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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크사이드 Jan 15. 2024

Interview, 서점·꽃집 '마을상점생활관'

WORKWALKWOKE


생활관에서 모임을 기획하고 만났을 때 나이와 직업을 밝히지 않는 이유는 이 사람을 볼 때 하나의 프레임이 씌워지기 때문이에요. 그런 것 없이 사람을 보고 싶은 마음이 커요. 저희는 정민 씨, 형진 씨라고 이름 불리는 것을 좋아하는데 쉽게 이름을 부르진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다들 편하게 부르시라고 꽃 사장, 책 사장이라는 명칭을 만들었기도 해요.


Interview with

환대와 정색을 담당하며 생활관 안의 작은 꽃집을 운영하는 꽃 사장님 정민 씨,

책과 커뮤니티 프로그램의 기획을 주로 담당하는 책 사장님 형진 씨


마을상점생활관은 어떤 공간인가요?

정민 : 돈은 안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모아서 하는 상점이에요. 그 안에서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지 궁리하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어요.


형진 : 관계가 이루어지는 상점. 특별한 관계가 아닌 일상적 관계에서 무엇이 필요할까 생각하다 만들어진 곳입니다. 이 상점에는 우리가 좋아하는 것과 함께 우리를 먼저 소개해야겠다 싶어서 책을 포함해 정민 씨가 좋아하는 꽃 그리고 중고, 생활식 등 하나씩 업데이트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이곳을 서점 혹은 카페라고 하나로 표현하기에는 애매해요. 나중에 책이 없어질 수도 있고요. 그런 가변적인 공간이고 어쨌든 이곳에서의 목적은 그런 것들로 인해 관계가 계속 발생되는 것이에요.



마을상점생활관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정해졌는지 궁금해요.

형진 : 마을상점생활관의 영문 이름은 insidethevillage 인데요.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inside the park home run)에서 가져온 의미예요. 장내홈런은 다양한 조건이 맞아떨어져야만 만들어질 수 있는 아주 희귀한 홈런이잖아요. 이 일이 쉽진 않겠지만 지역 내 커뮤니티를 잘 만들어 홈런 같은 성과를 내고 싶다는 의미를 생각했어요. 흔한 동네에서 성공하고 싶다 정도의 야망을 살짝 담아 park를 village로 바꾼 거였죠. 그러던 중에 정민 씨가 왜 영어로만 쓰냐고 해서 한글로 된 이름으로 의견을 줬어요.


정민 : 전 직장을 다니고 있었고 생활관에 합류할 생각은 없었어요. 취미로 꽃을 하고 있었는데 형진 씨가 나중에 혹시 꽃집을 차린다면 ‘생활화(花)’가 어떠냐고 한 적이 있어 머릿속에 있던 이름이에요. 생활화라는 이름은 ‘불조심을 생활화합시다’ 같은 느낌으로 꽃을 사는 게 ‘생활화’됐으면 좋겠다는 의미였어요. 그 연장선상으로 생활관은 어떠냐고 의견을 줬어요. 장소의 의미로 생활관도 있지만 인생관 등에 쓰이는 관점 즉 생활의 관점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고요.



마을상점생활관이라는 공간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형진 : 처음은 ‘관계’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어요. 당연하게 초, 중,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를 나오고 회사를 다니는 과정 중 집단에서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잖아요. 근데 퇴사를 하고 그곳을 벗어나니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때 한참 서울에는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가 조금씩 만들어졌던 시기였는데 특별하지 않은 동네에 더 그런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온라인에서도 충분히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지만 대면으로 사람을 만나야 발생할 수 있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리고 온라인에서 나를 드러내는 활동보다 공간을 운영하는 것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마을상점생활관이라는 공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정민 : 할까 말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거의 직전에 합류하게 되었고 그래서 퇴사도 거의 오픈 직전에 하게 됐죠. 고민을 했던 이유는 저의 성향 때문이었어요. 단순히 꽃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주변에서 다 말리는 장사라는 것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었어요. 하지만 회사 생활 10년 차쯤 힘들었던 시기였기도 했고 생활관이 어쩌면 도피처였기도 해요. 고민은 됐지만 결심하게 된 이유는 어릴 때부터 ‘내 공간’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도 막연하게 해왔기 때문이에요. “내가 직접 찍은 사진을 걸어놓고 카페를 할 거야!” 상상했던 것이 한참 이후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이렇게 함께 운영하고 있네요.



인테리어는 직접하신 건가요?

