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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이 아빠 Jul 19. 2021

#12 자폐성 장애 아동에게 스마트폰이란..

콩이도 스마트폰을 좋아한다..

스마트폰은 중독적이다.


세상사 별 관심 없고, 남들이 하는 말을 도통 이해하지 못하는 자폐성향의 아이들도

사진이던 영상이던 스마트폰을 한 번이라도 쳐다보면 눈을 떼지 못한다.

오히려 자폐성향의 아이들이 스마트폰 중독에 더 취약할 수도 있겠다.

시각 추구를 하는 아이들의 경우 눈앞에 보이는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거기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시각 추구가 심한 아이의 경우 하루 종일 장난감 자동차 바퀴 돌아가는 것만 보고 있다던가,

특정 색깔이나 모양의 그림만 끊임없이 찾아다니기도 한다.

스마트폰의 작은 액정 속 화려하고 빠른 화면 전환은 이러한 아이들에게 신세계일 것이다.

안 그래도 세상과 소통하기 힘든 아이들은 손바닥에 펼쳐지는 작은 화면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다.


그러니 자폐 아이들 앞에 태블릿으로 만화 영상 같은 거 하나 틀어주고,

교사들끼리 고기 구워 먹으며 희희낙락하는 것은 어처구니없음을 넘어 아동 학대 행위이다.

정상 아동일 경우와는 또 다른 문제이다.

현실적인 놀이를 통해 시각 자극 추구를 없애줘야 하는 게 장애아 보육을 하는 그들의 임무일 것인데

극도의 시각 자극을 선사하는 꼴이라니...




콩이는 걸음마도 못하던 아주 어려서부터 책을 참 좋아했다.

정확히는 책을 넘길 때 얻는 시각적, 촉각적 감각을 좋아라 한 것인데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흔히 보이는 감각 추구의 일종이다.

책을 무척 좋아하는 독서 소녀쯤으로 보이는지 부럽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주변에 많은데

그건 자폐성 장애를 모르시는 분들의 생각이다.

콩이가 책을 쥐고 사는 것은 독서라는 좋은 습관과는 별 상관이 없다.

책장 넘길 때 손으로 느껴지는 촉감 추구, 책장이 넘어가면서 생기는 장면에 대한 시각 추구일 뿐이다.

요즘은 그러한 자극 추구에 글씨 읽는 재미가 더해진 모양새다.


콩이에게도 최근 들어 부쩍 스마트폰이 그런 감각 추구의 좋은 도구가 된 것 같다.

엄마 아빠 폰을 만지지 못하게 하고, 쓰는 법을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배웠는지 전원 버튼을 누르고 카메라를 켜고 사진을 보는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남들보다 많이 느려도

남이 하는 것을 보고 스스로 느리나마 뭔가를 배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한편으로 기쁘고 기특하면서도,

새로운 장난감에 별 흥미를 보이지 않는 콩이 같은 아이도 끌어들이는 스마트폰의 중독성이 걱정스럽다.

 

시각 추구, 촉각 추구가 있는 콩이에게

손가락으로 쓱쓱 밀면 사진이 재빨리 바뀌는 것이 굉장한 자극이 되는 모양이다.

녀석이 혼자서 키득거리고 있어 가 보면

아빠 스마트폰을 몰래 가지고 안방에 숨었다는 즐거움과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고 버튼을 누르면 화면에 비치는 제 녀석 얼굴이 사진으로 찰칵찰칵 찍히는 재미에

아주 세상 살 맛 나는 것 같은 모습이다.

아빠가 사진을 찍어줄 때면 대충 포즈를 취한 뒤,

"이제 내가 찍을 거야!!"

셀카를 찰칵찰칵 쉴 새 없이 찍는다.

이때 자기 얼굴이 어떻게 나오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찰칵 누르고 자기 얼굴이 나오면서 화면이 휙휙 전환되는 걸 즐긴다.

찍고 또 찍는다.

콩이의 셀카 찰칵찰칵


아빠의 폰에는 콩이 사진이 2,000장쯤 저장되어 있다.

어쩌다가 사진 폴더를 열어주면 처음부터 끝까지 사진을 빠른 속도로 넘긴다.

사진을 하나하나 찬찬히 뜯어보는 것이 아니다.

0.5초에 한 장씩 손가락으로 쓱쓱 넘긴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찍었던 사진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진 속에 누가 같이 있고 뭘 하고 놀았는지 중요하지 않다.

책장을 넘길 때와 같이 손가락에 느껴지는 촉각 자극,

책장을 넘길 때와 같이 눈에 들어오는 내용이 바뀌는 시각 자극,

이런 자극 추구가 녀석을 사로잡는 부분일 것이다.


아직 영상을 보는 단계는 아니다.

뽀로로 같은 남들 다 보는 만화도 콩이에겐 내용 파악이 어려워서 재미를 주지 못한다.

제 녀석 맘에 드는 콩순이 만화 몇 편만 반복해서 보는 정도인데

인지능력이 좀 더 발달하여 만화를 이해할 수 있게 되면

또래 아이들처럼 스마트폰을 손에 놓기 힘들어할지도 모른다.




언제까지 폰을 못 쓰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또래 아이들은 이미 능숙하게 폰을 조작하고 엄마 아빠에게 전화를 건다.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이 좋다는 말은 잘 못 들어 봤지만

콩이도 남들 하는 것은 따라서 할 줄 알고, 최소한 필요할 때 엄마 아빠한테 전화 걸 줄은 알아야 할 텐데..


스마트폰이 아이에게 이러이러하게 안 좋으니

'하루에 얼마 정도 사용하게 하고, 어떤 내용을 보게 하고, 과하게 사용하면 어떻게 제한한다...'

남들 하는 이런 고민을 못하고,

'시각 추구, 촉각 추구를 강화할 뿐이니 일단 손대지 못하게 해야...' 라던가

'핸드폰 사용하는 것조차 또 다른 아이들에게 저 멀리 뒤쳐지게 두는 것 아닌가...' 하는

이런 정도의 고민에 머물고 있는 게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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