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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rld traveler Nina Jan 15. 2022

나만 알고 싶은 을지로 세운 상가 펍, 끽비어컴퍼니

서울 비어펍 추천



을지로에 일이 있어서 갔다가 세운 상가 근처에 있는 지인이 생각나 연락했다.

맥주에 환장하는 나에게 근처 좋은 펍이 있다며 함께 가자고 했고, 그렇게 급번개가 만들어졌다.

술을 먹고 싶은 건지, 사람을 보고 싶은 건지, 아니면 둘 다 인지는 상관없었다.

그저 함께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내는 좋은 사람들이니까. (짠~!)


좋은 사람들과 잔을 부딪힐 때 나는 마찰음 '짠'을 난 참 좋아한다.


오랜만에 온 세운 상가는 여전히 미로 같았다. 이름도 특이한 이 펍 <끽비어 컴퍼니>는 을지로 4가 역 1번 출구에서 5분인 세운상가 3층에 위치하는데 초행길인 사람들은 헤맬 수 있으니 주의하길 바란다. 여긴 제대로 된 간판도 없다. 그저 문에 끽비어 컴퍼니라고 알듯 모를 듯 쓰여있고, 가게 앞에 와인 오크통과 캠핑의자가 펼쳐져 있을 뿐이다. 그리고 당신만 헤매는 것도 아니니 안심하자. 참고로 난 매번 헤맨다.



끽비어는 마신다는 의미의 한자 '마실 끽'과 지적 열정을 가진 괴짜를 의미하는 Geek의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중의적인 표현이 맘에 든다. 끽비어에 대해 알아보다 보니 관련 인터뷰 기사가 있어서 읽다 보니 새롭게 양조에 대해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초기에는 집시 브루잉*을 하다가 경기도 고양(우리 집 근처^^)에 자체 양조장을 세웠고 덕분에 좀 더 다양하고 실험적이고 신선한 맥주를 맛볼 수 있다.


심지어는 월간 윤종신처럼 한 달에 한 가지 맥주를 신제품으로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다고 한다.

아무리 수제 맥주라지만 이건 좀 참신하면서도 무모한 듯 보기지만 응원하고 싶다. 대신 연중 생산하는 맥주인 '꿀꺽'과 '스밈'이 있어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한다.


혼자 가도 여럿이 가도 좋은 끽비어

끽비어는 맥주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자체 안주가 몇 가지 준비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점 때문에 외부 음식을 가지고 올 수 있다는 아주 큰 메리트가 있다. 대신 쓰레기는 되돌아 가져가야 한다. (당연)


우리는 외부에서 식사할 때 쟁여둔 닭똥집 튀김을 포장해왔고, 맥주가 맛있어 술술 먹다 보니 안주가 부족해서 결국 추가로 안주를 주문했다. 가격은 생각이 나지 않지만 대강 크림치즈 토마토 크래커(?) 정도의 이름이었는데 의외로 굉장히 맛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토마토에 크림치즈를 채워서 내었는데 바질 페스토 같은 소스가 곁들여져서 그런지 굉장히 감칠맛이 가득한 딱! 맥주 안주였다. 



이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순간, 메뉴판을 구경해보자. 난 메뉴판을 책을 읽듯 정독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맥주를 마실 때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서 계속 메뉴판을 눈으로 허우적허우적거린다.

끽비어 컴퍼니는 맥주 라인업을 2가지로 구분하고 있었다. 



자체 제작 끽비어 드래프트와 게스트 드래프트이다. 끽비어 드래프트에는 자체 제작한 수제 맥주뿐 아니라 타 양조장과 협업한 집시 브루잉 맥주도 있다. 협업을 한 경우에는 맥주명 아래 명시를 해두었다.


라거, 에일, 필스너, 와일드 세종, 밀크셰이크 IPA, Hazy IPA, Table Fruit Sour, 임페리얼 스타우트 등 너무 다양한 맥주 라인업을 가지고 있어서 난 잠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첫 잔은 일단 대표 메뉴인 것으로 추정한 1번 꿀꺽(아메리칸 라거)으로 4명이 전원 통일했다. (역시 통했군) 

두 번째 잔은 스밈, 세 번째 잔은 임페리얼 스타우트인 크리스마스 모닝으로 정했다. 

(사실 한잔 더 마신 거 같은데 뭐였는지 기억이 ....ㅠㅠ)


이 맥주 이름이 생각이 안 난다... 외관은 에일인 거 같은데.... 하... 이놈의 기억력...ㅠㅠ

이제 본격 맥주 리뷰.



