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생존자의 하루 기록
비가 자주 내리는 계절입니다.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마구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젖어갑니다.
이 글은,
공황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통과해 지나가는
감각과 기억,
그리고 그 안에서도
‘나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몸부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혹시 당신에게도
예고 없이 들이치는 비 같은 순간이 있다면—
잠시, 이 글의 우산 아래 머물다 가시길 바랍니다.
비가 온다.
그것도 아주 많이.
시도 때도 없이, 쉴 틈 없이 내린다.
예년보다 이른 장마철이라 그랬다.
예고 없이 들이치는 비는
몸도 마음도 온통 무방비한 상태에서
그대로 젖게 만든다.
비는 말이 없다.
오겠다는 신호도 없이
그저 조용히, 그러나 맹렬히 쏟아진다.
막을 틈도 없이
감각의 틈 사이로 스며든다.
공황도 그렇다.
전조가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항상 너무 늦게야 알아차려진다.
숨이 막히고, 심장이 조여올 때쯤
비로소 조심스레 중얼거려 본다.
“아, 또 왔구나.”
우산을 펼 새도 없이
하루는 순식간에 젖어버리고,
사람들 틈에서도
홀로 깊이 잠긴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눈을 감는다.
귀를 막아도
세상의 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안에서 더 크게 울린다.
쾅— 하고 닫히는 문 소리,
누군가의 숨죽인 기척,
그리고 놓쳐버린 것 같은
수많은 순간들.
공황이 닥쳐올 때면
몸보다 먼저 기억이 반응한다.
과거의 공기, 소음,
그리고 도망치지 못했던
그날의 내가
다시 눈앞에 선다.
오늘도 내리는 비를 탓하며,
빗방울 사이사이마다
숨죽여 눈물방울을 떨군다.
언제 그칠지,
또다시 내릴지 모를
이제 막 시작된 장마철.
그러나
나 역시 멈추지 않는다.
비와 함께 이 여름을 건너기 위해,
공황 뒤로 숨지 않고
다시, 이 글을 써 내려간다.
‘비내림’이 자연의 이치라면,
‘나다움’ 또한 자연의 섭리일 테다.
내리는 빗줄기 속, 공황의 한복판에서—
오늘도 쓴다.
세상의 한 호흡이 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