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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이 아빠 Sep 15. 2021

#29 니 맘대로 하면 아빠는 불편하다

사회성 발달의 기본 조건은 나의 행동이나 말에 대한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시각이나 반응을 사회 보편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어야

비로소 사회속에서 적절한 상호작용이 가능해진다.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의 부족'

자폐스펙트럼 아동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이다.

이러한 아동들은 자신의 행동을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하여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의도적인 무관심이 아니다.

관심을 가지는 능력의 결여이다.

아직 어려서 그런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무관심하므로 상대방의 입장이 어떤지 이해하는 능력도 부족하다.

나의 말이나 행동이 상대방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이들의 인지능력 밖의 일이다.

그러한 연유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생각하지 않고 또는 생각하지 못하고 행동하는 일이 빈번하다.

이러한 아동들은 식당에서 마트에서 백화점에서 유난히 통제가 안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듯이 보인다.

학교에서건 교회에서건 다른 사람들이 뭘 하고 있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한다.

티셔츠가 거꾸로 입혀졌건, 바지나 치마가 비뚤게 올라갔건, 양말이 짝짝이건 신경쓰지 않는다.

지하철이건 빙수가게이건 갑자기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느끼지 못한다.

아직 어려서 그런 것이 아니다.


부모가 이를 통제하면 분노발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자신의 행동이 왜 통제를 받아야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사회적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억압한다고 느낄 뿐이다.

아직 어려서 그런 것이 아니다.


타인의 생각에 무관심하고 이를 파악하는 능력도 부족하므로 사회적 상호작용이 일어나기 힘들다.

상대방이 자신의 생각을 차근차근 말해주고 아동에게 상황을 이해시키려 노력하지 않는 한

일반적 상호작용은 어렵다.

자폐스펙트럼 아동들이 치료사와는 어느 정도 상호작용을 하지만

정작 또래 아동들과는 어울리지 못하는 이유이다.



공원에서 노래하는 중 입니다만


공원에서 놀다가 화장실에 들렀다.

우리 콩이.. 화장실 문 닫기도 전에 바지를 내린다.

아빠가 문을 다 닫으면 그 때 쉬를 싸는 거야 했더니 난리가 났다.

처음부터 기분이 별로였던데다가 이해할 수 없는 통제를 받으니 분노가 폭발한 듯 하다.


오랜만에 교회 유아반에 따라 들어갔다.

코로나 때문에 2달 만에 교회를 보냈더니 혼자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한참을 아빠 무릎에 앉아서 교실 저 앞의 선생님이 진행하는 활동에 참여하다가

다른 친구들은 바닥에 앉아 기도하는 시간에 갑자기 달려가 피아노 위에 있는 악보책을 가지고 온다.

녀석이 좋아하는 노래를 몇개 소리내어 부른다.

맨 뒤에 앉은 아이가 힐끗 쳐다본다.

유아반 교실이 크고 맨 뒤 구석에 앉아 있었기에 아빠가 느끼는 불편함이 그나마 덜하다.

이미 익숙한 듯 선생님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놀이터에서 콩이의 친구를 만났다.

"유진이 한테 인사해야지"

"유진이 싫어!! 저리 가라 그래!!!"

느닷없이 싫다는 고함을 들은 유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아빠는 미안하고 불편했다.


엘리베이터에서 어떤 아이가 발을 쿵쿵 굴렀다.

"아빠, 누가 시끄럽게 발을 쿵쿵 구르지. 층간소음 생기는데"

그 아이의 존재는 없는 듯 그냥 제 녀석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발을 쿵쿵 구르는 건 그 아이가 잘못한거지만 당황스럽다.

얼른 말을 돌려 저녁에 뭐 먹을지 얘기했다.


아이스크림을 사 가지고 나오는데 저만치 담배 피는 사람이 있다.

"아빠, 담배 연기다. 담배는 나쁜건데 저 아저씨 담배 펴!"

다행히 그 흡연자도 좀 민망한지 뒤 돌아선다.

콩이가 틀린건 아니지만, 아파트 출입문도 아니고 놀이터 옆도 아닌데 아빠가 좀 민망하다.




콩이는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한 다른 사람의 기분을 헤아리지 못한다.

그래서 콩이는 사회적 상호작용이 아주 안 좋다.

특히 또래간 상호작용은... 안 좋은 정도가 아니라 거의 없다.


다른 사람을 개의치 않는 콩이의 말과 행동에 엄마 아빠는 민망하고 불편할 때가 많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부모의 그러한 불편함이야 아무것도 아니다.

이러한 인지부족으로 우리 콩이나 그와 같은 아이들이 앞으로 겪어야 할 사회속에서의 불편함이 훨씬 더 크다.

오늘은 유난히 우리 콩이의 부족함을 이해하고 웃음으로 받아주는 주변 사람들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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