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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장인 김세평 Dec 28. 2022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23 방황하는 직장인

[직장인 책추천] <퇴사는 여행> 정혜윤


‘방황’이란 단어는 그 자체로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는데, 나는 그 인식을 바꿔보기를 권유한다.


분명한 방향이나 목표를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한 덕분에 나도 몰랐던 내 모습과 자주 마주쳤고, ‘방황’한 덕분에 나는 나 자신과 친해졌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잘 알게 됐다.


지금 고민이 많고 방황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아주 잘하고 있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이 시기를 거치고 나면 남들은 할 수 없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생길 테니까.


당신의 자발적인 방황을 응원합니다.


정혜윤 <퇴사는 여행>



“왜 이렇게 방황하고 있어? 김세평! 정신 안차려?”


오늘도 과장님은 아침부터 나를 따로 불러놓고 잔소리를 시전하셨다. 얼마 전 여기 부서로 발령받은 내가 아직도 적응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생각하시나 보다.


사실 과장님 말씀이 맞다. 나는 지금 방황 중이다. 입사 3년차에 처음으로 본사로 발령받았다. 본사에서 맡은 일들은 내가 3년 동안 이 회사에서 일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모든 게 낯설었다. 다시 신규직원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솔직히 업무분장도 이상했다. 분명 선배들도 다루기 힘든 업무들인데 이상하게 내게 모두 몰려있었다. 무언가 억울했다. 억울하다는 생각이 드니 나는 더 방황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렇게 방황하는 마음을 위로받고 싶었나본지 일하다 말고 밖에 나가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 퇴사하고 싶어. 이 회사는 나랑 맞지 않은 거 같아...”


“세평아, 그래도 네가 힘들게 들어간 회사인데... 아들! 그래도 좀 버텨봐.”


엄마는 아들 마음도 몰라준다. 내가 오죽했으면 퇴사하고 싶다고 엄마한테 전화까지 했을까? 물론 이런 일로 엄마를 걱정시켜 드리는 것도 잘못일 수 있겠다. 그러나 정말 힘들어서 그랬다. 벌써 이달에 야근만 100시간이다. 스트레스성 위염으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해 회사에서 나는 날로 야위어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출장 중 서점에 갈 일이 있었는데, 나는 책이나 한 권 사볼까 싶어 도서검색대로 갔다. 나는 아주 자연스럽게 ‘퇴사’란 단어를 검색했다. 검색 결과를 보던 중 ‘퇴사’와 ‘여행’이란 호감 가는 두 단어가 제목에 있는 정혜윤 저 <퇴사는 여행>이 눈에 들어왔다. 왠지 이 책을 읽으면 재밌을 것 같단 생각에 구매해봤다.



“방황이란 단어는 그 자체로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는데,”


“나는 그 인식을 바꿔보기를 권유한다.”


“방황한 덕분에 나는 나 자신과 친해졌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잘 알게 됐다.”



마치 방황하고 있는 나를 책이 알기라도 한 듯 ‘방황’과 관련된 문구들이 눈에 쏙쏙 들어왔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방황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됐고, 깨달은 것이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방황은 꼭 부정적인 것이 아니구나’, 다른 하나는 ‘방황이 있기에 나는 내 자신을 더 알아갈 수 있구나...’


회사에서 과장님은 늘 내게 방황하지 말라고 하셨다. 과장님께서 생각하시기에 회사에서의 방황은 나쁜 것이었다. 그러나 분명 회사란 곳은 누구나 방황할 수도 있는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과장님도 사람인데 설마 회사에서 그간 방황하신 적이 없으셨겠나? 그러니 과장님의 잔소리는 잘못된 거다. 방황은 나쁜 것이 아닌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니까.


그런데 나는 방황이 나쁜 거인 줄로만 알고는 낙심하며 스스로를 책망했다.


‘남들은 다 멀쩡히 다닌다는 회사인데 나만 왜 이 모양일까?’


‘늘 이런 식이었지. 난 끈기도 없고, 능력도 없는 그저 그런 인간이야.’


‘나는 아직도 부모님이나 걱정시키는 철부지 어린애구나.’


그러나 <퇴사는 여행>의 저자는 방황하고 있는 내게 아주 잘하고 있다고 이야기해줬다. 왜냐면 지금 방황의 시기가 지나면 남들이 할 수 없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생긴다는 거다.



“지금 고민이 많고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방황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아주 잘하고 있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마음을 계속 들여다보며 계속 고민하고 시도하는 한, 이 시기를 거치고 나면 남들은 할 수 없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생길 테니까.”



그리고 더 한술 더 떠 책의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당신의 자발적인 방황을 응원합니다.”



그러고 보니 방황하고 있단 이유로 내 자신을 자책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그저 나만의 이야기를 쓰고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책의 조언에 따라 고민해봤다. 나는 이번 방황을 통해 나만의 어떤 이야기를 써볼까? 고민 끝에 나는 이 방황을 통해 한번 내 스스로를 위로하는 위로 스토리를 써보기로 했다.


‘이런 회사를 멀쩡히 다니는 남들이 이상한 거야. 분명 내가 정상인 거야. 참나, 다들 이상하구만?’


‘지난 3년 간 난 이 회사에서 잘해왔어. 동기들 중 승진도 제일 빨랐고. 그래서 이 회사가 나랑 어울린다고 착각했어! 지금이라도 이 회사가 내게 맞지 않다는 걸 알아서 다행이야!’


‘부모님은 지금 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실 거야. 솔직히 부모님은 이 회사에서 일해보신 적도 없으시잖아? 그러니 부모님께 무슨 이해를 바라겠어. 부모님의 반응은 신경 쓰지 말자.’


나는 회사생활, 아니 내 인생 처음으로 나를 다독이고 응원해줬다. 사실 나는 늘 내 자신을 채찍질하며 살아왔다. 늘 남들과 나를 비교하며 내 스스로를 괴롭히고 독촉했다. 그러나 이번 방황을 통해 내 자신과 독대하며 깨달았다. 이 힘든 세상에서 나를 진심으로 응원해줄 수 있는 건 오직 내 자신뿐이라는 것을.


그렇게 나는 회사에서 방황하며 나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장르는 ‘셀프 파이팅’이라고 내가 만들었다. 아무튼 그렇게 방황한지 어느덧 3년이 지났다. 나는 여전히 회사에서 방황 중이다. 여전히 과장님께 불려가고, 엄마는 걱정하신다. 그러나 괜찮다. 3년 간 나의 소중한 셀프 파이팅 이야기가 내 인생에 기록되었으니까.


지난 3년 동안 나는 내 자신을 진정으로 아끼고 친해지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나는 회사에서 방황을 자처하며 내 자신을 사랑할 것이다. 혹시나 회사가 내 자신을 위협하면 난 언제든 사표를 던질 거다. 내 자신은 내가 지킬 거니까!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회사에서 혹시 방황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먼저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이제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가는 작가로 거듭나는 거니까. 작가로서 다시 태어나는 당신을 향한 나의 축하 메시지다.


회사에서 방황하는 걸 겁먹지 마라. 회사에서 방황할 줄 아는 자만이 자신을 지킬 줄 아는 거다. 참고로 당신에게 누가 방황 좀 하지 말라고 뭐라고 하면, 그 사람은 분명 적이니 내 자신을 위해 끝까지 맞서 싸워주길 바란다.


나는 회사에서의 자발적인 당신의 방황을 응원한다.


셀프 파이팅!



정혜윤 <퇴사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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