정민 : 그렇죠. 인테리어 업체 없이 진행했어요. 지인에게 견적을 받아보기도 했는데 돈이 꽤 많이 들더라고요. 생각보다 할게 많이 없을 것 같았고 또 형진 씨가 직접 해보자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어요. 철거나 전기 그리고 층고가 높은 곳은 페인트를 직접 하지 못하니까 각각 업자를 불러 진행했어요. 따로 알아보고 진행하다 보니 두 달 조금 넘게 걸려 완성했어요.


형진 : 원래는 철거되지 않은 공간이었는데 다 뜯어봐야 계획이 생길 것 같았어요. 그래서 철거를 하고 디자인 분야에서 일하는 친구를 불러다가 이 공간에는 무슨 색이 좋을지, 어떻게 구성할지 생각했죠. 공간 구성을 위해 여러 레퍼런스를 찾아다녀봤는데 제가 봤을 때 멋있다고 느껴졌던 공간은 공통적으로 날것의 느낌이 있었어요. 업체에서 공사해 주면 쾌적하고 깔끔하지만 생활감에서 느껴지는 아우라가 없더라고요.


정민 : 지저분한 공간이 주는 편안함이 우리랑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이런 공간을 운영하고 있지만 요즘엔 반대로 세련된 카페들이 많이 생기잖아요. 그럼 또 그곳 만의 잘 정돈됨이 주는 차분함이 있어 종종 가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요.



운영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운영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정민 : 현실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건 돈이죠. 돈 없이 시작하기도 했고 손님이 없기도 했고요. 근데 운영할 수 있는 원동력이 돈은 아니라고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어요. 결국에는 늘 사람이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손님들과 맺는 관계 그리고 손님들의 시간과 생활관의 시간이 같이 흘러가는 것을 보는 것이 좋아요. 힘든 일이 있어 생활관을 방문했다는 손님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쌓여 원동력이 돼요. 결국 저에겐 사람이 원동력이에요.


형진 : 저에게 원동력이라고 하면 내가 생각했던 것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보는 것, 뎌디지만 상승곡선으로 발전하는 것이에요. 매년 조금씩 무언가를 시도해 결과물을 보고 있는데 분명 정신적으로 지치기도 해요. 하지만 그 기간을 길게 잡으면 많이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해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과거 다른 일을 했을 때와 비교해서 마을상점생활관을 운영하는 지금은 어떤 것들이 달라졌나요?

정민 : 이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생활관을 운영하기 전에는 쓰레기처럼 살았다고 항상 이야기해요. 오늘만 사는 사람처럼 퇴근해서 친구랑 술 마시고 돈 생기면 여행을 다니며 생각 없이 살았어요. 저는 되게 편협한 사람이었고 현재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아왔으니까요. 이렇게 사는 모두가 쓰레기라는 건 아녜요. 어디까지나 제 개인을 바라볼 때의 시선입니다. 지금은 거의 180도 가까이 바뀌었어요. 생활관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형진 씨의 영향도 있죠. 동물과 비건에 대한 관심도 생겼어요. 생활관점 자체가 바뀌게 되니까 모든 게 바뀌게 된 셈이에요.


형진 : 회사 생활을 하게 되면 거품이 끼게 돼요. 내가 다니는 회사의 대표는 되게 유명한 사람이고 난 그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자부심이 생겨요. 브랜드에서 초청장 보내주고 어딜 가도 대접해 주니까요. 유명 브랜드 홍보 팀장, 마케팅 팀장이랑 만나서 차 마시고 이야기하면 되게 있어 보이잖아요. 사실 내가 만든 건 하나도 없는데요. 그렇게 다니다 보니 어느 순간 불편하더라고요. 이곳에서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있는 생각이 들고 이런 거품은 나의 삶과 안 맞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그런 생활을 하다가 관계에서의 거품을 싹 뺀 날것의 나를 보게 되고 현재는 진짜 관계만 남았다고 볼 수 있어요.



마을상점생활관을 운영하기 전에 어떤 일을 하셨나요?

정민 : 저는 공항에서 지상직으로 일을 했어요. 그래서 생활관에서 환대를 맞고 있다고 이야기 드린 거예요. 형진 씨는 매거진B 초창기 멤버였어요. 그때 연애를 시작했는데 그 당시 소개팅 자리에서 제가 되게 좋아하는 인텔리젠시아라는 커피 브랜드를 다룬 잡지를 가지고 나왔어요.



어쩌면 운명이 아니었을까요?

형진 : 항상 소개팅마다 왠지 좋아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브랜드의 매거진B를 가지고 갔어요. 그중 하나는 걸리거든요.



소소와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요?