꿀꺽

American Lager

330ml / 6,500

ABV : 4.6%

IBU 18

Malt : Finest lager malt and dextrin malt

Hops : American cascade, centennial, columbus and german noble variety

Yeast : W-34/70 German larger

Ggeek Beer


'꿀꺽'은 라거 맥주로 '다가가기 쉬움'과 '마시기 편함'을 잘 보여주는 스타일로 제조했다고 한다. 마시기 편하면서도 '홉'의 개성을 부드럽게 살리려는 노력이 감미되었다.

역시 첫 잔은 깔끔하고 시원하게 라거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호불호가 없을 것 같은 마시기 쉽게 이름 그대로 꿀꺽꿀꺽 넘어간다. 첫 잔으로 통일했던 만큼 우리의 만족도는 아주 높았다. 마시기 편한 맥주. 



스밈

Craft Ale / 세션 IPA

330ml / 6,900

ABV : 5.5%

IBU : 44

Ggeek Beer


'스밈'이라는 이름은 맥주 시장의 3%에 불과한 수제 맥주 문화가 더 많은 곳으로 스며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네이밍 했다고 한다. 나도 공감한다. 더 많은 곳으로 좋은 맥주들이 퍼졌으면 좋겠다.


'스밈'은 크래프트 에일로 호밀과 캐러멜 몰트를 절제하여 사용해 뽑아낸 몰트 캐릭터와 은은한 효모 에스테르의 바탕 위에 팔코너스 플라이트, 심코 홉을 사용하여 레몬, 자몽의 시트러스 한 느낌과 꽃향을 가진 홉 캐릭터가 주를 이루는 맥주라고 한다. 향에서 시작되는 달달한 뉘앙스에서 시작해 민트, 허브와 같은 상쾌한 피니쉬가 특징.



크리스마스 모닝

Imperial Stout

245ml / 8,500

ABV : 9.2%

Hardywood Brew.


크리스마스 모닝은 9.2%의 꽤 높은 도수의 맥주로 하디우드 브루어리라는 곳에서 제조했다고 한다.

다른 맥주에 비해 가격도 조금 더 비싸다. 크리스마스 모닝에 먹으라는 것인가 잠시 생각했다.

임페리얼 스타우트 답게 일단 외관이 속을 알 수 없게 시커멓다. 그위 살포시 얹어 있는 거품의 자태가 곱다.

어쩜 이렇게 부드러운 거품이 나올 수 있는지 신기할 뿐. 임페리얼 스타우트를 마실 때 초콜릿과 함께 마시면 맛이 배가 된다던데 또 가져오는 것을 까먹었다. (물론 여기서 임페리얼 스타우트를 먹게 될 줄 몰랐다) 

부드러운 거품이 입안으로 들어올 때의 그 느낌이 좋다. 이건 카푸치노나 라테를 마실 때의 우유의 거품과는 또 사뭇 다른 느낌이다. 뭔가 향이 고소하다. 함께 온 지인은 한약 맛이 난다고 했다. 

음... 외관이 좀 사약같이 생기긴 했다. 하지만 죽는 것은 아니니 걱정 마시길...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호불호가 강한 편이라서 좋아하는 애호가들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이제 입문한 사람이긴 하지만 내가 임페리얼 스타우트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순전히 제주도 탑동에 위치한 맥파이 블루버드 비어펍 때문이다. 거기서 완전 홀릭했다. 아직 그 맛을 능가하는 맥주를 못 만났다.




끽비어컴퍼니는 내부가 크지 않아서 뭔가 아지트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혼술 하기도 좋고, 여러 명이 같이 와도 좋다. 나만의 아지트를 소개하는 이유는 그만큼 좋았기 때문에 아직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아쉽기 때문이기도 하다. 많이 알려져 매달 끽비어의 높은 품질의 실험적이고 새로운 좋은 맥주를 더 만날 수 있길 바란다. 



* 집시 브루잉

단어 그대로 집시처럼 여러 양조장을 떠돌면서 맥주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자체 맥주 양조 기술은 있지만 다른 양조장의 기계를 활용한다고 보면 된다. 양조장은 없어도 맥주를 상업적으로 만들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집시 브루잉도 시장에서는 엄연히 양조장으로 대우한다고 한다. 여러 실험적이고 품질적인 맥주를 만드는 데도 초기 리스크를 줄일 수 있어 효과적이라고 한다.




끽비어 컴퍼니 

주소 : 서울 중구 을지로 157 3층 외부 다열 376호 산림동 (을지로4가역 1번 출구에서182m)

전화 : 0507-1308-6864

영업 : 주중 16:00 - 21:00, 주말 15:00 - 21:00

주차 : 세운상가 내 주차장 이용


http://naver.me/xsw3gYwI


네이버 포스트 글(맥주는 문화다) 참조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31523290&memberNo=6687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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