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 느린 아이의 표현법
"아빠, 노래가 말을 안 하네. 계속 기다려도 말을 안 해."
"응? 아~ 노랫말이 없다고?"
언어발달의 미숙..
자폐스펙트럼 아이들의 특징 중 하나다.
모국어를 마치 외국어 배우 듯 학습하는 아동들이 많다.
이런 말은 이런 의미이고,
이런 말을 들으면 이렇게 대답을 해야 하고,
이런 상황은 이렇게 표현하고,
이러 이렇게 말하면 안 되고.. 등등..
여타 자폐스펙트럼 아동에 비해 콩이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표현언어'의 발달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하지만 남의 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수용언어가 좋지 않아
그 표현언어가 쌍방향의 의사소통이 아닌 일방통행적 발화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냥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 자기 하고 싶은 말, 언제가 이 상황에서 누군가한테 들은 말
이런 말 들을 일방적으로 발화하며, 상대방의 반응은 딱히 중요하지 않다.
녀석이 말하는 걸 가만히 듣고 있을 때면
부족하지만 자기가 말하려는 것을 어떻게든 표현하려고 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때론 대견하기도 하다.
몇 살이 되면 남들처럼 평범하게 말할 수 있을까.
아무리 그래도 모국어인데 언제까지나 외국어처럼 어렵게 어렵게만 배우지는 않겠지.
"아빠 나 여기 엉덩이 가려워."
"거기는 엉덩이가 아니고 뒷 목이야."
공간감각, 방향성이 다 약하다. 앞모습 뒷모습 옆모습 구분이 어려운가 보다.
신체 각 부위의 명칭이 어렵다.
뒤에 있고 이름을 모르면 엉덩이다.
"아빠, 노래가 말을 안 하네. 계속 기다려도 말을 안 해."
"응? 아~ 노랫말이 없다고?"
현충원을 구경하다가 아까부터 계속 나오는 가사 없는 음악에 대해서 하는 말이다.
아직 어휘가 많이 부족하다 보니 노랫말이 없다는 표현을 노래가 말을 안 한다고 표현해 낸다.
"아빠, 저 친구가 나한테 계속 인사를 하고 있네~~"
"어! 저 친구 주아 잖아. 주아 맞네. 같이 인사해 줘야지~~"
콩이에게는 우연히 친구를 만났을 때 중개자 없이 자연스레 인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
워낙에 친구라고 할 만한 사람이 없는지라
길거리 저만치에서 먼저 손 흔드는 친구에게 중간에 누구 도움 없이 응대하는 것이
콩이에게는 꽤나 어려운 일이다.
"아빠, 나 쫌 피곤하고 컨디션이 안 좋아"
"그럼 선긋기 그만하고 낮잠 좀 잘 거야?"
"아니~ 놀이터 갈 거야."
피곤하다. 컨디션이 안 좋다. 이런 말을 어디서 들은 모양이다.
하기 싫은 게 있으면 피곤하고 컨디션이 안 좋다고 말하면 되는 걸로 여긴다.
밥 먹기 싫고 후식 과일을 먹고 싶을 때,
양치하기 싫을 때,
장난감 정리하기 싫을 때..
뭔가 하기 싫으면 피곤하고 컨디션이 안 좋다.
그러나 그 피곤과 안 좋은 컨디션은 다른 활동하려 하면 1초 만에 사라진다.
"아빠, 쉬야 선생님이랑 변비선생님이 뭐래?"
"아~ 물 많이 먹고 화장실 잘 가래~"
녀석의 소변실수 문제로 대학병원에 진료를 받고 나와서 하는 말이다.
배뇨 문제를 얘기한 교수님과 변비 문제를 얘기한 교수님을 대뜸 그렇게 칭했다.
언제나 처럼 제 녀석이 느끼는 대로 이름을 지어 붙인다.
그 별칭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직접 듣는데서 그리 칭하면 때론 민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