정민 : 저희 결혼기념일에 소소를 데리고 왔어요. 당시 유기견 어플을 습관적으로 보고 있었고 그때 처음 소소를 봤는데 너무 예뻤어요. 다음날 이미 입양이 되었다고 해서 포기했는데 알고 보니 안락사 직전에 소소를 구조해 주신 분이 임시보호를 하신 거였어요. 입양홍보 글이 바로 올라와서 알게 됐죠. 마침 저희는 결혼기념일마다 항상 여행을 다녔는데 그분이 충주에 계신다기에 소소를 입양하러 가면서 그 주변지역을 여행했어요. 사실 소소가 있기 이전에 생활관에서 함께했던 보통이라는 강아지가 있었어요. 아픈지 모르고 뒤늦게 발견해 치료도 하지 못하고 열흘 만에 무지개다리를 건넜어요.


형진 : 성인이 돼서 특별한 상실감을 느끼는 경우가 잘 없었는데 내가 이런 감정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상실감이 커서 많이 울었어요. 이때 감정을 어떻게든 해소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고 생활관 블로그를 만들어 보통이를 입양하고 같이 생활한 10일 동안을 각자 기록했어요. 생활관 빅테이블에 놓여 있는 [보통의 삶]이라는 이 책이 그때 기록한 것들을 모아 묶은 거예요.



형진 : 글을 쓰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기 때문에 어딜 가서도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됐어요. 드러내지 않는 것보다 드러내는 것이 치유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일기 쓰는 게 생각 정리하는데 좋아요.

정민 : 기록이나 글쓰기는 모든 면에 있어서 좋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기록하지 않았다면 해소되지 않았을 거예요.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미화되고 변하잖아요. 시간이 지나 불분명해지는 것을 꺼내볼 수 있는 게 좋아요. 저희는 아침마다 일기를 쓰는데 쓰는 행위 자체가 되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고치고 싶은 습관이나 버릇이 있나요?

정민 : 게으름을 없애고 싶어요. 그리고 욕하는 것도요. 어떤 대상한테 하는 건 아니고 친구들한테 감정을 표출할 때 주로 해요.


형진 : 저는 고치고 싶은 건 아니고 가지고 싶은 건 있어요. 일 외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걸 찾고 싶어요. 휴일에 무언가를 하고 싶어 기다려지는 그 느낌을 다시 찾고 싶어요. 우리가 나이 먹으면서 호기심을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이 중요하더라고요.



사람들이 마을상점생활관을 어떤 공간으로 생각하길 바라나요?

정민 : 이곳은 커피만 마시러 오는 공간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기도 하고 꽃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꽃도 구매하기도 하고요. 중고물품만 구경하러 오시는 분들이 있는데 눈치 보지 않고 물품만 보고 가는 문화가 너무 좋아요. 동네에 슬리퍼 신고 그냥 나왔다가 부담 없이 들릴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싶었어요. 제가 해방촌에 살았을 때 이런 문화가 많이 발달되어 있고 또 제가 그렇게 지내왔기 때문에 당연히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사는 줄 알았거든요. 생활관 운영 한 지 4년 반 정도 되니 조금씩 그런 문화가 생기는 것 같기도 해요.


형진 : 출입문의 위치를 바꾼 것도 그것 때문이에요. 2층에 중고물품들이 있는데 들어오면 바로 계단으로 이어지게끔요.


정민 : 정확한 요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입구가 웰컴 바에서 너무 정면이었기 때문에 주문해야 한다는 부담스러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르신들은 생각했던 카페의 형태가 아니면 문턱 넘기를 힘들어하시는데 다양한 연령이 편안하게 올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어요.


형진 : 그리고 안산에는 오래 살았던 사람보다는 이주민들이 더 많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동네에 애착을 가질 수 있을 만한 역할을 가진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안산이라는 동네에 왔을 때 어떤 프로그램들이 있는지,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당연히 확인하러 가는 공간이요. 예를 들면 상업적인 지역주민센터의 느낌으로요.



가장 가까운 목표, 먼 목표가 무엇인가요?

형진 : 올해 목표이기도 했고 내년 목표이기도 한 생활식을 제대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좀 더 신경을 쓰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특별히 목표라는 건 없어요 그냥 지금처럼 조금씩 개선하며 살아가는 거예요.


정민 : 전 건강하게 사는 게 목표거든요. 몸 건강 마음 건강을 다 챙기면서 사는 게 먼 목표예요. 가까운 목표는 늘 똑같지만 꽃을 많이 팔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정민 : 건강하세요. 몸도 마음도.



글·사진|워크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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