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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rld traveler Nina Aug 26. 2020

손녀에게 사랑받는 법

6살 그녀의 앙큼한 대답

캐나다에 살고 있는 큰언니는 이삼일에 한 번쯤

페이스톡으로 서로 얼굴을 보며 안부를 묻는다.

형부의 캐나다 취업으로 회사를 휴직하고

본의 아니게 원정 출산까지 하게 되었다.

아이를 낳고 한국에 약 1년간 들어와 복직해

근무할 때는 외가에서 지냈기 때문에,

큰 손녀인 다은이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다.    

  


첫 손녀인 그녀의 등장에 우리 집은 시끌벅적해졌고, 몸은 힘들지만 손녀의 행동 하나하나에 즐거워하시는 엄마, 아빠의 입에는 항상 함박웃음이 걸려

있었다. 모든 일이 그녀를 중심으로 돌아갔고,

사랑을 참 많이 받았다. 1년 후 언니는 캐나다로

돌아갔다. 그때부터 우리는 페이스톡을 시작했고,

통화를 할 때면 온 가족이 휴대폰 화면에 번갈아

가며 들어와 통화 순서를 기다리며 조금이라도

얼굴을 보려고 하며 서로를 그리워했다.     



하지만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게 있는 법’이라는

원칙에 익숙한 만큼 내가 주었던 사랑을 확인받고

싶은 것이 어른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걸 입으로 눈으로 귀로 확인받고 싶은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도 묻는다.


“다은이 마음속엔 누가 있어?”

“음... 둘 다!”     


이 말을 듣자마자 엄마와 아빠는 까무러치듯

웃음을 터트리고 그녀도 함께 웃는다.

아무래도 6살인 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 할머니,

할아버지가 좋아하는지 벌써 눈치를 챈 모양이다.

물어볼 때마다 둘 다 좋아한다고 답하고,

할아버지가 혼자 있으니 이제 눈치 보지 말고 편하게 대답해도 된다고 이야기해도 꿈쩍도 하지 않고

“둘 다!”라고 대답을 한다.     


 

엄마 아빠의 표정에서는 행복이 느껴졌다.

손녀의 앙큼한 대답에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나를 키울 때도 저렇게 웃으셨겠지?’

그들을 보는 내 입가에도 미소가 번진다.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심지어는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함정을 파놓고

테스트를 통과하기를 기다린다.

어른의 사랑은 때로는 어린이의 그것보다 더

유치하다. 나도 한때 그런 적이 있었다.

사랑은 테스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방식으로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다은이처럼.




photo :  kko699, emailme3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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