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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이 아빠
Sep 08. 2021
#27 한계선 언저리의 불편함이란
일정한 한계선 아래 언저리에 머무는 불편함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불합격 중 1등
같은
기관에 근무하는
우리 부부가 해를 달리하여 승진시험에서 세운 불명예 기록이다.
난 2018년 승진시험에서 8명 뽑는 시험에서 9등을 했다.
머리카락 하나 차이도 안 되는 아주 근소한 차이였다.
2019년에는 넉넉하게 합격하긴 했지만 2018년 승진시험 결과 발표 후에는 한달 넘게 괴로웠고,
2019년 시험 때 까지 내내 문득문득 괴로웠다.
일정한 한계선을 넘지 못하고 그 아래 언저리에 머무는 불편함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지난주 발표된 승진시험에서 이번에는 콩이 엄마가 7명 뽑는 시험에서 8등을 했다.
6~9등이
시험
점수가 같았지만 지역 사무소에 근무하는 콩이 엄마는
10% 반영되는
근무평정에서 밀려 8등이다.
6~7등은 합격자 중 꼴등이고, 8등은 불합격자 중 1등이다.
1년
을
또 수험생 처럼 살아야 하는고통스러운 결과이다.
한계선 바로 아래 언저리를 경험한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내도 당분간 힘든 마음의 방황을 할 것이다.
승진 후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콩이를 돌보려던 계획이 저멀리 날아갔다.
콩이는 자폐스펙트럼과 보통 상태 사이에 있는 어떠한 한계선에서 멀지 않은 아래 어딘가에 있는 듯 하다.
발달의 최소 한계선 아래 언저리일 것이다.
엄마 아빠가 40살이 되어서 경험하고 고통받았던 상황을
이 녀석은 몇년 살아보지도 않고 이미 경험하고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경계선에 있는 아이들의 부모들은 늘 아쉽다.
조금 더 하면 경계를 넘을 수 있을 것 같은 바램..
그러나 경계선은 높다.
좀 더 잘 배우고, 좀 더 잘 연습하면 될 것 같은데..
탠트럼 없이 조금만 더 성실하게 훈련하면 훨씬 나아질 것 같은데..
감각통합 선생님으로부터 충동 조절을 위하여 신경정신과 약을 먹이는 게 어떻겠냐는 조언을 받았다.
중간 중간 보이는 충동적인 행동들만 없어도
밝고 적극적인 아이이니 치료와 학습이 더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신경정신과 약물을 복용한다는 것에 왠지 모를 거부감이 있으므로
여러번 망설이고 조언해 준 것이리라.
사실 콩이 엄마와도 같이 고민했던 사항이다.
선생님이 잘 짚어준 것 같다.
다만, 그 거부감은 어쩔 수가 없다.
7살 짜리 발달 느린 아이한테 정기적으로 신경정신과 약을 먹인다는 것에 죄책감이 느껴진다.
소아정신과들에 실망한 것도 한 가지 이유이다.
지켜보자... 두고보자... 이 두 가지 말을 전가의 보도처럼 쓴 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명쾌한 방향 제시가 없다.
약 처방을 하면서도 먹으면서 지켜보자, 천천히 보자 이런 식으로 말한다면
그런 약을 먹이기가 더 부담스러울 것 같다.
아무튼 상담은 받을 생각이고, 더 고민해 볼 생각이다.
최소 발달 한계선 아래 언저리를 지나 조금이나마 위로 올라가는 길이라면 못 해볼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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