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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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게 다문 이 사이로 바람이 새어나왔다. 남자는 어지러이 털이 솟은 팔을 들어 칼을 꺼냈다. 스르렁 거리는 소리와 함께 단단하고 매끄러운 날이 길을 찾는다. 많이 베어냈기 때문일까. 남자는 조금의 망설임 없이 칼을 들어 내리쳤다. 부드럽게 들어간 절단면을 따라 좁고 각진 날이 둔탁한 소리를 내지르며 잠시 멈춰섰다가 내지른다. 마침내 남자가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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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 무언가를 베는 모습을 간단히 묘사해봤다.
남자가 자른 건 무일까, 적군의 목일까.
그야 상상하기 나름일 것이다.
칼이라는 속성은 같다지만 사용하는 사람의 용도에 맞게
무를 써는 식칼이 될 지도 모르고,
적군의 목을 베는 카타나가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조직 내 인재도, 봇물터지듯 나오는 서비스들도,
회사를 살린다고 내놓는 전략들도 마찬가지다.
식칼로 적의 목을 썰어내려하고 있고
카타나로 당근을 깎아 토끼를 만드려고 한다.
똑같은 칼이라지만 쓰는 데에 써야한다.
개발을 잘할 사람에게 세일즈를 시키고
고객은 필요없다는데 억지로 끼워팔고
있지도 않은 인사이트를 꾸며내 고객을 현혹하고
5인미만 사업장에 엔터프라이즈 서비스를 세일즈해선 안된다.
모든 건, 본질에 맞게.
본질에 맞아도 어려운 게 사업이다.
그렇다면 대체 뭐가 본질이냐고 물을 수도 있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본질을 헤아리는 일은.
다만 본질을 구분할 능력이 없으면 사업을 벌리면 안된다.
망치려거든 스스로의 삶만 망치자.
세상에 폐끼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