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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이 아빠 Sep 13. 2021

#28 ON and OFF?

회사에서의 나, 친구관계에서의 나, 사회생활에서의 나.... 그리고 가정에서의 나.

각기 다른 여러가지 '나'가 있다.

서로 연결되어 있기도 하고

때로는 연결될 수 밖에 없기도 하고

그러나 많은 경우 연결되지 않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기도 하다.


직장에서 있었던 크고 작은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가정에까지 가져오는 것은 금물이다.

반대로 집에서 있었던 부부싸움, 자녀와의 갈등을 사무실에까지 가져가는 것도 안된다.

사적인 친구 관계를 회사로 연결해서는 안된다.

밖에서 다툼이 있었다고 아내나 아이에게 그 감정을 잘못 쏟아내서도 안된다.


여러 주체의 '나'를 적당히 단절시키는 것..

ON and OFF 이다.

동명의 TV 프로그램도 있다.

연예인들의 방송활동을 하는 모습과 대비되는 방송 후 개인 생활을 보여준다.

방송에서의 모습을 OFF 한다는 컨셉이다.




사회생활의 갈등을 제대로 OFF 못한채 집에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콩이와 문제가 생긴다.

콩이와 놀아주면서 머리속에는 낮에 있었던 회사 동료와의 갈등이 가득 들어있다.

잘난체 하며 비꼬는 말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상황이 맴돌아 

그 때 이러이러하게 받아쳤어야지 자책하며 기분이 한껏 나빠져 있었다.

몸은 콩이 앞에 있으나 머리와 눈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그 때 콩이가 평소 제 녀석이 하던대로 아빠를 향해 똑같은 말들을 반복적으로 말한다.

책장을 넘기다가 손가락을 살짝 찔린것 같다.

"아빠, 나 손가락 긁혔어. 나 조심안할거야"

"아빠, 나 조심안할거야"

"아빠, 나 손가락 아픈데 조심안할거야"

같은 말이 계속 반복된다.


의미없는 똑같은 행동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자폐스펙트럼 아이들의 상동행동을 콩이는 말로 한다.

평상시에는 용인하며 다른 대화로 전환시켜 주던 것과 다르게 

머릿속의 기분나쁜 생각을 엉뚱하게 콩이에게 발산한다.

"똑같은 말을 왜 자꾸 하는데!!! 그만해!!!!"

느닷없이 버럭하는 아빠의 태도에 콩이는 콩이대로 발끈하며 울어제낀다.

그 모습에 아빠의 짜증과 폭언도 몇 차례 계속된다.


콩이는 하던대로 했고 그 하던대로 하는 행동에 아빠의 대응이 평소와 달랐다.

별것도 아닌 일로 콩이에게 짜증내고 화를 냈다.

일과 중 일어났던 일을 OFF 하지 못했다.

그래서 철저히 아빠의 잘못이다.




콩이의 경우 반대로 ON and ON이 간절하다.

발달센터에서 치료사 선생님들과 수업하면서 배우는 것들은 일상 생활에 확산이 되어야 의미가 있다.

ON and ON 이다.

사실 그게 목적이다.

언어치료 시간에 친구가 내 물건을 맘대로 가져갔을 때 어떻게 말해야 하는 가를 배웠으면

어린이집에서 비슷한 상황이 생겼을 때 써먹을 수 있어야 한다.

특수체육 시간에 줄넘기하는 것을 배웠으면

놀이터에 가서도 줄넘기를 실제로 해 보고 더 잘할 수 있게 연습해야 한다.

클레이로 햄버거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우리 콩이는 대개 치료실과 실제 생활을 ON and OFF 한다.

물론 콩이만의 문제는 아니다.

콩이와 비슷한 아이들은 대체로 다 그럴것이다.

치료실에서 배운 것은 거기 그대로 두고 와야 하는 것인양 실생활에 확장이 잘 되지 않는다.


이론상 그런건지 치료사들은 종이에 스며들 듯 확장이 될 것이라고 하나

비유가 좀 잘못된 것 같다.

실상은 햇볕 아래 물을 떠 놓고 그 물이 공기 중으로 증발되기를 기다리는 것 같은 속도로 확장이 일어난다.


음.. 눈에 안보여도 속도가 느려도 컵 속의 물은 결국 공기중으로 증발하기 마련이다.

그래.. 증발이 조금이라도 빨리 일어나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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