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건
결혼 전부터 아이를 낳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는 나이지만 이제 중년의 부인이 되어서인지 가끔 자녀를 낳았더라면 어떠했을까 하고 생각해 볼 때가 있다. 아이를 낳지 않음으로 인하여 괜히 '평범한 삶'에서 배제된 것은 아닌지. 평범한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그냥 남들처럼 살다 간다면 어떠했을까. 그럼 무언가 완결된 느낌을 받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면서.
자녀를 낳지 않기로 결심한 것은 단순히 아이가 귀찮거나 나의 인생에 걸림돌이 될 것 같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 또한 변명이라면 변명일 테지만. 집안에 아픈 사람이 많았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한 생명을 덜컥 낳는다는 게. 어떤 아이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 세상에 태어난다는 게. 그 아이에게 정말 행복한 일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고 겁이 났다. 인간은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려는 본능이 있다고 하지만 나는 종종 이 지구에 인간으로 태어난 것은 한 번으로 족하다는 생각을 해왔었다.
세상에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생겨나곤 했으며 아무 이유 없이 또 죄 없이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므로. 그리고 질병으로 평생 고통받아야 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런 현상을 흙수저, 금수저처럼 단지 '운'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아이의 탄생에 대하여 시니컬했던 나이지만 나이가 들어서인지 요즘은 부쩍 웃는 아기를 보면 예뻐서. 저런 아가를 낳았더라면 나의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남편과 나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상상을 해보게 된다. 그런 상상의 뒤에는 늘 허전함이 그림자처럼 좇아온다.
며칠 전 동네 지하철역 스마트 도서관에서 대출 목록을 살펴보다가 '앤드루 포터'의 '사라진 것들'이라는 소설을 발견하였다. 제목이 끌렸다. '사라진 것들'. 물론 집에서 이 소설을 읽을 때 줄곧 이 책이 나의 취향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아까운 마음에 끝까지 읽었다. 그런데 요즘의 내 마음을 안 것인지 '실루엣'이라는 소설 속 등장인물이 '자녀'와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몰입하여 이 구절들을 읽어 내려갔다. 소설 속에 등장한 행복에 관한 연구결과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책을 읽는 내내 '참,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하구나.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고만 고만한 고민을 하면서 살아가는구나.' 싶어서 안도가 되기도 했다.
소설 속 등장인물은 한번 자녀가 생긴 이상 자녀 없는 인생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녀가 없는 삶' 그렇다. 나는 무언가 없는 삶에 대하여 생각했다. 그러니까 아이가 없는 삶.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라고 단정 짓는 세상의 기준점은 분명 존재하고 그것으로 인하여 누군가는 '없는 사람'이 된다.
자녀를 낳지 않는 삶을 선택했지만, 세상을 떠나는 그날, 아주 먼 미래에 노인이 되었을 때 나는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 또한 자녀가 없기에 이제는 아이 있는 삶을 상상할 수 없다.
* 읽은 책으로 글을 씁니다.
<넘기지 못한 페이지>
제목: 사라진 것들 <실루엣> ㅣ 앤두루 포터
p.180 모두가 조금은 긴장을 풀고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그러다 어느 시점에 폴이 개릿과 린지에게 딸 앨리스에 대해 물으며 전반적인 육아 문제나 육아 경험에 관한 질문을 이어갔다. 자신과 일레인은 일찌감치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이제 나이가 드니 그 결정에 대해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고도 했다. 폴은 그 말을 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폴에게서 한 번도 그런 말 - 아이 관련한 말 - 을 들은 적이 없던 나는 좀 놀랐다. 아마 술을 마셔서, 혹은 밤이 깊어서 그랬겠지만, 린지와 개릿은 솔직하게 대답하기 시작했다. 굉장히 힘들긴 해도 보람이 크다고, 구체적으로 어떤 보람인지는 설명하기가 힘들다고. 새로 부모가 된 많은 사람들이 저지르는 큰 실수 중 하나는 지나친 기대라고 그들은 말했다. 린지는 그들 부부도 같은 실수를 저질렀지만 지금은 기대를 낮추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그러고는 개릿을 돌아보며 그의 손을 꽉 쥐었다.
"부모가 되면 사람이 바뀐다 어쩐다, 다들 얘기하잖아요." 린지가 말했다.
"뭐, 물론 그렇긴 해요. 하지만 그런 말을 듣고 흔히 떠올리는 변화와는 다를 뿐이죠. 뻥 뚫린 마음이 채워진다거나 하진 않아요. 무언가를 해결해주진 않죠. 그저 달라질 뿐이랄까요? 때로는 더 좋게, 때로는 더 나쁘게,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전과 다르게."
린지가 개릿을 돌아보며 그가 읽었다는 행복과 육아의 관련성에 관한 연구 논문 얘기를 해보라고 채근했다. 그러자 개릿은, 전문적인 내용까지 깊이 들어갈 생각은 없지만, 맞는다, 대학원생과 교수로 이루어진 한 연구팀이 행복과 육아의 관계에 대해 꽤 광범위한 연구를 수행했는데 실제로 부모가 된다고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은 부모가 되면, 적어도 일반적인 의미에서는, 더 불행해진다는 상당히 강력한 증거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런 얘긴 나도 해줄 수 있을 텐데." 린지가 방긋 웃으며 자기 배를 토닥거렸다.
"계속 그렇다는 거예요?" 에이미가 물었다. "아니면 아이들이 어릴 때만 그런 건가?"
"아니요, " 개릿이 말했다.
"아이들이 둥지를 떠난 뒤에도요. 나이가 들어 향수에 젖은 채 인생을 돌아볼 때조차도. 그때조차 자식을 갖지 않은 사람들이 더 행복하더라는 거죠."
"더 건강하기도 하고." 린지가 덧붙였다.
"맞아." 폴이 말했다.
"더 건강하기도 하지."
"난 그런 말을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 일레인이 말했다. 동요한 표정이었다.
"내 말은, 행복을 측정할 수 있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