테일러리즘이 주로 차용하는 인간에 대한 전형(典型)은 X 이론 프레임에가깝습니다. X, Y 프레임은 인간의 본성에 대해 경영자가 보는 관점을 다룬 고전적 이론으로 미국의 심리학자D.맥그리거(D. Mcgregor)가 제창했습니다.


 X이론은 인간은 본래 노동을 싫어하고 경제적인 동기에 의해서만 노동을 하며 자기 중심적인 자세를 가져 명령 받은 일 혹은 자신에게 유리한 일이 아니면 수행하지 않으려하는 속성을 가졌다고 여기는 입장입니다. X 이론에 따르면 노동자는 그 자체로는 신뢰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이에 따르면 엄격한 감독, 강제, 위협과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령`지시, 상부로부터 하부에 대한 위계 중시, 금전적 자극 등을 특색으로 하는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이에 반해 Y이론은 인간이 본성적으로 일을 즐기고 책임 있는 일을 맡기를 원하며, 문제해결에 창의력을 발휘하고, 자율적 규제를 할 수 있으며, 자아실현 욕구 등 고급 욕구의 충족에 의해 동기가 유발된다고 가정합니다. Y이론은 따라서 인간의 잠재력이 능동적으로 발휘될 수 있는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고 여깁니다.


1960년대 맥그리거가 X, Y이론을 주창한 이유는 인간의 고급욕구, 동기를 중시하는 Y이론을 강조하고이를 경영에 반영하기 위함이었지만 세기가 바뀔 때까지도 경영 시스템과 문화를 지배한관점은 X이론에가깝습니다. 켜켜이 쌓인 수직적 조직 및 관료제, 보안과 업무 효율 제고를 명분으로 구축된 각종 감시 체계, 성과 연봉제 내 조건부 변동급 및 인센티브 비중확대, 내부경쟁, 압박을강조하는 조직 내 상대평가 체계 등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대부분의 경영체계는 X이론의 산물입니다.


 애자일 경영은 Y이론에 가깝습니다. 애자일 경영은 불확실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가오히려 구성원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각각이 주체적 의사결정이 가능하게끔 정보를 투명히 공개, 비대칭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관점을 갖습니다. 충분한 역할과 책임,권한을 부여하고 그들의 판단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조직,인간에 대한 인식과 체계가 구성 되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애자일 경영을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 리더는 무엇보다 스스로의 인식과 말과 행동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부터 돌아보아야할 것입니다. 당신이 혹 뿌리깊은 X이론 신봉자이거나 이미 구축된 조직, 체계, 구성원 전반의문화가 X이론에서 조금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면 애자일 경영도입은 시도 조차하지 않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릅니다. 케이스 A처럼 애자일 경영을 도입, 운영한다고 표방하면서도 애자일 도구에 대한 이해 여부를 떠나 사람과 조직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체계가 애자일 경영과 맞지 않는 리더십을 조직 관리 및 운영 책임자로 임명, 운용한다면 그 결과는 불보듯 뻔 한 일일 것입니다.




애자일 경영과 인간 본성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흥미로운 주제로 다뤄져왔습니다. 인간 본성에 대한 대표적인 대립구도는 성선설과 성악설일 것입니다. 성선설은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선하다는 관점이고, 성악설은 인간은 태어날때 부터 악하다는 관점입니다. 맹자는 인의예지(仁義禮智) 사단(四端)이 천성에서발생하므로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루소는 인간본성은 본디선하나, 문명과사회제도의영향을 받아 악하게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반면 순자는 루소와 반대되는 주장을 합니다. 인간의 성품은악하나 인간이 노력함으로써 선을 취할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홉스는 자연 상태를 ‘만인이 만인에 대한투쟁’ 상태라 가정, 인간의 본성이 악함을 추론하였고 쇼펜하우어 역시 죄악이 인간 본성에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에 제거할 방법이없다고생각했습니다.


‘애자일’은 어떤입장일까요?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애자일은 사실 본성의 선과 악 자체에 관심이 없는듯합니다. 오히려 본성이 선하든, 악하든 앞으로의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적응’ 할것인지, 그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는 사회 심리학자 에리히프롬Erich Seligmann Fromm이 ‘자기를위한인간 Man for Himself’에서밝힌 인간 본성에 대한 생각과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인간 본성은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문화는 인간의 고정된 본능으로부터 형성된 결과물이 아닙니다. 또한 문화는 인간 본성이 수동적으로 완벽하게 순응해야하는 고정된 요소도 아닙니다. 인간은 불만스런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지만 그 적응 과정에서 자신의 본성에 내재된 고유한 속성에 따라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명확히 반응합니다… 따라서 인간 과학은 인간 본성 자체가 아니라 인간 본성의 한 모델을 구축하려는 학문인 것입니다”[2]


에리히 프롬은 본성의 선, 악 탐구보다는 인간이 처한 실존적 상황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실존적으로 이분법적 모순을 가진 존재입니다. 자신의 존재를 의식함과 동시에 자신의 무력함과한계를 깨닫습니다. 살아 있는 동시에 죽음을 예상합니다. 누구나 잠재된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삶의시간이 너무 짧아 이를 모두 펼쳐 낼 수 없습니다. 혼자인 동시에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인간은평생 이와 같은 실존적인 이분법에 시달리면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가야만 합니다.


 그는 인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서는 저마다 독특한 인격(personality)을 가지고있기 때문에 다를 수 있지만 인격 안에서도, 나타나는 비생산적인 지향을 인식하고 생산적인 지향을 추구함으로써 의미 있는 삶을 취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에리히프롬은 인간의 역설과 모순을 해결해주는 해법은 생산적인 사랑과 이성이라고 봤습니다. 우리는 생산적인 사랑과 이성을 통해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세상을 이해합니다. 이성의 힘으로 인간은 어떤 대상을 파고 들어가 실질적인 ‘관계’ 를 맺음으로써 대상의 본질을 파악합니다. 사랑의 힘으로 자신과 상대를 갈라놓는 벽을 허물고 그를 더 깊이이해하게 됩니다. 이때 생산적인 사랑은 사람의 성장을 위한 수고와 배려와 책임이 전제된 정서적 힘입니다. 생산적인 이성은 대상에 대한 존중에 기반한 객관성(객관성1)을 바탕으로 현상 전체를 고려해 (객관성2) 본질과 관계성을 탐구하는 것입니다.


 에리히 프롬에 따르면 어떤 인격이든 생산적사랑과 생산적 이성을 바탕으로 ‘성장’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인간에 대해,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우선 바로 아는것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든 객관적인 자기인식(메타인지), 대상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그 본질을 파악하고 타인, 문화와 관계 맺음을통해 상호영향을 미치며, 성장할 수 있다는 관점은 후속 기술하는 애자일의 여러 속성과 일맥상통한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References

[1] Wikipedia "Beyond Theory Y". Harvard Business Review. 1970-05-01, X, Y이론설명참조

[2] Erich Fromm, 강주헌옮김,자기를위한인간 Man for Himself, 나무생각, 50p

매거진의 이전글 애자일 토양, 경영혁명으로 가는 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