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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어 Mar 31. 2024

겁도 없이,

한달 편지.

  안녕, 여러분. 오늘은 3월의 마지막 날이네요. 이번 주 내내 글 써야 하는 데 써야 써야 하는 데만 반복하다가 결국 3월의 마지막 날까지 미뤄버린 저를 용서하세요…. 사실 한편이라도 써내려고 애썼는데 글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서 올리지 못했답니다. 하하 쓰고 보니 결국 변명 같네요! 글을 쓰면 쓸수록 삶도 글도 다짐과 변명의 반복이라는 생각을 해요. 나는 글에서 너무나도 많은 다짐을 하고, 너무나도 많은 희망과 사랑을 말하고. 글로 다짐하고 삶으로 변명하는 요즘을 보내고 있어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다짐을 부지런하게 삶으로 흘려보내는 한 달 보내셨나요?

 

  저는 요즘 출판을 준비하고 있어요.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제 책이 세상으로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이 소식을 조금 더 멋있게, 환하게 전하고 싶었는데. 단순히 내가 쓴 글이 모이면 그게 책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글의 모음과 책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내가 쓴 글을 다시 한번 읽어 내려가며 너무나 많은 부끄러움을 느껴요. 나는 왜 이리 겁도 없이 많은 다짐을 했을까요. 글 속의 내가 어떨 때는 너무 해맑고, 어떨 때는 너무 희망차서 부끄러워요. 한없이 부끄러워져요. 나는 다정이 좋은데, 사랑도 좋고 희망도 좋은데 다정도 사랑도 희망도 남발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나를 지키기 위해 조금은 무던해지고 조금은 뾰족해진 요즘이었어요. 세상은 우리가 다정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더군요. 그럴 때마다 저는 내가 아는 사람 중 제일 다정한 사람과 제일 다정하지 않은 사람을 떠올려요. 다정한 사람을 떠올리며 위로를 얻고 다정하지 않은 사람을 떠올리며 그 사람을 조금 이해하기도 해요. 다정하기 보다는 다정하지 않기로 마음먹는 게 더 쉬운 일이니까요. 우리는 어려운 일보다는 쉬운 일이 좋으니까요. 다정하기로 마음먹을 만큼의 힘이 없는 사람이었을 수도 있겠어요.

 

  그럼에도 우리가 다정해지고자 하는 건 다정함이 얼마나 좋은 건지 알기 때문이겠죠. 내가 지쳐있을 때 나를 일으키는 건 당신의 다정. 당신의 사랑.


  우리 어제는 좀 못난 사람이었더라도 내일은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잖아요. 아직 내일은 오지 않았으니까요. 그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아직 기회가 남아있기에 부끄럽지만 또 다짐하고, 글을 써요.

 

  글을 쓰기 전 항상 하는 기도가 있어요. 나에게 글을 쓸 수 있는 힘과 사랑과 용기와 지혜를 달라고. 내 글이 당신의 사랑을 전하는 통로 되게 해달라고. 살아가는 일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살아가는 일에는 더 많은 힘과 사랑과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니까요. 오늘밤에는 당신들을 위해 기도하고 싶어요. 더 다정하기 위해 애쓰고, 더 나은 하루를 보내기 위해 애쓰는 당신들을 위해 기도하고 싶어요. 당신들을 위해 기도하는 일이 곧 나를 위해 기도하는 일이라는 걸 알아요. 나는 당신들이 없었다면 단 한 줄의 글도 쓰지 못했을 거예요.


   4월은 서로가 서로를 더 살게 만드는 한 달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나는 여전히, 겁도 없이, 지키지 못할 다짐과 약속을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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